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4.2017

아프리카 여행: Jambo Bwana



Jambo Bwana

Jambo, Jambo Bwana
Habari Gani, Nzuri Sana
Wageni, Mwakari bishwa
[Kilimanjaro]**, Hakuna Matata

 (** [ ] 부분은 Kenya yetu; Zanzibar yetu 등 장소에 따라 달라진다.
Zanzibar에서 괄호 부분에 Zanzibar만 넣으니 Zanzibar yetu라고 해야 한단다. yetu가 무슨 뜻이냐니 나라라는 뜻이란다. 잉? Zanzibar는 Tanzania의 일부인데……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와의 합병을 좋아하지 않았고, 아직도 잔지바르에는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있다고 읽었는데, 이곳 사람들이 정말로 분리독립에 진심인가 싶다.)

사파리 가이드에게 Jambo! 라 인사를 하니 ‘Jambo Bwana’를 불러준다. 듣자마자 노래가 귀에 꽂혀 배워보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지만 번번히 실패다. 글로 보지 않고 소리만 듣고 무엇을 배운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인터넷을 찾아보니 Kenya의 한 밴드가 발표한 스와힐리어 가사의 노래이고, 관광객들을 환영하는 내용이라는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 팝(아프리카만이 가질 수 있는 장르 아님?)의 노래로 분류된단다. 탄자니아는 케냐와 국경을 맞대고 있고, 쓰는 언어가 같고 하다 보니 이곳에서도 애창하는 노래가 되었나 보다.

킬리만자로 산 등반.
1860m지점에 있는 입구부터 2715m에 있는 Mandara산장까지 올라가는 코스.
고산지대라 아주 천천히 올라가야 한다지만 초반엔 아주 완만하게 느껴졌다. 앞장 선 Martin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Martin도 심심해 보이고 나도 심심해서 Jambo bwana나 배우자 싶어 Martin에게 불러 달라고 했더니, 내 모든 것을 시샘했던 J가 그 말을 듣고 Nickson이라는 가이드를 붙잡고 가르쳐 달란다. 그렇게 ‘Jambo bwana’ 개미지옥이 시작됐다. 닉슨은 아무리 가르쳐도 몇 줄을 못 외우는 J가 답답했는지 나에게 손길을 뻗쳤다. 그러더니 나를 자신의 수제자로 삼고, 잘해도 다시, 못해도 다시를 외쳐댔다. 테스트를 통과해도 조금 있다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성큼성큼 한 시간이면 갈 것을 초보 관광객을 이끌고 네다섯 시간에 가려니 괴롭던 참에 잘 걸렸다 싶었나 보다. ^^ 나중엔 지겨워서 피한다고 피해 다녔으나 산장 도착할 때까지 이 노래를 수십 번 불러야 했고 결국 잠결에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그야말로 마스터 할 수밖에 없었다.

Nickson의 끈기가 없었으면 이 노래를 배웠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거다.

이후 만나는 거의 모든 탄자니아 사람들과 심지어는 다른 외국 관광객들과도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즐거워했었다. 탄자니아를 벗어나기 전까지.
Jambo!라고 인사하면 대부분 Jambo, bwana~~!라고 했고, 그럴 때 Habari gani~~하며 이어 불러주면 갑자기 즐겁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마음을 여는 마법의 열쇠 같았다. 괴롭다 할 만큼 쫓아다니며 이 노래를 연습시켰던 Nickson이 고마웠다.

잔지바르 호텔에서…
한 직원과 Jambo Bwana를 같이 부르게 되었고 즉시 친구가 되었다.^^ 가방을 방에 가져다 주었고, 자신이 operation manager니까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란다. 그 후 마주칠 때 마다 Jambo bwana를 같이 부르고 웃었다.

깜빡해서 빨래를 늦게 맡기게 되었는데, 떠나는 날 아침에야 줄 수 있단다. 아침 일찍 떠나야 하니 전날 저녁까지 해달라 하니, 그렇게는 안되고, 걱정을 말란다. 아프리카인데 어떻게 걱정을 안 하냐고??? 미룰 수 있는 형편이 아니라 일단 맡기기는 했는데 영 불안... 그러던 차에 길에서 operation manager를 만나서 혹시나 싶어 사정을 말하니, 저녁에 방으로 가져다 주겠다며 역시 또 걱정을 말란다.^^ 조금 기대가 있었지만, 그의 말을 완전 믿지는 못했었는데, 놀다가 저녁에 방에 돌아와보니, 빨래가 고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었다. 어찌나 기쁘던지... 다 Jambo Bwana로 쌓은 친분 덕이었다고 생각한다.

Jambo Bwana를 불러주며 우릴 환영해주던 킬리만자로 등반 도우미들. 가운데 Martin, 오른쪽에 Nickson이 보인다.

Zanzibar에서 spice tour 중... Jambo Bwana를 부르며 코코넛 나무에 올라가는 묘기를 보여주었다



아프리카 여행: 기자 정신(?)

같은 사파리 차량에 탔던 우리 모두는 얼룩말을 좋아했다.


