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2017

아프리카 여행: 호로새 (guinea fowl)


이탈리아에서…
좀 좋은 레스토랑에 가면 닭이 잘 없다. 요리 재료로도 닭은 없었다. 야생조류, 오리가 주류였고 기니파울이라는 것이 있었다. 우리말로는 뿔닭이라고 했다. 실물은 본 적이 없었고 고기의 생김새도 맛도 닭 같았다. 더 깔끔하고 부드럽다 싶었지만 특별히 다르지 않았다. 그냥 닭이겠거니 했다.

세렝게티 game drive가 끝날 무렵, 무리 지어 들판을 종종종 뛰어다니는 예쁜 새들이 있다. 호로새란다. 영어 이름은 기니파울. 왠지 익숙한데 그냥 어딘가에서 들어봤겠지 했다.

생전 처음 본 느낌. 봐도 봐도 예쁘다. 몸통의 생김새도 신기하고, 얼굴엔 색색깔 고무찰흙을 붙인 것 같다. 그런데 그 색이 모든 예쁜 색의 조화는 다 자연에 있구나 싶게 예쁘다. 몸은 검은 바탕에 흰 점이 다닥다닥.

어느 동네 길가에 호로새들이 있다. 사진 찍으려 따라다니다, 가까이 얼굴고 보고 눈도 마주치고 하다보니, 표정도 있어 보이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알았다. 그 뿔닭!!!!!

미안, 내가 널 많이 먹었더구나. ㅠ.ㅠ

 

africa2[나미비아 Swakopmund 길가에서 만난 호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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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아 다니는 것을 피하다 벼랑 끝에 몰려 한번 날아볼까 고민하는 듯… ㅎㅎ]

20170101-222[세렝게티 들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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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그 후: 위로

 

발등에 샌들의 선명한 줄무늬가 생겼었다.
선명함이 얼룩말까지는 아니어도 새끼 얼룩말 정도는 됐었다. ^^
tatoo처럼 추억으로 남아있길 바랬는데, 아침에 씻다 보니 어느새 꽤 희미해져 있다.

그렇게 기억도 감동의 마음도 날아가고 있겠지.

그 순간들을 기록해두려 하지만, 기억은 흐릿하고, 기록은 마냥 더디기만 하다. ㅠ.ㅠ

다른 기억들처럼, 다 잊은 듯 해도 어느 날 어느 순간 문득 튀어나오겠지…… ^^

 

20161231-128[어린 얼룩말. 자라면서 점점 줄무늬가 선명해진다고 한다.]

5.04.2017

아프리카 여행 그후: 학습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the Snows of Kilimanjaro 속 Harry는 긁힌 상처에 빨간 약을 바르지 않아, 다리가 괴사하고 결국엔 죽음에 이른다.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다 물건을 놓쳐 발목을 긁혔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갑자기 Harry가 생각나 소독약을 바르고 연고를 발랐다.

소설 속에서야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극단적으로 전개가 되었지만, 이런 문명 사회에 그런 일로 죽는 일까지야… 하지만 complication은 발생할 수 있지. 호미로 막자… ㅎㅎ

4.06.2017

아프리카 여행: 에디오피아 - 커피



매일 생활하는 환경을 벗어나면 곧 아쉬워지는 것이 있다. 내게는 커피가 늘 그렇다. 커피는 어디에나 있으니 여행 내내 마시긴 마셨으나 늘 맛있는, 그러니까 내 취향의 커피가 아쉬웠다.

찬 우유를 넣은 에스프레소를 좋아하니 에스프레소만 있으면 되는데, 에스프레소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커피를 마시는 방식이 아니라는 걸 절감... 그리고 아프리카는 글로벌, 로컬 브랜드 카페가 널린 대한민국의 도시가 아니다.

