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 느낀 건데 내가 유네스코를 상당히 신뢰하는 것이었다. 별 관심없다가도 '유네스코 OO유산'이라고 하면 관심이 생기고 가보고 싶고 그랬다.
어느 날 꼬맹이 조카녀석이 "고모, 난 왠지 '스'로 시작하는 나라가 좋더라." 하면서 스페인, 스위스, 스웨던... '스'로 시작하는 나라들을 줄줄이 말했다. 그말을 듣고 보니 난 반대로 왠지 'ㅅ'으로 시작하는 장소를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좋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으나 왠지 관심이 가지 않더니만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라니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식당 문 열자마자(7시) 환호하며 하몽, 치즈, 또르띠야, 과일.. 등등으로 오후 두시까지 배고프지 않을 만큼 든든히 먹고 길을 나섰다.
리스본 Rossio 기차역(동명의 지하철역도 있음)에서 한시간...
안개가 가득 끼었던 리스본을 벗어나자 파란 하늘을 보여주었다.
계획은 신트라 궁전, 페냐성, 성, 까보 다 로까를 거쳐 해변을 따라 걷다가 Cascais라는 작은 마을을 돌아보고 리스본으로 오는 것. 관광차로 이동하는 패키지여행 route를 참고한 계획이다보니 야심차다 못해 허황됐다. ㅎㅎ
그리하여 신트라 궁전, 페냐성, 성을 까지만... 사실 saved by night이었다. 어두워서 바닷가에 가봐야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Info.의 충고를 무시하고 고집스레 계획을 실천하려 고집을 부렸다면 내가 날 죽였을 지도 모른다.
작고 단정하고 고즈넉한 산기슭 마을. 진짜 흔한 표현으로 '동화 속 마을'이 이럴 것 같다. 관광객이 적은 계절이 주는 느낌일 수도 있었겠다 싶기도 하고...
마누엘라인 양식의 신트라 궁전과 페냐성.
처음 듣기도 보기도 한 이 건축양식은 뭐라 딱 짚어 말할 수 없는데 이상하다. 이상한 느낌이다. 동화를 위해 탄생한 것 같기도 하고 규중 아녀자가 레이스짜듯 소심하게 섬세하게 만들어 낸듯 하기도 하고. 어떤 공간이든 아이들과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 들이 어울리지 수염기르고 말타고 다니는 귀족들이 어울려보이지 않는다. 작아도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커도 아기자기 하고 귀엽다. 이제껏 어떤 건축양식을 보면서도 남성적이니 여성적이니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이 양식은 그런 생각이 들게한다. 아마도 그동안 보았던 모든 것이 그런 면으로는 모두 일관성이 있어서 으례껏 그러려니 했을 지도.
아뭏든 힘, 권위, 정복, 등등 그런 남성적 가치(?)가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던 시대에 어떻게 이런 느낌의 예술 양식이 한 나라를 prevail할 정도로 성했을까 궁금하다.
포르투갈 말로는 리스본을 아마도 Lisboa라고 하는 것 같다. 왠지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않았으나 스페인 가는 김에 거기도 들려야한다는 유람단의 우렁찬 목소리에 그러지 뭐 하고 들르게 된 곳이었다.
그러다 일본 공연 온 참에 한번 들리고, 일본 관광 온 김에 둘러보는 나라 국민으로서 가져야할 태도는 아닌 것 같다 반성하고 계획을 하루 늦추면서 진지하려 했으나 절대적인 시간의 한계는 어쩔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친절하고 따뜻했다. 궁금해하고 도와주려 하고... 정성껏 알려주고, 잘 못 알려줘서 오래 걷게도 헤매게도 했지만 뭐 괜찮고 그럴 수도 있다.
영화를 누렸으나 가세가 기울었고 또 기울어 가는 느낌을 주는 도시지만 날씨는 온화하고 사람들은 순박하고, 도시가 자랑하는 마누엘라인 건축양식은 귀엽고 사랑스럽고 음식은? 좀 짰다... ㅎㅎㅎㅎㅎ
여유있게 다시 가보고 싶다, 다른 곳도 두루두루...
하루는 리스본에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신트라(Sintra)라는 곳에 갔었고
다음 이틀 동안 리스본을 대략 동서로 나누어 하루는 동쪽 하루는 서쪽 이렇게 주마간산 했다.
언제 지나갔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데 네덜란드 Schiphol(쉬폴, 스키폴인줄 알았었는데...) 공항은 내 기억속엔 그냥 좋은 공항 정도가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항이었다.