제일 많이 나타났던 동물이라서 ‘응… 또 너야’ 했던 경우도 있고, 다른 동물 찾기에 열중해서 누군가 ‘얼룩말이다’를 외쳐도 ‘응… 그래?’ 하며 지나친 적도 많았고, 코뿔소 근처에서는 코뿔소에 완전 빠져 눈길도 안 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세렝게티에서


봐도봐도 예쁜 무늬의 귀여운 몸매, 순둥이 같은 눈매, 누구나 한 번쯤 툭툭 쳐보고 싶어했던 통통한 엉덩이. 볼 때마다 애완동물로 한 마리 데려가고 싶을 만큼 사랑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졌다.
세렝게티에서

아무리 보여줘도 좀더 많은 야생동물을 보고 싶어하는 사파리꾼들을 싣고 세렝게티 초원을 헤매던 사파리 차가 멈추었다. 길가에서 가까운 초원에서 독수리들이 그 귀여운 얼룩말을 뜯어 먹고 있었다.
누워있는 얼룩말의 갈비뼈가 드러나 보였고, 자세히 보니 눈알은 이미 파 먹힌 상태.
세렝게티에서

그 사랑스러운 얼룩말이 그 지경이 되었다면 잠시라도 슬퍼해야 하는 것 아닌지…

모두 일제히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마치 특종을 만난 기자인 양.
셔터를 누르는 사이사이 비명과 야생의 냉혹함에 대한 탄식이 나오기는 했는데, 냉혹한 것은 야생만이 아니었다는 것. ^^


2.22.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음식

여행 내내 다이어트를 해야한다는 생각 조금도 없이 먹고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고싶은 만큼 먹었다. 매일 몸무게를 체크 했었는데, 여행 중이라 그럴 형편도 못되고, 이러다 살이 다시 마구 찌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래도 체력이 우선이라 생각해서 다이어트를 멈췄다.
그런데 돌아와서 보니 체중이 그대로다.


마음껏 먹어도 활동량이 많으니 유지가 되었다 결론을 내리고, 다이어트는 끝이라고, 활동량을 늘리겠다고 선언을 했건만, 여행은 여행이었고, 일상은 일상으로 이어져 지난 일 년간의 다이어트 습관이 버려지지 않는다.

아마도 세렝게티였을 것이다.
도시락... 샌드위치, 과일, 닭튀김, 캔디 바, 빵, 주스, 물……
그런 것들이 구색 맞춰서 들어있으나 그다지 구미를 당기지는 않는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만 먹고 남은 음식을 쓰레기로 분류했더니, 우리 사파리 여행사 사장이 와서 ‘우리는 음식을 버리지 않아’ 하며 챙겨간다. 그 말과 그 말을 하는 표정이 충격을 준다. 험상궂게 생겼어도 늘 유쾌했는데, 굳은 표정이었고 어조는 단호했다. 누군가는 가이드 중 한 명이 쓰레기 통에서 버린 음식을 꺼내는 것을 보았다 한다. 그리고 곧 우리가 남긴 음식을 일하는 사람들이 먹는 상황이라는 눈치가 왔다.






이후로도 우리의 여행을 돕는 사람들 몫의 음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먹고 나면 먹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 그리고 내 몫을 양보가 아니라, 못 먹을 것 같아 거절할 때 지나친 감사를 받아 당황하기도 했다.

허기로 욕심껏 접시에 음식을 담아 남겼을 때, 많이 부끄러웠고, 뭐든 안 먹을 거면 내어 놓고, 되도록 조금의 잉여도 발생하지 않을 만큼의 음식을 취하려 애썼다.


오늘 아침.
다이어트인지 매일 배고픔을 견디는 사람들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금만 차린다 차렸는데도, 먹는 도중 더 이상 먹기 싫다는 신호가 온다.
조금만 더 먹으면 되는데, 일용할 양식이 없어 굶는 사람들이 있는데 마저 먹을까, 먹어 버리느니 그냥 버리자는 다이어트 원칙을 지킬까 고민하다 결국……
버렸다.
버리고 말았다.


마사이 학교. 사진 찍고 손을 잡으니 뭐라 속삭인다. 잘 들어보니, 1달라. 미안하다 하니, 다음엔 음식. ㅠ.ㅠ

뭐든 안 주는 것이 좋다는 안내에도 불구하고 살짝 사탕이라도 쥐어 주던 분. 그래서 늘 동네 아이들의 친구.

뭐래도 얻을 것이 있을까 투어 차량에 몰려든 아이들


우리가 먹고 남은 음식을 먹어야 하는 여행 도우미들.
사탕 하나에 날듯이 뛰어 오르며 기뻐하던 꼬맹이.
외면해야만 했던 배가 고프다 구걸하는 손길, 눈빛.

여행은 끝났고 난 나의 일상으로 돌아온 것???