아프리카 여정의 마지막 나라 에디오피아... 드디어 커피의 나라에 왔는데 계속 차로 관광지로 이동하다 보니 제대로 된 커피 한 잔을 마실 기회가 없다. 그렇다고 짬을 내서 혼자 도시를 탐험해보고 싶지도 않다. 도저히 그 혼돈 속으로 발을 내디딜 자신이 없다. 누군가 커피 맛을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도 한다. 좋은 것은 다 수출해서 현지엔 좋은 커피가 없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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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akil 가는 길. 왼쪽 가게가 카페]






토모카 카페


긴 여정의 마지막 날, 드디어 토모카 카페를 간다고 한다. 커피도 너무 그립고 아디스 아바바에서 가장 오래 된 카페라 해서 궁금하기도 했고 기대가 됐다. (아마도 최초의 유럽식 카페라는 뜻 아닐까? 그들이 커피를 마신 역사가 얼마인데…)

카페는 혼란스런 길가에 여느 상점과 다를 바 없이 자리를 잡고 있다. 사람들로 바글바글하다. 지금껏 본 아디스 아바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처럼 뭔가 정신이 없다. 그들의 일상의 구역으로 들어가본 적이 없어, 그들에게 어떤 장소인지 모르겠으나, 그냥 이탈리아 작은 마을의 바(bar) 같은 분위기다. 다른 점이 있다면 무척 혼잡하다는 것. 가이드가 소지품 경계령을 내린다. 인파에 두려움이 있는 나는, 혼자 왔더라면 아마도 입구에서 돌아서 갔을 것 같다. 그런데 적극적인 언니들 덕에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메뉴는 이탈리아 식 에스프레소 베이스 커피 음료. 카페 마끼아또를 마셨다. 마시고 싶었던 스타일의 커피를 마셨다는 것에 만족. 남은 현지 화폐를 탈탈 털어 선물할 커피도 샀다.

지금 문뜩 든 생각, 에디오피아가 잠시 이탈리아의 식민지였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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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모카 카페]






커피 ceremony


오래 전 핸드드립 커피를 배우며 여러 나라 커피를 비교하며 맛 보았는데 에디오피아 예가체프가 단연 인기였다. 예가체프 말고 Harar나 Limu도 좋은 커피가 난단다. 그런데 커피의 나라에 왔는데 제대로 된 커피를 마실 기회가 없다. 좋은 커피는 다 수출하니, 맛을 기대하지 말라는 소리도 들린다. ㅠ.ㅠ

가는 곳 마다 카페가 있는데 후다닥 장터국수 한 대접 먹고 가는 분위기에 한량 같아 보이는 남자들로 가득했다. 가끔 느껴지는 불량한 시선들은 얼핏 들어본 아프리카의 여성들을 사회적 지위(?), 삶(?)을 생각하게 했다. 이렇게 저렇게 끼어서 한잔씩 얻어 마셨다.

그런 카페와는 다른 커피 세레모니. 생 원두를 볶아서 내려 마시는 일련의 과정.

난 처음 들어봤는데 이곳에 여행을 왔으면 한 번쯤 해봐야 하는 일인가보다. 누군가 이 의식에 대해 계속 방점을 찍으며 말한다.

호기심과 맛있거나 색다른 커피에 대한 기대로 몇 번 참여해봤다. 그런데 제대로 하는 곳을 못 가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다지 매력적인 의식은 아니었다. 내가 본 곳은 모두 커피를 볶는 건 요식행위일 뿐, 그 자리에서 볶은 커피를 갈아 내려주지는 않고 누군가 뒤에서 커피를 따로 내려 내왔다. 그리고 맛은 둘째치고 집기들이 너무 꼬질꼬질 했다. 물이 어디에서나 수도꼭지 돌리면 콸콸콸 쏟아져나오는 것이 아님을... 많은 사람들이 커다란 플라스틱 통에 어딘가에서 물을 길어다 쓰는 것 같다는... 그런 물 사정을 뻔히 봤는데, 더럽다 탓할 수도 없고... 끓인 것이니 탈은 없겠지 하며 마셨다.

그날은 Mekele에서 묵었던 호텔 옆 커피 집. 로비에서 Danakil로 향하는 차를 기다리다, 차가 지연된다는 소식에 우르르 몰려갔다.

