4.29.2007
줄리아노
순하고 착하지만 예민해보이는 루마니아 출신의 스물 세살의 청년. 어떻게 이탈리아에 왔냐니까 군대 마치고 엄마가 여기서 일해서 왔다고 하더니 엄마도 간간히 이 레스토랑 산마르꼬에서 일을 하나보다. 어느날 왠 아줌마가 와서 어찌나 화가나서 호령을 하는지 누군가가 뭘 아주 잘못했나 했는데 그 무서운 아줌마가 알고보니 줄리의 엄마였다. 줄리의 엄마로는 참 어울리지 않는다 싶긴한데, 이탈리아 엄마들처럼 루마니아의 엄마들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건지.. ㅎㅎㅎ 뭐 이것 저것 궁금한 것이 많지만 혹시 아픈 곳을 건드리는 것을 묻게 될까봐 그냥 궁금해 하고 만다.
피에르까를로 사장님께서^^ 도착하던 날 내 짐을 방에 올려주라 줄리에게 맡기면서 molto bravo(매우 훌륭하다)라 하더니 왜 그런지 이유를 알만하다. 온갖 굳은 일은 다하고 가장 먼저 일을 시작해서 가장 늦게 일을 끝낸다. Cameriere, 즉 waiter인데 착하면서 한 집에 살다보니 이 집의 집사 쯤 되는 것 같다. 뭔가 필요하면 줄리를 부른다. 페인트 칠할 것이 있으면 페인트 칠하고, 화단 손질이 필요하면 화단을 손질하고, 화분에 물도 주고, 서빙하고, 서빙한 접시 다 닦고, 부엌에서 나오는 것도 쌓여 있으면 다하고, 루이지, 교꼬 내가 빼꼼이 부엌 청소 하고 나면 나머지 청소 다하고... 내 하는 폼이 시원치 않으면 비키라고 내 일도 뺏어서 하고...
그리고 조용하다. 나처럼 말발이 절대적으로 딸리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느날 내내 양쪽 부엌을 왔다갔다 하며 쌓인 설겆이를 다 하더니 'io sono lavatrice(난 그릇 닦는 기계)'라는 것이 그에게 들은 최대의 불평...
항상 계산하는 순간에 먼저 지갑을 털고... 난 스테이지 하는 학생이라고 돈도 못내게 하는 것을 봐서 내 몫까지 줄리가 다 내는 것 같고... 빨래하는 비누없냐고 사야하냐고 했더니, 사지말고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하라더니 조용히 사다 놓은 것 같고... birichino한 루이지가 날 괴롭히면 루이지 말리고... 못말리면 대신 날 위로하기도 하고...
외국인이다 보니 일을 하는 것이 이탈리아 사람들과는 다른 무게로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그의 천성이 느껴진다. 도대체 왜 그렇게 착한 건지? 왜 세파에 찌들어 늘 셈을 하게 되는 날 돌아보게 하는 건지? 왜 그렇게 착해서 이 험한 세상 살면서 얼마나 마음을 많이 다칠까 걱정스럽게 하는 것인지? 그리하여 다른 것은 못 도와줘도 설거지라도 좀 덜어주자 싶어, 얌체같은 알베르또가 쌓아놓은 설겆이를 하며, 다른 것은 다 해도 남의 설겆이는 안한다는 내 나름의 스테이지 원칙을 무너뜨리게 하는 것인지? 착해 빠진 줄리에게 물어보고 싶다.
3 comments:
잘 지내는지... 이틀에 한번은 들어와봅니다~~ 새로운 곳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좋은 인연 맺고 시간 가지시길 기원함다 !!
어디나 착한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고 한가보다..근데 살다보면 정말 사람 속터지게하는 나쁜X들이 많잖아..그런 세상에 그렇게 속터지게 착한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그래도 이세상이 살만한 곳임을 느낄수있을거 같아...
잘 지내고 있는거 같네..
언제 한국으로 돌아가는데???
윤숙: Grazie~~ 많이 바쁘지요? 안그래도 일 복 많은데 더 많아졌겠지 뭐... 맛있는 것 먹고 수다 실컷 떨었으면 좋겠다.. ㅎㅎㅎ
미현: 그래 맞다.. 속터지게 착한 사람 ㅎㅎㅎ 그러게, 그런데 속터지게 착한 사람 앞에서 왜 난 마음이 불편할까.. ㅎㅎㅎ
잘 지낸다기 보다는 잘 지내려고 하고 있어^^... 빠르면 7월에서 10월 사이(?) 쯤 돌아가지 않을까... 오늘은 콘디션이 좋아서 10월일것 같은데, 안좋은 날은 당장 가고 싶지뭐.. ㅎㅎㅎ 예정 된 시간은 있지만 내 맘먹기 달린거라 고무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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