아프리카 여행: 모래먼지


끝없는 나오는 모래 때문에 며칠을 담그고 헹구어 빤 배낭에 여전히 모래가 있다. 붉은 모래가 배낭 커버를 넣는 곳 틈틈이 끼어 뒤집어 털어낼 수도 없고... 청소기로 흡입.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띈다.
그냥 나머지는 추억으로 남기기로……

붉은 모래가 있는 것은 가파른 모래언덕을 앉아 내려와서 그렇다 쳐도, 아무리 담가 헹구어도 계속 나오던 다른 모래는 이해가 안 된다.
TV에서나 잠깐 스치듯 보았던 사막이었는데, 이젠 봐도 별로 신기하지 않을 만큼 많이 보기는 했으나, 가방을 모래든 어디든 바닥에 굴린 적이 없었고, 눈으로 볼 때는 뭔가 묻기는커녕 깨끗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배낭 섬유 사이사이에 그렇게 많이 끼었으면, 난 그 먼지를 얼마나 흡입했던 것일까? 조금은 마실 것을 알았고 각오도 했지만 그렇게 까지 많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황사마스크를 상황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쓰는 것이 옳았단 말인가?

사막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사막 모래의 흙먼지 때문에 시력을 일찍 잃게 된다고 읽은 적이 있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자연은 장엄하고 아름답고 신비하고 경이롭고… 인간은 그런 자연에게 경의를 표하고 찬탄을 날리지만 자연은 그런 인간에게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



남아공.나미비아 국경을 지나 북쪽으로



Namib 사막

Namib 사막의 붉은 사막 Dune 45


나미비아 Swakopmund 가는 길



















에디오피아 Erta Ale 가는 길. 차가 일으킨 흙먼지



 


 

 

2.10.2017

아프리카 여행: 크리스마스 트리



킬리만자로 공항에 내려 땅 위를 가득 채운 하늘에 마음을 뺏겼는데, 공항을 나오니 주차장에 서있는 빨간 꽃을 가득 피운 나무들에 마음을 뺏긴다. 그리고 계속 그 나무가 눈에 띈다. 가로수처럼도 서있기도 하고, 집 울타리 안에도 있고, 밖에도 있고. 어수선하고 빈한해 보이는 거리와 상관없이 화사하게 빛난다. 아니 그런 거리와 함께 뭔가 아련한 느낌을 만든다.


아쉬운 대로 인터넷에서 찾은 공항 주차장 사진. 사진을 찍을 경황이 없어 못찍고 내내 생각났다.


계속 보이고 볼수록 예뻐서 이름이 궁금했다.
같이 여행 온 사람들에게 이름을 물었더니 아무도 모른다.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더 모른다. 처음 보는 것 같단다. 헐~~ 그렇게 눈에 띄는데, 초행이 아니라며 어떻게 존재도 모르는지... 신기한 일이다.
그렇게 며칠을 궁금해하며 다니다, 킬리만자로 가는 차에서 현지 가이드 Jackson이 옆에 있어 나무의 이름을 아느냐 물으니 '당연하지'하는 표정으로 ‘크리스마스 트리’ 란다. 너무 의외의 이름이다. 12월에 꽃이 펴서 그렇게 부른단다. 그런데 차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모두 궁금했던 모양이다.


이 상황을 목격한 우리의 무심한 가이드. 이제 식물에 대한 공부도 하기로 했단다. ㅎㅎ
Delonix regia 가 이 꽃의 학명. 원산지는 Madagascar이나 열대지방이나 아열대 지방 어디에나 있단다. flame tree, royal poinciana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탄자니아 사람들은 Christmas tree라고 부른단다.


매일 차만 타고 거리를 지나다녀서 사진을 잘 찍을 기회는 없었지만 그래도 몇 장의 사진 속에 크리스마스 나무와 그 흔적이 있다.


Arusha. 뒤로 보이는 빨간 꽃이 크리스마스 나무의 꽃.

시계탑 뒤에...

Arusha. 가운데... 꽃이 많이 떨어졌다.

Arusha에서 세렝게티 가는 길

Arusha에서 세렝게티 가는 길

Zanzibar에서...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여행사

'이게 아프리카야' 라는 뜻의 '아프리카인데 뭐...'라는 어감을 가진 영어문장 이름의 여행사.

그 문장은 아프리카에서 황당 시추에이션에 자조적으로 사용되는 문장인 듯 하다.

아프리카에서 본 몇 안되는 여행사 이름 중에  몇 개가 영문장이었던 것을 볼 때, 그런 식의 작명이 아프리카에서는 흔한 일인가보다. 여행사 대표가 아프리카에서 언어 연수를 받은 것을 계기로 만든 여행사라니까 아프리카 식 작명법으로 이름을 지었나 보다. 아마도...

결론부터 말하면 요즘의 아프리카 여행 열기에 편승해 성공할까봐 걱정되는 여행사다.

삼십대 초 중반 청년 세명이 전 직원인 여행사. 아프리카 여행사 치고는 오래 됐다지만 미숙할 것은 누구나 예상한 일. 그런데 청년들의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졌다면 누구도 미숙을 탓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될 만큼, 여행 구성원들은 점잖았다.

예상 밖의 일들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사전에 워낙 강조를 했던 터라 돌발상황에 대한 각오는 누구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this is africa'를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뭐든 잘 못 되면 '아프리카라니까요...'의 태도였다.

