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6일째



여행 떠나기 전 비운다고 비운 냉장고를 며칠째 파먹고 있다.

아프리카에서의 식단이 너무 육식 위주였어서 단백질 공급원을 바꾸자는 차원으로 가자미와 꼬막을 사다 한 끼를 해결한 것을 제외하고, 계속 냉장고와 부엌 이곳저곳에서 나오는 것들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다.

여행 중 만났던 열혈 주부 언니에게 주생활과 식생활에 관한 많은 노하우와 열정을 전수 받고, 활활 넘치는 의욕으로 돌아왔건만, 언제나 이론과 실제는 다른 것인지, 아니면 아직 컨디션 회복이 안된 것인지 막상 끼니 때가 되면 빠르게 간단히 해결하고 싶은 생각밖에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정리한다고 정리한 부엌에서 제법 그럴듯한, 정확히 말하면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지 않을만한 식탁을 차릴 재료들이 나온다는 것이다.

빵과 치즈.. 시리얼, 견과류...
망고라씨를 만들 얼린 망고...
얼려둔 찌게...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과 카레를 만들 재료가 있고...
버섯 된장찌게, 김, 멸치 볶음도 만들 수 있고...
명란젓도 있으니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고...
여러 김치, 장아찌들, 온갖 가루들, 곡식들, 양념들...


대부분은 초라했던 아프리카에서의 식탁...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식탁이 어떻게 차려진 것인지, 그곳에서는 얼마나 호사스러운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눈치로 그런 상황을 알고 나니, 마땅한 대가를 지불했음에도 고맙고 왠지 미안했다. 그리고 차려진 모든 것이 맛있었다. 맛없어도 맛있고, 그저 그래도 맛있고, 맛 있어도 맛있고... 아프리카의 모든 것은 그냥 다 맛있었다.

'텅 빈' 내 냉장고는 아직도 너무 꽉 차있고, 내 식탁은 너무 호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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