낚시 의자 같이 낮은 허름한 의자들에 죽 둘러 앉아 의식을 관람한다. 원두를 화로에 볶아, 돌아가며 볶은 원두의 향을 맡게 해준다. 이번에도 역시 갈고 내리는 것은 생략하고, 안에서 그 사이 만들어 둔 커피를 내어준다. 잔을 비롯한 집기들은 여전히 꼬질꼬질. 역시 향이나 맛으로 먹는 커피는 아니다. 어떤 원두였을까 물어나 볼 걸... 코코아 가루도 넣어보고... 음... 입에 맞지 않는다고 그대로 놓고 나올 수는 없다. 설탕을 듬뿍 넣어 소주처럼 한입에 털어넣고 마무리.

전통의상을 입고 의식을 진행하는 여자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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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yee 커피


아디스 아바바의 한국식당 대장금 사장님. 토모카 카페의 커피보다 Moyee커피가 더 좋은 커피라고 한다.

누군가 사장님과 살짝 모예 커피를 거래한다. 그 장면을 다른 사람들이 목격. 너도나도 그 커피를 사겠다는데 더 없단다. 그 사람이 다 털어서 사버린 것. 그 커피를 꼭 사야 하겠다는 사람들. 슈퍼에서 판다는 정보를 입수. 슈퍼에 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결국 현지 가이드가 모예 커피 공장으로 우리를 인도했다. 굳이 줄을 서지 않아도 대충 눈치로 순서가 정해지는데, 상관 없이 서로 사겠다 아우성이다. 그렇게 싹쓸이 하다시피 커피를 쓸었다.

드디어 내 차례, 마지막으로... 그런데 주문을 하자 난감한 표정이 된다. 남은 게 없냐고? 없으면 됐다 하니, 자기들끼리 몇 마디 말을 주고 받더니 있단다. 그리고 한참 걸려서 주문한 양을 꺼내왔다.

돌아와서 주위에 선물하고 나도 한 봉지. 그런데 이 커피, 왠지 맛있다. 내게 커피는 세 종류다. 맛있는 것, 그저 그런 것, 맛없는 것. 이 커피는 맛있다. 받은 사람들도 진짜 맛있단다. 맛의 비결은 아마도 신선함이 아니었을까... 볶은지 오래된 것 순서로 팔 테니까 마지막에 판 내 것이 가장 최근에 볶은 신선한 커피... ㅎㅎㅎ

[P.S. 인터넷을 뒤져보니 Moyee커피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헤드쿼터를 둔 유럽 회사. 우리가 쓰는 돈이 내일 아침이면 유럽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여행 내내 종종 들었는데…ㅠ.ㅠ 공정무역처럼 공정여행이라는 개념이 있던데, 그런 지향이 있는 여행이었다면 좋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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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인상

 

부시맨 마을에서 만났던 부시맨 청년이 있었다. 그날은 영어를 한마디로 못하는 연기도 하며 가죽 팬티만 걸치고 원시부시맨 (외부 세계와 상관없이 자신들의 전통 생활 방식을 고수하면 사는) 역할을 담당했지만, 알고 보니 영어도 엄청 잘하고 교육 받은 의식 있는 청년이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여행에 동행했던 분께서 그 청년의 사진을 몇 장 보내주셨다. 어쩐지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하며.

사람의 인상은 때로 참 많은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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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또로… 이름의 첫 음은 지금껏 배운 어떤 언어에도 없는 click 소리…]

 

이 새를 보면 동물들에게도 인상이 있다 싶다. 물론 하마도 그런 생각을 하게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 첫 일정인 Ngorongoro 분화구에서의 사파리. 본격적인 game drive 전에 일단 짐을 내리러 캠핑장을 들렀는데, 거대한 새가 캠핑장을 유유히 휘젓고 다닌다. 더러워 보이기도 했지만, 왠지 불길해 보였다.