현지인들과의 의사소통 불가.
그들은 주로 현지 여행사와의 coordinator 역할을 했다.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리고 가서 현지 여행사의 손에 넘기는 것 정도가 그들이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그 정도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아 엉뚱한 정보로 골탕을 먹이거나 control을 못해 골탕을 먹였다. 심지어는 편승해 골탕을 먹이나 싶은 하지만 증거는 없는 상황도 있었다.

통역이 필요한 데 제대로 통역을 한 적이 없다. 통역없이 알아듣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의 엉터리 통역도 있었다. 통역이 필수적인 상황에 통역이 없어, 주변 사람들의 등살에 통역을 해야 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 같이 갔던 사람들이 통역 비 받아야 한다는 말을 할 정도였는데, 그들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 조차 한 적이 없다.

여행지에 대해 무엇을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아무리 현지 가이드가 아니라도 현지에 대해 그렇게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거나 미안해할 만도 한데, 그것은 우리 역할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너무 당당했고, 귀찮다는 티를 내기도 했다.

수많은 실수와 잘못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면 용서할 준비가 되 있었다. 청년들에게 가혹하다는 시대를 사는 청년들이 뭔가를 해보겠다는데... 실수를 통해 배우는 거지뭐 하며 진심 잘 됐으면 했다. 시시콜콜 잘못을 들춰내고 꼬집고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사과가 없었다. 사과는 커녕 설명도 없었다. 이해하는 마음으로 이모같이 삼촌같은 마음으로 봐주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그렇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들은 어느 순간 그런 마음을 싹 거두어갔다.

어쩌다 대표와 진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어, 사람들이 할말이 태산같으나 잘 못 말했다 얼굴 붉히는 불상사로 발전할까 봐 여행 후로 미루고 있다고, 여행 끝나고 발전적 충고해주고 싶어하는 삼촌과 이모들이 있다고 했더니 '지금으로 충분하다. 더이상 성장하고 싶지 않다. 충고는 받고 싶지않다'라고 당당히 말했다.

작은 실수로 크게 배우는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아닌 것 같다. 같이 간 사람들 중에 '다들 집안에 변호사 하나씩은 있지않아?'라고 할 정도로 변호사를 자식이나 사위로 둔 사람들이 많았는데, 여행 막바지에 구체적으로 고소를 계획하며 같이 할 의사를 물어온 사람도 있었다.

아름다운 대자연의 아프리카를 보며 그들 눈과 마음에는 무엇이 담기는지, 그들은 결코 아름답지 않았고 진정한 청년도 아니었다.





아프리카 여행: 행운

Zimbabwe...
여행한 어떤 나라도 그 나라 사람을 만났을 때 기본 예의(?)를 지킬 만큼의 상식을 갖추지 못한 채 여행하고 마는 상황이 되어버렸고 Zimbabwe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 차를 운전해준 내가 좋아하는 George가 '너 내일 내 나라에 가네'라고 말한 이 후, 짐바브웨가 George의 나라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나라가 되었지만, 뭘 대단히 알기엔 이미 늦었다.


아뭏든 어떤 나라든 너무 모르는 것이 여행하며 만나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 좀 염치가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관광에는 큰 지장이 없었으나, 그 나라에 대해 한가지는 꼭 알아야했다. 어떤 돈을 쓰는지..


누군가 짐바브웨는 자기 나라 돈만 제외하고 다른 나라 돈을 다 쓸 수 있다고 농담을 한다. 자료를 찾아보니 남아프리카 rand, 보츠와나 pula, 미국 달러, 영국 파운드, 유럽 유로, 일본 옌 까지 쓸 수 있다고 나온다. 인플레이션이 너무 심해 자신들의 화폐를 폐지했다고...


남아프리카 돈도 있었지만 미국달러가 편해서 달러를 썼는데, 묵던 호텔에서는 미국 달러를 받고 거스름돈도 달러로 주었다. 그런데 지폐를 얼마나 어떻게 쓴 것인지 그렇게 '더러운' 돈을 처음 봤다. 돈인데 받기가 싫고, 받아도 지갑에 넣기가 싫어, 그대로 호텔 방 탁자 위에 놓았다 tip으로 남기고 왔다. 말 그대로 더러워서...
누구도 그 모양을 보기 전에는 돈이 얼마나 더러울 수 있는지 상상 불가.