공짜 인터넷,
너무 편안해서 깊이 잠들어버려 비행기를 놓치지않을까 걱정하게 했던 recliner,
초밥과 우동을 먹을 수있었던 bar,
infra structure답지 않은 디자인과 선명하고 자신감에 찬 색들,
그리고 공항프로젝트를 하며 알게된 benchmarking을 할 만큼 선진한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사실...
한번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가격도 가격이고 꼭 중간에 한번 쉬었다 가야한다는 친구가 있어서 경유 항공편을 봤는데 싸기도 한 것이 Schiphol을 지난다 해서 내심 기뻤다.
그러나...
내가 변했는지, 공항이 변했는지...
친절해 보이지 않는 안내판,
왠지 불편한 process(controlled area에서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도 security check를... 그리고 올 때 터미널은 Controlled Area밖에 탑승gate가 있어서 Gate별로 보안검사를 하기도 했고..),
too crowded(recliner는 커녕 탑승gate 앞 의자도 넉넉치 않아 moving walk 난간에 앉아서 기다렸다),
lack of service facilities(점심시간 지난 오후 3시 경 cafeteria에서,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덜 기다릴만한 것을 고르고, 무거운 쟁반들고 20분도 넘게 기다려서 계산을 하고 앉을 자리가 없어 또 서성이고, 그 상황에 한 쪽은 막아 사람들이 앉는 것을 막고..),
너무 많은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lounge들... (이것이 보통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먹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색과 빛은 여전하지만 더 이상 선진하게 느껴지지도 호의적이지도 않았다. 내 기억 속의 다시 가보고 싶던 그 곳이... 흑흑...
이제 내게 제일 좋은 공항은 여전히 dull하긴 하지만 깨끗하고 편하고 널널한 인천공항. 인천공항 만세! ^^
(P.S. 한 가지 건의사항이 있다면, 모든 화장실에 자동 비닐커버를 설치해주시길...^^)
계절도 계절이지만 너무 많은 이동이 예정된 여행이라 짐싸기가 좀 고민이었다.
'깨끗하고 예쁜 것 포기하고(평상 시에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쉽게 포기가 됨), 정 필요하면 사고, 얼어죽지 않는다'를 방향으로 한 한달 틈틈이 궁리하니 내용물은 대충 가닥이 잡혔는데 가방이 마지막까지 결정이 안됐다.
carrier냐 배냥이냐.
배낭은 짐 싸고 풀기 번거롭고 35리터라 작을 것 같기도 하고
캐리어는 짐 싸고 풀기 편해도 그거 들고 계단 오르내릴 것을 생각만해도 힘이 들고..
우선순위는 배낭. 힘은 노력이나 정신력으로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는거라...^^
가져갈 것을 다 꺼내놓고 일단 배낭에 넣어 보았더니... 꾸역꾸역 요술 가방처럼 그 작은 공간에 모든 것이 들어간다. 그 순간 캐리어는 그냥 탈락.
배낭
등산바지1, 트레이닝바지1, 잠옷 한벌, 셔츠2
방한용품(goose down점퍼1, 내복셔츠1, 내복바지2, 방한용스카프, 여행용 담요)
양말, 속옷 4벌
세면도구, 슬리퍼, 위생(?)용품
기타(손톱깍기, 휴대용칼, 옷핀, 머리핀, 귀마개, 카메라&핸드폰 충전기)
우비
천가방(유사시-쇼핑에 꽂힌-를 대비해서^^)
여행책1
크로스백
여권, 돈, 카드
카메라, 메모리카드
노트, 팬, 핸드폰, 여행책1, 스페인어 미니사전
휴지, 핸드로션 & 기타등등
입고 간 것
오리털 파카, 등산용 겨울바지, 셔츠, 조끼
하하... 너무 만족스럽게 딱 들어갔다. 손톱하나 들어갈 틈도 없을 만큼 꼭꼭 차기는 하지만...
날씨는 소문보다 춥지않아 방한용품은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춥기는 커녕 부피가 커서 가방에 넣을 수도 없는 오리털 파카 입고 다니느라 내내 땀흘리며 다녔다. 비는 와도 주룩주룩 오는 비가 아니라 우비는 완전 오버고 고어텍스자켓이나 작고 가벼운 우산 정도면 충분했을 것 같다. 유사시를 대비한 트레이닝바지도 필요없었고 셔츠가 모자라 호텔 laundry서비스를 한번 받은 것을 생각하면 셔츠만 하나 더 가져갔었으면 싶다.
다음 여행의 짐은 달인의 수준으로 챙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나 저나 이집트가 곧 안정이 되려는지... 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