조용필님 덕에 우리에게도 성지 같은 대접(?)을 받는 Kilimanjaro 산에 갔다 왔는데, 노래의 모티브를 제공한 헤밍웨이의 단편소설 ‘the snows of kilimanjaro’는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아서 인터넷을 뒤지니 pdf 파일로 있다. 아프리카 사파리가 배경이다. 같은 사파리라도 좀 부풀리면 100년 전쯤이라 지금과 너무 다르겠지만, 그래도 장면장면이 머리 속에 그림으로 그려진다.
소설. 이야기를 시작하자 마자 큰 새들이 등장한다. 그 새들은 주인공에게 불길함을 일으킨다. 책에서는 그냥 ‘큰 새들’이라고만 했는데 왠지 어떤 새인지 알 것 같다. 아니, 이 새라고 장담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헤밍웨이도 이 새를 보았고, 같은 느낌을 받았고, 그래서 매우 의도적으로 소설의 초반에 결말(주인공의 죽음)에 대한 전조로 이 새를 등장시켰다는 것도 왠지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 짧은 글이지만 읽는 내내 불길한 그림자가 한 순간도 거두어지지 않았던 공이, 이미 알고 있는 그 새의 이미지에 있었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 새의 인상은 강렬하고, 한결같이 더럽고 불길하다.


아프리카 대머리 황새 (Marabou stork)

아프리카 사하라 남쪽에 서식. 습지, 건조한 곳 가리지 않고 심지어 사람 거주지에도 산단다.
무리를 지어 지내고 건기에 나무에 둥지를 만들어 두세 개의 알을 낳는다. 성격이 고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새는 갈색 빛이 나고 부리가 작다. 외관으로 암컷 수컷을 구별할 수 없다. 머리에 깃털이 없고 목에 주머니가 있다. 부리가 크다.
동물의 죽은 시체를 먹는데 찌꺼기, 소화되지 않은 음식 등 삼킬 수 있는 것은 다 먹는 다고 한다.
사람 거주지 쓰레기를 뒤져 먹기도 하고, 다른 새들을 먹기도 하고, 번식기에는 죽은 동물보다는 살아있는 작은 동물들, 새 새끼들, 물고기, 개구리, 곤충, 알, 갓 부화한 악어 같은 파충류 등등을 먹는다.
독수리들을 따라다닌다. 독수리들이 떼어놓은 살점을 주워먹기도 하고 훔치기도 한단다.
식생활 때문에 머리에 깃털이 없다는 설이 있단다.
(이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은 아닐텐데... 운명은 잔인한 것.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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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rongoro 캠핑장. 아마도 아프리카에서 처음 목격한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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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원근감을 고려해야겠지만, 사람과 비교하면 크기가 더욱 실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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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왼쪽에 보이는 캠핑장 부엌 주위를 맴도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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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얼룩말을 뜯어먹는 독수리 떼. 오른쪽 뒤로 하이에나 세 마리도 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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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얼룩말 뜯어먹는 독수리 떼 옆을 어슬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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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식사 중인 독수리 주변을 배회하며 기회를 노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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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에서 발견한 무리]

3.25.2017

아프리카 여행: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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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의 캐릭터는 심통을 부려도, 욕심을 부려도, 말썽을 부려도 늘 한결같이 ‘귀엽다’로 종결되었던 것 같은데 실제 하마는 정말 심술궂고 못돼 보인다. 아무리 봐도 순하거나 귀여운 구석은 눈곱만큼도 없다. 실제 성격도 그렇단다. 하마의 캐릭터를 만든 사람은 정말 초 긍정적, 낙천적인 사람이지 않았을까…

피부가 약해 낮에는 물 속에 있고 어두울 때 풀을 먹는단다. 아마도 밤새 200kg의 풀을 먹는다 했던 것 같다. 목 주위의 붉은 빛은 천연 자외선 차단제가 분비된 것. 주위에 항상 새가 있다. 음.. 하마 새라더니 하니 누군가 악어 새는 들어봤어도 하마 새는 처음이란다. 아, 맞다. ㅎㅎㅎ. 하마의 육중한 몸 (무게가 1~2톤에 달한다고 함.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데)이 움직일 때마다 풀밭에서 날아오르는 벌레를 잡아먹으려고 주위를 맴돈단다. 성격이 포악하여 몸의 상처는 성격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화가 나면 시속 40km로 달릴 수 있다고. 헐… 그 짧은 다리로. 마라톤 세계기록의 속도.