그나마 더러운 돈이라도 달러로 거스름 돈을 준 것은 다행이었다. 대개 달러를 받으면 거스름 돈이 없다며 짐바브웨돈으로 거스름 돈을 주려했다. 짐바브웨 돈은 화폐라기보다는 달러 수량이 모자라 달러와 1:1의 가치로 사용되는 '그 무엇'이라고 한다. 아무튼 그것은 짐바브웨를 떠나면 아무런 가치가 없는데다 그것을 쓸 시간도 없기 때문에 안받으려 하면 금전 수납기 까지 보여주며 달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한  가게에서 T셔츠를 샀는데 역시 달러 거스름 돈이 없다며 오리발을 내밀어 귀한 1불짜리로 액수를 맞춰 계산했다. 잠시 다른 곳을 보고 있는 중, 일행 중 다른 사람이 달러를 내자 점원은 역시 짐바브웨 돈을 거슬러 주려하고, 돈 낸 사람은 달러로 받으려는 실갱이가 벌어졌고, 그 소리에 점원에게 금방 내가 낸 잔돈이 있지않냐고 다그쳐 물으니, 한참을 머뭇거리다 마지못해 금전수납기 밑에 감춰둔 달러를 꺼내 거스름 돈을 내주었다. 그만큼 '그 것'의 가치는 그들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아뭏든...
가이드가 이 나라에 100조달러 화폐가 있다 한다. 인플레이션이 심하던 시절 발행된 가장 고액권의 지폐. 당시 미국 1달러의 가치도 안됐었다 하는데 요즘 관광객들 사이에 기념품으로 수요가 많아 구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졌다고 한다. 위폐의 여부를 물으니 당당히 위폐일 가능성은 없다하는데, 그렇다니까 그러려니 했지만 그닥 신빙성이 있게 들리지는 않았다.
아뭏든 원하면 구해보겠다고 하여, 20불 이하면 한 장 사겠다 신청을 했는데... 신청한 수량보다 적게 구해져서 제비뽑기를 해야한단다.
재미삼아 신청한 것이라 당첨 되도 그만 안되도 그만이라 생각하고 뽑았는데...
행운의 7번... '와~ 번호가 좋군' 이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꽝'임을 알려준다.
포기한 사람들이 있어 내가 유일하게 꽝이라는 사실까지 덧붙이며...
차라리 꽝이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는데 그 상황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갑자기 기분이 언짢아졌었다.


from wiki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
가이드가 돌아다니며 당첨자들에게 100조달러를 걷는다. 위조지폐란다. 걷은 돈을 보니 시리얼 넘버가 모두 같다. 알고보니 모두 돈의 상태가 조악하여 위폐가 아닐까 의심을 했던 상황. 그런데 가짜니 진짜니 따지기 곤란해서 서로 말을 안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시리얼 넘버가 같은 것을 발견됐다나...
아프리카인데... 장사꾼들이 거짓말을 얼마나 잘하는데... 위폐가 왜 없겠어. 신용카드를 순식간에 복제한다는데, 칼라복사기로 그까짓 것 하나 복사를 못하겠냐고... 난 기린뿔로 만든 것라고 속아서 산 목걸이도 있는데... ㅎㅎ 건너편 장사꾼이 불쌍했는지 기린이 뿔이 어딨냐고 알려줘서 속은 줄 알게됐지만 말이야... 그런데 플라스틱은 아니라고, 동물의 뼈는 뼈라고 위로도 해주었지... ㅎㅎㅎ
진짜를 구해 바꿔주겠다 하지만 글쎄... 차라리 물리고 돈을 돌려받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지... ㅎㅎ
아뭏든 결론은 그날 행운의 제비는 그들의 것이 아니라 내 것이었다는 것. 하하하~~~







2.09.2017

아프리카 여행: 안녕, 2017!

 

2016년 마지막 날, 아프리카 여행의 첫 일정, Ngorongoro 분화구에서의 사파리 후 캠핑

사파리 숙소는 캠핑이나 lodge.
(국립공원 내 호텔 같은 숙박시설을 lodge라 부르는 듯)

야생동물 보호구역 안에서의 캠핑…
사바나의 넓은 들판. 별들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 야생동물과의 조우.
상상으론 너무나 낭만적일 것 같다. 그래서 2박중 1박은 캠핑, 1박은 lodge.
다시 간다면? 예산이 허락한다면 당연 lodge 다. lodge가 훨씬 더 낭만적이다. ㅎㅎ

20161231-258[Ngorongoro lodge]
20161231-264
[Ngorongoro lodge에서 보이는 분화구]

20161231-266-tile
[Ngorongoro lodge 내부]

20161231-278
[캠핑장]

20161231-283
[캠핑장 나무. 뒤에 보이는 파란 지붕이 샤워시설. 뜨거운 물 안 나왔음. ㅠ.ㅠ]

내린 비로 땅이 젖어있다. 밤이 되니 기온도 내려가고 이슬이 내려 더 축축하다. 가이드들이 미리 쳐놓은 텐트를 여니 쾌쾌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매트리스 두 개가 깔려있다. 손님이 바뀌었다고 세탁 같은 것을 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 같은 메트리스 커버. 감히 들어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데 룸메이트 J가 들어가 자리를 잡는다. 어차피 들어갈 것, 반대편 매트리스에 배낭을 던지고 들어가려 하는데, 굳이 어느 쪽에서 잘 거냐고 묻는다. 편한 대로 하시라 했더니, 냉큼 자리를 옮겨 내가 배낭을 놓은 쪽에서 자겠단다. 왜 저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자신이 앉았던 쪽 매트리스 한 귀퉁이가 좀 심하게 젖어있었다. (그때는 설마 했지만, 나중에 보니 그럴 사람이었다. 처음 봤다 싶을 만큼 몰상식하고 교활하기까지 한… ㅠ.ㅠ) 내 침낭이 있으니 깔고 어떻게 몸은 누이겠지만, 한 발을 들여놓을 자신이 없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발을 들여놓으니 심지어 슬퍼지려… ㅠ.ㅠ 경험삼아 한 선택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진짜 슬펐을 것 같다. 짐 내려놓고 침낭 펴고 조금 있으니 차츰 적응이 된다. 기특한 나.^^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다. ㅎㅎ

각 사파리 팀마다 자신들만의 cook이 있다. 부엌과 식당이 분리되어 있다. cook들은 부엌에 모여 각자의 손님들을 위한 요리를 하고, 우린 식당에 자리잡고 날라다 준 음식을 먹는다. soup, salad, 빵, 쌀, 튀긴 생선, 감자, 익힌 채소 등등… 나쁘지 않다. 다행히 향신료를 쓰지 않아 맛이 무난하다.

