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 한 장 없이 난생 처음 바르셀로나에 도착하고보니 어이가 없다. 여긴 산티아고길이 아닌데... 답을 줄 동료 순례자가 어디나 한 명쯤 있는 곳이 아닌데... '말도 안 통하면서 너무 세상을 만만히 보는 것 아니야?' 라고 누군가 말하는 것 같다.
일단 공항 안에선 말이 통할테니 최소한은 해결하자 싶어, info를 찾아 호텔 예약 부탁하고 렌트카카운터에서 공짜 지도도 한장 얻고 공항에서 시내가는 방법 알아서 까탈루냐 광장에 내렸는데...
방향치인 나, 다시 머리 속이 하얘진다. 모든 사람은 빠르게 스쳐지나가는데 나만 정지된 시간 속에 있는 듯... 지도 펴들고 대책없이 서있는데...
"Are you OK?" 하고 누군가 물어준다.
"No, I'm not... I'm looking for a hotel and have no idea." 진정 다급한지 교과서 영어가 튀어나온다. ^^
"Oh, that's very easy... blah, blah, blah.."
천사다. 까미노 밖에도 천사가 있구나... 히죽히죽...
천사 덕분에 방향도 잡고, 마침 서점도 있어 내 애독 여행서 lonely planet Barcelona편도 한 권 사고, 여기까진 좋았는데...
그 유명하고 번화하고 복잡한 las Ramblas거리를 따라 내려가는데 '왠지 my kind of city가 아닌걸' 하는 느낌이 슬슬 온다. 그래도 '가우디 보러 온건대 뭐..' 위로를 하며 호텔을 찾았는데, 세상에...
한국에서 홍등가를 몇번 지나친 적은 있지만 외국에서 이런 곳은 처음이다. 몸을 파는 아가씨들과 그녀들의 고객이 모여드는 광장 한켠에 호텔이 있는 것...
기가막힌다. 분명 위치를 언급했건만 무조건 제시한 가격에 맞는 곳만 찾아준 것이다. 찾았다는 표현이 무색할 따름. 하지만 어쩌리요. 설상가상 미리 예약한 기간 전체 호텔비를 지불하고 check-in을 해야한단다. 당연하지... 그렇지 않고 누가 하루 이상 이곳에 머무르려한단 말인가...
묻는 것이 어리석지만 그래도 물어야겠기에 안전하냐 하니, 해가 중천에 떠있는 시간에도 입구를 잠가놓으면서, 대답은 역시 안전하단다. 그냥 지나치면 시비걸지않는다나... 어쩌리... 말못하는 동양의 관광객, 누구에게나 봉일 수 밖에...
무조건 배낭을 던져놓고 나왔다. 허기도 지고 일단 다른 호텔부터 찾아야겠기에, 더이상 스페인의 info는 믿을 수 없고, 내 발로... 일단 하와이 Mark아저씨가 말한 150년 전통의 닭집을 찾는데 골목 분위기가 심상치않다. 이번엔 앳띠고 계집애 같이 차린 보이와 늙수구레한 서양남자. 그 보이의 차림새와 호텔 앞이라는 것이 상황을 충분히 말해주고 있는 것 같긴한데, 왠지 호텔 이름이 낯이 익어 lonely planet을 펴보니, 가지 않으려고 기억하려던 게이들이 선호하는 호텔. 청년들이 몸파는 장면 또한 난생 처음이다.
Barcelona, 제게 지금 왜 이러시나요? 아무리 관광객에 가까운 순례자라지만 저 지금 산티아고에서 날아오는 길이거든요. 뭘 원하시나요? 이런 질문이 떠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의 연속이다.
근처의 쌈직해보이지만 결코 싸지않은 호텔들 조차 모두 fully booked란다. 도대체 바르셀로나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인지... 그러다 들어가본 호텔 중 위치대비 가장 저렴한 하지만 절대적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곳을 그냥 지르고 말았다. '속은 쓰리나 후회하지 않으리.' 하면서... "까미노를 걸으며 더 확실해지는 건데, 무언가 원하는 게 있으면 그냥 하는거야(Just go for it)..."라는, 산티아고 성당에서 여섯 번의 뽀뽀와 함께 남은 삶을 축복해준 피터 아저씨의 말을 떠올리며...
빚을 지는 것도 가세가 흔들리는 것도 아닌데 Why not? Go for it...
[다음 날 queer parade가 있었다. 난 TV에서만 보던, 그것도 얼핏 보던 그 퍼레이드를, 하필 liberal한 도시의 대명사인 그곳에서, 난생처음으로, 적나라하게 목격하고 말았는데... 요즘 표현으로 진짜 '안 본 눈'을 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