쵸베 강 보트 크루즈. 풀밭에서 풀을 뜯는 하마. 원래는 물 속에 있을 시간인데 아마도 습기가 많아 아직 풀을 뜯는 것 같다고. 몸의 상처로 보아 아주 포악한 녀석이라며 자극할 행동을 하지 말라고 다가가며 신신당부한다. 우리가 탄 보트 하나쯤 뒤집는 것은 일도 아니란다. 진짜 조용히 사진만 찍었는데 뭐가 거슬렸는지 몇 번 노려보더니 우리를 향해 후두두두 물속으로 들어온다. 으악… 진짜 전속력으로 도망갔다. ㅎㅎㅎ

20161231-192[Ngorongoro 하마 연못]

20161231-193[Ngorongoro. 하품]

20161231-198[Ngorongoro. 개구리 닮은 짧은 다리. 저건 좀 귀여움. 저 다리로 시속 40km라니.]

20161231-203[Ngorongoro. 역시 눈길이 곱지 않다]

20170123-159[쵸베 강, 보트 사파리. 평화롭게 풀을 뜯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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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베 강. “저것들… 도대체 뭐냐???”]

20170123-232[쵸베 강. “냠냠… 그건데 저것들 거슬려, 거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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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베 강. 우리를 향해 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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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베 강. 입수 일보직전. 다음 장면은 혼비백산 도망가느라 못 찍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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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베지 강. 저 입 한 번 벌려주기를 얼마나 고대했는지. ㅎㅎ]

3.24.2017

아프리카 여행: Kasane 가는 길

 

카사네는 Botswana 쵸베(Chobe) 국립공원의 거점도시.

카사네 가는 고속도로 길가에서 코끼리를 실컷 볼 수 있다며 세렝게티 사파리에서 많이 못 본 코끼리를 아쉬워 말라더니, 그 길에 들어서서 신나게 달리는데 코끼리가 보이지 않는다. 빅토리아 폭포에 가까워지니 들판의 초록이 점점 짙어져 동물이 나올 것도 같은데 좀체 내 눈엔 띄지 않는다. 누구는 코끼리도 보고 심지어 기린도 봤다는데… ㅠ.ㅠ

잠시 휴식 중, 기린까지 봤다는 말이 사실일까 싶어 다른 차를 운전하는 짐바브웨 청년 죠지에게 코끼리 봤냐 물으니 봤단다. 기린은? 그것도 봤단다. 엉엉… 난 아무것도 못 봤는데… 그런 내가 불쌍했는지 지금부터 한 시간 가량 절대 졸지 말란다. 코끼리가 나타날 것이라고.

잠깐의 순간도 아까워 그렇게 긴 차량 이동 중에도 기절한 적은 있어도 잔 적은 없음에도, 더 눈을 부릅뜨고 창 밖을 살피는데… 두둥~~~ 진짜 코끼리가 나타났다. 거짓말처럼 눈 앞에…
(그러고 보니 야생동물이 시야에 있다는 사실이 늘 거짓말 같았다. 믿을 수 없을 만큼 신기한 일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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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차는 ‘불법’이라고 거듭 하는 말을 들었으나, 동네 사람도 아니고 그 광경을 어떻게 일상처럼 지나칠 수 있을까… 너무 정차하라 외쳐대니 그 기세를 못 이겨 잠시 정차, 서행…

그런데 그들은 빠르다. 동물원 우리 속 움직임으로 그들을 판단했던 모양. 잠시 우리와 친구가 되어줄 생각은 전혀 없다. 아무리 그대로 있길 바래도 빠르게 숲 속으로 사라진다. 하마도 그 덩치에 그 짧은 다리로 시속 40km를 달린다는데…