New Year’s party를 하자고 캠핑하는 사람들끼리 돈을 걷어 마실 것과 먹을 거리를 장만했지만 이래저래 사정이 여의치 않다. 일단 만난 지 며칠 안 돼 서로 낯이 설고, 식당은 너무 붐비고 소란스럽고, 조용히 모여 앉을 장소가 마땅치 않다. 밖은 너무 캄캄하고 춥고, 야외를 즐길만한 시설이 없다.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별보다는 훨씬 많은 별이 있기는 했지만 식당 불빛과 구름 때문에 보이다 말다 한다. 시차에다 하루 종일 아프리칸 마사지(포장되지 않은 길을 달리는 차가 덜컹거릴 때 마다, 현지 가이드가 African free massage라며 즐거워 한다.)를 받으며 이동하고 game drive하며 쌓인 피로도 만만치 않다. 누군가 일대에 버팔로가 있다 해서 찾아 나섰으나 반짝이는 초록 눈으로 저기 무리가 있구나 짐작만 할 수 있을 뿐,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일단 텐트에 들어가서 쉬다 별구경을 하러 나오자 하고 각자 텐트로 가기로.

잠들기 전. 계속되는 J의 무례한 언사를 방치하면 안될 것 같아 말했더니, 끝도 없이 늘어지게 변명을 하며 그런 자신을 이해해 달란다. 이때만 해도 이기적이고  민폐형 캐릭터이긴 해도, 즐거운 아프리카 여행을 위해 한 결심이 있기에 그래보마 하고 잠이 들었다.

텐트 밖이 소란하다. 아마도 2017년 맞이 count down. 곧 happy new year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축축하고, 춥고, 피곤하고, 몸이 일으켜지지 않는다. 별이고 새해고… 그냥 잤다.

아침에 일어나니 캠핑 장을 지키는 것 같은 커다란 나무 뒤로 2017년의 첫 해가 떠오르며 맞아준다. 태어나 처음 보는 새해 일출을 아프리카에서 보다니… 2017년 1월 1일!!! 응고롱고로, 널 기억할게. 좋은 한 해가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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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1일. 응고롱고로에서의 일출]

캠핑장 여기저기 무리 지어 초록으로 반짝이던 눈만 보였던 버팔로들은 이미 어딘가로 사라지고, 헌팅 트로피를 닮은 버팔로의 유골들만 여기저기 눈에 띈다. 다시 잘 일이 없어서 그런지, 오들오들 떨며 숨쉬기도 싫은 텐트 안에서 자야 했던 악몽 같은 기억은 이미 없다. J의 몰상식함도 그녀의 문제. 그저 풍경으로만 바라보는 캠핑장이 참 아름답고 평화롭다. 마음은 이미 오늘에 대한 기대로 즐겁다. 세렝게티에서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길…. 제발 big five를 보여주길… 그리고 무엇보다 오늘 밤엔 lodge에서 깨끗이 씻고 편히 잘 것이라는 기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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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팔로의 뿔. 이곳이 그들의 땅이라 말하는 것 같다]

아프리카 여행: 첫 발을 딛다



드디어 아프리카 행 비행기에 올랐다.
홍콩을 거쳐 에디오피아 아디스 아바바까지 가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가는 여정이다. 홍콩에서 동양인 승객들이 내린 빈 자리를 아프리카 사람들이 채운다. 아프리카 행 비행기가 맞나 보다. ㅎㅎ 아디스 아바바 공항. 인구 분포에서 아프리카 사람이 압도적적인 것이 몹시 낯설다. 아프리카가 맞나 보다. ㅎㅎ 당황스러울 만큼 회피할 의사가 없는 시선들. 많은 긴장과 약간의 흥분. 혼자였다면 분위기에 압도당해 아마 패닉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아디스 아바바 공항

킬리만자로 국제공항.
12월 29일 밤 비행기로 출발해서 12월30일 낮에 도착. 두 번의 경유를 생각하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프리카가 멀다는 것은 심리적 거리였을 뿐, 물리적 거리가 아니었던 것 같다.

오랜 준비, 염려, 비행 끝에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졌던 아프리카 땅에 내딛은 첫 발. 세상에 이렇게 이분법 적인 곳을 본 적이 있었을까? 비행기 밖으로 나오니 땅과 하늘 밖에 없다. 평평한 땅 위에 하늘이 가득하다. 저절로 숨이 크게 쉬어진다.



국제공항 청사가 시외버스 터미널 같은 것은 뭐 별로 신기할 것도 없는 일이다.

