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2.2009
아파트 살이
친구와 열심히 수다를 떨고 있는 참에 우르릉 쾅쾅 천둥이 한참을 치다가 소나기가 퍼붓는다. 그러더니 뭔가 위에서 칙~칙~~~ 소리를 내며 몇차려 떨어져서 빗소리가 요란한가 했더니 아랫집 아저씨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뭔가를 뿌리지 말라는데 워낙 흥분한 목소리라 뭐라하는지 들리질 않는다. 그래서 뭔가 했더니 흙을 뿌려대는 것이었다. 허걱... 열어놓은 창을 통해 들어와 마루까지 흩뿌려졌다.
전화를 끊고 창이며 난간이며 흙투성이 베란다를 씻어내고 있으니 아랫집 아줌마, 청소해놨더니 이게 뭐냐고 성질을 내는데 완전 반말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겠지. 흙뿌리는 사람이나 그렇다고 사리분간 안하는 사람이나...
가끔씩 무언가가 구름처럼 사뿐 사뿐 내려오는 것은 몇 번 봤는데 흙은 처음.
관리실에 흙벼락 맞은 집으로 부터 민원이 쇄도 했나보다.
관리실 어리벙벙해보이는 아저씨인지 청년인지 꼭대기 층에서 부터 조사를 했다고 보고를 한다.
피해자와 피해받지 않는 가구가 어떤 층에서 나뉘는데 그 층 위로는 아무일이 없단다. 아무일 없는 마지막 층이 범인 아닌가요 했더니, 그 집은 잔치 중이며, 피해도 없고 그런 짓을 한적도 없다고 한단다. 그러며 한다는 말이 보통 사람들이 했으면 했다고 하지 안했다고 하지는 않는다고... 와! 난 그런 짓을 하는 사람치고 정직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데, 도대체 어느 세상 보통 사람들 이야긴지....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모른다는 것이 요지. 누가봐도 뻔한 범인을 방관하는 것 아니냐 들이대니 자신들이야 힘이 없어 누군지 알아도 어쩔수가 없으니 집끼리 범인을 성토하는 방을 붙이라는 둥 말을 돌린다.
아이고...
한동안 음식물 쓰레기 투척과 개똥을 계단에 방치한다며 고성능 감시카메라가 있으니 적발시에는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며 몇주간 방송을 해대더만... 왠지 뻥이지 싶더니 역시 뻥이였다. 적발도 못할 뿐더러 적발한다해도 그 대상이 말로 해결될 사람은 아닐텐데 뭘 어쩔수 있으랴.
유리창 깨지고 경찰 출동하는 소동에 대낮 주차장에 누워 자는 유명하다는 아저씨. 번번히 깨끗한 벽에 담배 비벼끄고 먼지하나 안보이게 청소해놓은 계단에 담배꽁초 버리고 가는 어떤 자.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사는 사람들의 거리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궁금해진다.
8.01.2009
러시아 파랑에 꽂히다.
주변이 점점 차가운 분위기가 되는 것 같아 일부러 something blue를 피할 정도로 파란 색을 좋아해도 파란 그릇만큼은 아니었는데, 언젠가 부터 파란 그릇들까지도 마음을 잡는다.
tea set하나 장만할 맘으로 그릇 가게를 유심히 봐도 그만한 댓가를 지불하고 싶은 것이 없어 그냥 그냥 지나쳤왔는데, 우연히 알게된 러시아 도자기(Lomonosov)의 파랑에 마음을 홀딱 뺐겼다. 평생 기분좋게 차를 마시는 댓가라는 합리화를 앞세워 거액도 불사하겠다 맘을 먹었는데, 어느 사려깊은 언니가 아주 완곡히 러시아 산이라니 품질을 확인하는게 좋겠다 한다.(모름지기 충고는 그렇게 부드럽게...) 그리하여 인터넷을 뒤졌는데... 허걱!!! 수입품의 황당한 가격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건... 두 세트를 살거라면 비행기 타고가서 사오는게 더 쌀 지경...
차를 그 잔에 못마셔서 생명이 위태로운 것도 아닌데, 이젠 살 수 없게 되버렸다.
러시아의 푸른 빛에 사로잡힌 불쌍한 영혼을 딱히 여겨줄 은인을 만나던가 아니면 그릇 사러 미국엘 가던가 해야한다... 흑흑...
