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2009
일어나서 안될 일...
오랜만에 놀러와 신이난 꼬맹이 녀석을 데리고 동네 피자가게에 갔는데...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단다.
"어떻게 하니, 진O야, 고모 너무 속상하다... 너무 속상해서 어떻게하니... "
철부지 꼬맹이 녀석에게 할 하소연은 아니었는데...
"고모, 무슨 일이야?"하고 묻는다.
"일어나서 안될 일이 일어났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고모의 심상치않은 표정에 겁먹고 울것같은 녀석 덕에 마음을 추스렸지만 속이 아프고 아팠다.
피부색이 다른 어떤 나라 새 대통령을 두고 호들갑을 떨 때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물론 그가 대단한 사람이겠지만 누군가의 바르지만 약한 꿈을 지켜주고 키워준 그 사회가 더 위대하다는...
우리는... 선한 의도 밖에 없어 보이는 꿈을, 펼쳐보라는 격려와 도움 대신 그야말로 물어 뜯고 짓밟았다... 그리고 결국 그 꿈을 죽였다, 아마도 약하다는 이유로???
잡아먹자고 온갖 치졸한 짓을 일삼다 드디어 잡아먹고 나니 예의바른 신사인 양 태도를 바꾼 사람들... 정의를 위해서라고 까지야 할 수 없어도 모든 게 생존을 건 게임이고 자신들은 게임에 충실했을 뿐이었다고 스스로를 합리화 하겠지... 그도 그들과 함께 비정하게 게임을 했다면... 언제나 진정함은 약하고 비정함은 강하다.
약해서 무능해 보일지라도 서툴고 거칠지언정, 그는 아주 오랬만에, 천신만고 끝에 우리가 만난 꿈을 꾸는 지도자였다. 힘겹게 한걸음 한걸음 걸어온 길을 한 순간에 제자리로 되돌리는 일을 매일 매일 목격하기에 더욱 더 함께 지켜야 했고 꿈을 포기하는 일은 그에게도 우리에게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얕잡아보고 빈정거리고 사사건건 트집 잡아대는 사람들과 마음으로 조차 한편 되어본 적 없고,
먹잇감 하나 발견한 듯 침흘리며 대드는 인간들에 시달리는 걸 안쓰러워 했고,
어떤 일이든 그만의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그의 선한 의도를 의심해본 적 없지만...
그를 위해 표 한 번 준 적 없고,
단 한번도 완전한 신뢰와 호의를 가져본 적 없는 마음이 미안하고 아프다.
이제야 비로소 덫에 걸렸을 수도, 돌부리에 비틀거렸을 수도, 산을 돌았을 수도 있었다는 것을 온전히 이해한다.
이제야 뒤늦게 약해보이기만 했던 그가 바르고 선하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힘이었고, 꿈과 이상의 커다란 상징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5.05.2009
땅굴

엄마는 절대로 허락하지않을 모래장난을 마냥 하도록 내버려두니, 풍덩 빠져 아무리 그만 들어가자고 해도 들은 척을 안한다. "좋아, 그럼. 우린 그냥 가고 넌 여기부터 아파트 현관까지 굴을 파서 와." 하고 농담삼아 한마디 했더니, 녀석 정말 진지하게 굴파기에 돌입한다. 달랑 맨 손 둘로... 왠만큼 하다 그만둘 줄 알았는데 장난이 아니다. 진짜 진지하다. 과연 가능할까 하는 의심같은 것은 절대 없다. 아파트 정원 너머에 있는 현관까지 땅굴을 파고 그 굴을 통해 집에 간다는 신나는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녀석의 머리 속에 없는 것 같다.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 진심으로 먼저 가겠다는 말에 못내 아쉬워하며 야심찬 굴파기를 멈춘다. 굴까지는 아니어도 제 몸 반은 들어갈 정도의 구덩이가 곧 누군가에 의해 묻히게 될것을 안타까워하더니 뛰어가다 함정에 빠지는 simulation(?)을 몇 번 해보며 즐거워한다. 그 함정에 누군가가 그렇게 빠져주었으면 했겠지... ㅎㅎㅎ
꼬맹이 녀석들... 때때로 잃어버린 마음 한조각을 찾아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