순탄지 않은 과정을 거쳐 한참을 기다려 비자를 받고 공항 밖으로 나오니 호텔에서 나온 차가 기다린다. 직원이 자신을 소개하고, 반갑게 악수를 청하며 환영의 인사를 건낸다.


악수…
국립의료원 의사선생님, 뇌수막염 예방접종을 권하며, 안 맞을 거면 악수를 하지 말거나, 하고 곧 손을 씻으라나… 물론 에디오피아에 한정된 말이긴 했지만, 악수를 하지 말라니??? 그냥 주사를 맞자 하고 맞고 나서 알게 된 주사 값에 깜짝 놀라 순간 후회를 하긴 했어도, 맞길 잘했다고 여행 내내 악수를 할 때마다 생각했다.


차가 작아 보여, 짐은 어쩌려고… 하는데 짐을 차 지붕 위에 싣기 시작한다. 최소 20kg은 되는 것을 키보다 높이 20개 이상 들어올리려니 중심을 잃고 휘청휘청. 다 올리고는 천막 같은 것을 뒤집어 씌워 밧줄로 대충 묶는다. 아프리카니까 볼 수있는 광경? 약간은 충격적? 그들이 나보다 힘이 얼마나 더 센지는 모르겠지만 힘들어 보이기는 마찬가지. 무사히 다 싣기는 했는데 또 한편, 떨어지면 어쩌지하는 생각도 든다. 천막을 씌웠다 해도 달리다 떨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보인다. 말은 안 해도 모두 같은 걱정을 하는 것이 표정으로 읽힌다. 아무튼 첫 번째 목적지 Arusha까지 무사히 도착.


직원들이 가방을 내리고 있다.

비용을 지불했다고는 하지만 그런 중노동 서비스가 당연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꼭 이래야 할까?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이것이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많은 묻지 못한 질문들 가운데 첫 번째 질문이지 않았을까?
아프리카가 보고 싶었을 뿐인데, 본이 아니게 누군가를 부당하게 부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부리고 이용하는 장면을 TV나 영화나 책 속에서 너무 많이 봤다)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닌지, 어려운 동네에 와서 돈 있다고 유세를 떠는 꼴의 여행이 되는 것은 아닐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런데 이런 불편한 마음은 여행 끝까지 순간순간 떠올랐다. 물론 표정은 늘 맑음을 넘어 쾌청으로 유지하려 애썼지만. 좋아도 마냥 좋을 수 없고, 싫어도 고마워도 그냥 싫고 고마울 수 없고, 잘 못한 것 없는 것 같은데 왠지 미안하고, 뭔가 자꾸 복잡해지는 마음 또한 아프리카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알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2.07.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6일째



여행 떠나기 전 비운다고 비운 냉장고를 며칠째 파먹고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식단이 너무 육식 위주였어서 단백질 공급원을 바꾸자는 차원으로 가자미와 꼬막을 사다 한 끼를 해결한 것을 제외하고, 계속 냉장고와 부엌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것들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여행 중 만났던 열혈 주부 언니에게 주생활과 식생활에 관한 많은 노하우와 열정을 전수 받고, 활활 넘치는 의욕으로 돌아왔건만,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인지, 아니면 아직 컨디션 회복이 안된 것인지 막상 끼니 때가 되면 빠르게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리한다고 정리한 부엌에서 제법 그럴듯한, 정확히 말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을만한 식탁을 차릴 재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빵과 치즈.. 시리얼, 견과류...
망고라씨를 만들 얼린 망고...
얼려둔 찌게...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과 카레를 만들 재료가 있고...
버섯 된장찌게, 김, 멸치 볶음도 만들 수 있고...
명란젓도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여러 김치, 장아찌들, 온갖 가루들, 곡식들, 양념들...


대부분은 초라했던 아프리카에서의 식탁...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식탁이 어떻게 차려진 것인지, 그곳에서는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눈치로 그런 상황을 알고 나니, 마땅한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고맙고 왠지 미안했다. 그리고 차려진 모든 것이 맛있었다. 맛없어도 맛있고, 그저 그래도 맛있고, 맛 있어도 맛있고... 아프리카의 모든 것은 그냥 다 맛있었다.

'텅 빈' 내 냉장고는 아직도 너무 꽉 차있고, 내 식탁은 너무 호사스럽다.


아프리카 여행: 그 후 5일째



기세 좋게 36일 일정의 여행을 끝냈다.
한보따리 싸간 약들이 무색하게 아프리카 여행자의 반은 걸린다는 장염 한 번 안걸리고...

'잘 먹고 많이 움직이니 더 건강해진 것 같아' 하며 막마지 12km의 야간 산행과 '별빛 아래 캠핑'이라는 이틀 간의 야외취침도 거뜬히(?) 해냈고...
'이 여행사를 추천할 생각은 없어'에서 '뜯어 말리겠어'로 바뀔 만큼 불만족을 넘어 어이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들이 내 즐거움을 방해할 수 없었고, 아프리카는 꼭 다시 다른 방법으로 가고 싶은 곳인 걸 보면, 행복한 여행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고...