7.11.2009
unthinking respect for authority
Unthinking respect for authority is the greatest enemy of the truth. - Albert Einstein
선배, 상사, 어른, 형,... 이 땅의 사람들은 예의범절이라는 것을 등에 업은 어이없는 authority에 대해 "unthinking"정도가 아니라 "must-not-think" respect를 강요당하고 한편 강요한다. 그래서 이 땅에선 "진실"이라는 말이 "naive"한 단어로 취급당하나 보다.
6.20.2009
중심잡기
하루하루를 산다. 감사와 기쁨으로, 슬픔과 두려움으로, 분노와 의심으로, 절망과 회의로, 기대와 희망으로... 어떻게든 삶을 잘 꾸리기 위해 애쓰면서... 매일매일 조금씩 다르게...
하지만 그 어떤 순간에도 현결같아야하고, 흔들리지않도록 지켜야할 생각과 마음이 있다. 그 생각과 마음이 날 서게하는 중심이고 날 지키는 무기니까.
한 정치가의 연설에서 변치않고 지켜야할 생각과 마음이 내 중심이고 무기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다.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바라는 것이 별로 없어 세상 부러울 것도 별로 없는 나... 그의 생각과 마음을 지켜내는 힘이 많이 부럽다.
5.24.2009
일어나서 안될 일...
오랜만에 놀러와 신이난 꼬맹이 녀석을 데리고 동네 피자가게에 갔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단다.
"어떻게 하니, 진O야, 고모 너무 속상하다... 너무 속상해서 어떻게하니... "
철부지 꼬맹이 녀석에게 할 하소연은 아니었는데...
"고모, 무슨 일이야?"하고 묻는다.
"일어나서 안될 일이 일어났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고모의 심상치않은 표정에 겁먹고 울것같은 녀석 덕에 마음을 추스렸지만 속이 아프고 아팠다.
피부색이 다른 어떤 나라 새 대통령을 두고 호들갑을 떨 때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그가 대단한 사람이겠지만 누군가의 바르지만 약한 꿈을 지켜주고 키워준 그 사회가 더 위대하다는...
우리는... 선한 의도 밖에 없어 보이는 꿈을, 펼쳐보라는 격려와 도움 대신 그야말로 물어 뜯고 짓밟았다... 그리고 결국 그 꿈을 죽였다, 아마도 약하다는 이유로???
잡아먹자고 온갖 치졸한 짓을 일삼다 드디어 잡아먹고 나니 예의바른 신사인 양 태도를 바꾼 사람들... 정의를 위해서라고 까지야 할 수 없어도 모든 게 생존을 건 게임이고 자신들은 게임에 충실했을 뿐이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겠지... 그도 그들과 함께 비정하게 게임을 했다면... 언제나 진정함은 약하고 비정함은 강하다.
약해서 무능해 보일지라도 서툴고 거칠지언정, 그는 아주 오랬만에, 천신만고 끝에 우리가 만난 꿈을 꾸는 지도자였다.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길을 한 순간에 제자리로 되돌리는 일을 매일 매일 목격하기에 더욱 더 함께 지켜야 했고 꿈을 포기하는 일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얕잡아보고 빈정거리고 사사건건 트집 잡아대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조차 한편 되어본 적 없고,
먹잇감 하나 발견한 듯 침흘리며 대드는 인간들에 시달리는 걸 안쓰러워 했고,
어떤 일이든 그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의 선한 의도를 의심해본 적 없지만...
그를 위해 표 한 번 준 적 없고,
단 한번도 완전한 신뢰와 호의를 가져본 적 없는 마음이 미안하고 아프다.
이제야 비로소 덫에 걸렸을 수도, 돌부리에 비틀거렸을 수도, 산을 돌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
이제야 뒤늦게 약해보이기만 했던 그가 바르고 선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힘이었고, 꿈과 이상의 커다란 상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5.05.2009
땅굴

엄마는 절대로 허락하지않을 모래장난을 마냥 하도록 내버려두니, 풍덩 빠져 아무리 그만 들어가자고 해도 들은 척을 안한다. "좋아, 그럼. 우린 그냥 가고 넌 여기부터 아파트 현관까지 굴을 파서 와." 하고 농담삼아 한마디 했더니, 녀석 정말 진지하게 굴파기에 돌입한다. 달랑 맨 손 둘로... 왠만큼 하다 그만둘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다. 진짜 진지하다.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같은 것은 절대 없다. 아파트 정원 너머에 있는 현관까지 땅굴을 파고 그 굴을 통해 집에 간다는 신나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녀석의 머리 속에 없는 것 같다.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 진심으로 먼저 가겠다는 말에 못내 아쉬워하며 야심찬 굴파기를 멈춘다. 굴까지는 아니어도 제 몸 반은 들어갈 정도의 구덩이가 곧 누군가에 의해 묻히게 될것을 안타까워하더니 뛰어가다 함정에 빠지는 simulation(?)을 몇 번 해보며 즐거워한다. 그 함정에 누군가가 그렇게 빠져주었으면 했겠지... ㅎㅎㅎ
꼬맹이 녀석들... 때때로 잃어버린 마음 한조각을 찾아주기도 한다.
2.11.2009
Time, Place, Occasion
누가 그에게 물었다. 전 정권의 'misdeeds'를 조사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그가 대답했다. "Nobody is above the law, but … I'm more interested in looking forward than I am in looking backwards."
요즘은 좀 잠잠하긴 한데... 모두들 먹고살기 힘들다 아우성인 상황에 누가 뇌물을 받았네, 정보를 유출했네 어쩌구 저쩌구 하면서 빈 가마니를 두드려 먼지(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나왔다고 호들갑 떠는 모습이 어찌나 볼썽사납던지...
아무리 미래가 중요하다해도 일제시대 청산을 못해서 두고두고 안타까운 것을 생각하면, 과거도 중요하고 떨어낼건 떨어내야한다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그 호들갑은 nonsense 코메디다. 하다못해 옷입기에도 Time, Place, Occasion이 있는데 하물며 나랏일에...
나는 생각한다. "Nobody is above the law, but … I expect you to be more interested in looking forward than to be in looking backwards."
2.07.2009
Don't do it if you can not undo!!!
피라미드 만들기, 만리장성 쌓기, 등등... 아주 오래된 이야기 속의 대 역사를 떠오르게하는 누군가의 거대한 꿈. 하늘엔 조각구름이 떠있고 한강에 유람선으론 모자라서 운하에 유람선이 떠있게 하고싶다나 어쩐다나 하는...
반대가 거세니 '안해'했다가 안하는지 알고 잠잠해지니 또 슬쩍 들고나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모양이 쥐구멍 밖을 탐험(?)하고 싶어하는 작고 호기심 많은 녀석들을 연상시킨다.
칼자루 쥐어준게 우린데 누구를 탓하냐 하면서도 그의 야심찬 꿈은 도대체 우리를 어디로 이끌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면 걱정스럽다 못해 무섭다. 물론 지구 상에 살만한 다른 땅이 아직은 있으니 정 급하면 탈출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뭏든 이 땅에서 인간다운 삶을 지속할 수 있을까가 염려스럽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정말 천성이 게을러 낙천주의자일 수밖에 없는 내가 말이다.
아침 라디오 속 누군가가 말한다.
"Don't do it if you can not undo!"
맞다, 바로 그거다. 동포의 땅에, 그들의 삶의 터전을 대상으로 뭔가 하고 싶다면, 아니 해도 되는지 궁금하다면 'undo할 수 있나?' 이 단순한 질문을 해야하는 것이다. 나라돈 쳐들여 그냥 봐도 거짓같은 증거나 숫자 그런 것들을 만들어 낼 것이 아니라...
'undo'할 수 없는 일이라면 나를 키워낸 땅에, 또 그 땅을 살아야할 동포에게 할 일이 아니다. 내 의도가 아무리 선할지라도, 내 자유의지가 신이 내린 축복이 아니라 저주나 재앙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면 더더욱...
2.03.2009
Firenze Duomo
피렌체 여행 중에...
그 빛나는 이탈리아 르네상스가 꽃 핀 곳이라는 피렌체를... 3일도 길다하며 하루 이틀에 훑고(?) 가는 사람들을 보며 의아해했던 만큼이나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름답다 칭송하는 두오모가 아름답게 보이기는 커녕 심지어 '온통 성당 벽 위에 금을 그어놓은 듯한 이상한 색의 돌(?)들은 뭐지?'하게 만드는 내 눈이 의아했었다...
그 두오모가 조금씩 천천히 내 안에서 자라고 있었나보다. 컴퓨터 스크린을 스쳐지나가는 사진들이 어느 날부터 시선을 잡더니 드디어는 비 맞은 중처럼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중얼거리게했다.
멋있다. 아름답다. 독특하게 아름다울 뿐만아니라 조화롭게 아름답다. 그 생경한 색과 문양이 조화스럽다는 것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고 그것을 표현할 만큼 자유롭고 두려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