그런데 돌아온 후 며칠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분명 열흘 더 여행을 하라했다면 뚝딱 했었을 텐데 말이다.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비몽사몽하다 잠에서 깬 후 한참 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몇 번...
집이라는 안도감.
그 사실이 한참 생각한 후에 떠오른다는 것에 대한 황당함...
난생처음 느끼는 그런 느낌과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


짐을 겨우 풀었으나 천근만근 늘어진 몸으로 정리가 안되고 계속 더 어지럽다.
다 꺼내놓으니 그 작은 가방 속 어디에 저것들이 다 들어가 있었나 싶고...

세탁기를 몇 번 돌렸지만 아직도 빨아야 할 것들이 있고,
여행 자체도 좀 정리를 해야할 것 같고,
만 장은 면했지만 육천 장이 넘는 사진도 버릴 건 버리고 줄 건 주고 해야하고,
시차도 컨디션도 좀 회복이 필요한 것 같고,
돌아와서 하려던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도 시작해야하고...
일상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여행을 준비했던 시간 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어쩌면 꿈꾸는 것 같았던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다시 갈 가능성보다 못 갈 가능성이 더 큰 그곳이 벌써 너무 그리워 기운을 내고 싶지않은지도...


2.03.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첫날



일곱 시쯤 공항에 내렸다.
짐도 금방 나오고...
옆에 앉았던 일행 언니가 같은 방향이라며 같이 가잔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호의? ok...

세관 직원이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한다니, 눈이 안보인다며 당연한 듯 내게 작성하란다.
좀 전에 방역관련 서류도 내가 작성해 줬던 것 같은데... 그 정도도 못 할만큼 안보이면 안경을 지참해야 하는 것 아님?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 언니만도 아니고 마지막인데 못 해줄 것도 없다. ok...

여행 내내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있을 때 내 것만 해본 적이 없다. 눈을 핑계로 자신의 서류를 들이밀며 작성을 부탁(?, 때로는 당연하다는 듯)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ㅠ.ㅠ
그런데 이 언니가... 내게는 자기 서류를 작성하라 해놓고... 누군가에게 뭔가 전해줄 것이 있다며 짐을 놔두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한 행동이겠지만... 황당함의 끝...
졸지에 난 그 언니의 짐을 맡은 꼴이 됐고, 짐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전화하니 그 언니 전화는 짐속에서 울려.. 그 언니와 같은 팀인 사람은 전화를 안받아...

으악, 으악, 으악~~~

한참의 소동 후 다행히 나의 황당함을 가엾이 여겨준 세관 직원의 선처로 그 언니의 짐을 대신 들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가지고 나온 짐을 전해주니, 이제는 내게 다른 짐을 묻는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를? 물론 책임추궁은 아니었지만,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사람을 그렇게 황당한 지경에 빠뜨린 것에 대한 사과가 먼저 아님? 세관직원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했으면 자신이 얼마나 곤란할 뻔 했는지 전혀 감이 없다. 으악~~~

스스로 자기 서류 작성도 못하고, 공항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상식도 조심성도 없고... 돈 있고 시간 있다고 하는 것이 외국여행은 아니잖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다행히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막았다.

아뭏든 그 언니와 헤어진 후 이번엔 버스...
공항 올 땐 분명 같은 짐을 들고 타고 왔는데... 줄서서 기다려 버스에 오르려니 짐이 커서 못태워준단다. 짐은 크기로는 조금도 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시간에 한대 있는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타란다. 올 때는 타고 왔다 하니 버스 밖에 붙여있는 안내문에 그렇게 써있으니 말시키지 말고 그것을 읽어보라나...
황망히 한대를 보내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 차근차근 따져 물으니, 이제는 그 버스를 타는 사람이 뭐라한다. 이 버스는 원래 그렇단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봤으니 그냥 그런 줄 알란다.
내 기준으로 25인치 트렁크 하나가 그렇게 큰 짐은 아닌 것 같은데, 짐이 크다는 기준은 뭔지...
그리고 그렇다면 모든 버스가 그래야지... 옆에 서는 일반 버스는 잘만 태워준다. 그 버스도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물론 꽤 오래전이긴 했지만...

이런 불편사항은 어디에 이야기를 해야하냐 여기저기 물으니 아무도 모른단다. 아마도 버스회사.. 라는 대답이 최선. 으악~~~

결국 차로 4~50분이면 올 것을 거의 3시간이 걸렸다.

공항 일대의 교통 상황이 무법천지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개선은 커녕 개악. 업자들의 일방적 횡포. 보통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부조리와 불합리를 감내할 수 밖에...
아... 대한민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날 며칠 땡볕에 낙타 몰고 소금사막에 가서 소금을 캐와야하는 일꾼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얼굴에 애벌레가 기어다니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20km를 걸어 학교에 다녀야 했던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해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담은 비닐 조차 귀해 끌어 안고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감사해서,
1달러를, 펜을, 사탕 한 개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주어진 것이 감사해서,
50kg의 뗄감을 운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감사해서,
집과 화장실과 쓰레기통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낯선 사람에게 배고픔을 호소해야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감당할 수 없어보이는 모든 그런(?) 운명에 처해야 할 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마냥 감사해서 그깟 일들에 화내지 않으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