그 후 몇 번 더 나타났지만 너무 늦거나, 정차가 불법이라는데 계속 정차를 바라기엔 너무 염치 있는 사람들이라, 아쉬움을 쌓으며 우리도 그들도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동네에 여우도 늑대도 사슴도 아닌 코끼리가 살 수 있는 곳이 아프리카라는 것을 마음 어딘가에 새기며…

쵸베가 코끼리 밀집도가 가장 높은 야생동물 보호구역이라고. 동네에도 코끼리가 출몰하는데 보호구역은 오죽 하겠나 싶다. (그런데 정작 쵸베 국립공원에서는 보트사파리만 해서 코끼리를 한 마리도 못 봤다는… 흑흑…)

달리는 중에 풍경처럼 스쳐지나가는 코끼리들이 마냥 아쉬웠다. 선두 차량에서 신호를 보내주면 훨씬 나을 텐데 왜 그렇게 안 하는지 모두 의아해 했다. 그러면 어떠냐 해도 들은 척 만 척. 이놈의 여행사는 도대체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그렇게 정차가 불법이라는 것을 강조하더니, 야생동물 출몰 지역이니 조심하라는 요지의 안내판이 붙어있다. 그냥 적당히 알아서 하라는 것이지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뜻은 아닌데, 불법이라니… 이놈의 여행사는 하는 말 중에도 도대체 맞는 말이 없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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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2017

아프리카 여행: 꿈의 시작

 

아프리카 여행.

다녀오고 보니 여느 패키지처럼 ‘음~ 가봤어, 해봤어’를 추구하는 여행 상품이 아니었을까 싶을 만큼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물론 무사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해준 것에 감사하지만. 

36일간 ‘to do list’ strike out 하듯 아무것도 모르고 정신 없이 이끌려 다닌 아프리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이 단꿈처럼 느껴졌었다.

저절로 숨을 크게 쉬게 만들었던 하늘, 들판, 바다.
아이같이 웃고 떠들게 만들어 주었던 동물들.
고맙고, 즐거웠지만 왠지 늘 마음 한구석을 짠하게 했던 사람들.

사랑의 기억…… 그 기억에 의하면 난 아프리카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내 꿈에 여행은 없었다. 역마살을 왠만큼 풀어냈다 해야할까… 뭐 그랬다.
그런데 지금부터 내가 사는 이유엔 언제일지 모르는 ‘아프리카에 다시 가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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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이 마을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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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렝게티 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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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비아 들판]

3.05.2017

아프리카 여행: 번지점프를 (당)하다

 

1485291822597 [줄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나]

웬만하면 하는 것, 해보는 것, 할 수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안 하겠다는 것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번지점프…
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허공으로 몸을 던질 수 있다면, 언젠가 정말 살기 싫은 순간 갑자기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Victoria Falls에 가기 며칠 전부터 누가 자꾸 번지점프를 하자고 한다. 계속 안 한다 하니 그럼 스윙점프를 하란다. 자유낙하 없이 줄 잡고 와이어 타고 쭉 내려가는 것이란다. 그렇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Vic. Falls에 도착한 날, 그 분이 또… 번지를 하는 사람이 자신밖에 없다며 자신은 번지를 할 테니 스윙점프를 하라고 한다. 자유낙하가 없는 zip line임을 강조하며. 보검이가 번지 했던 장소이기도 하고, Vic. Fall인데… 자유낙하도 아니라는데 그리 무섭기야 하겠어. 에라 모르겠다 하며 신청하고 돈도 내버렸다.

Victoria Falls bridge 중간에 번지 대가 있다. 그 곳에서 번지도 하고 스윙점프도 한다. 다리 위에서 밑을 내려다보면 까마득하다. 거기서 뭘 한다 해도 무서울 것 같다.

IMG_2577[Victoria Falls Bridge: 다리 중간에 점처럼 보이는 지붕이 번지 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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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줄타고 내려간다잖아 위로하며 몸무게 재고, 건강상태 문진도 하고. 번지 대에 가서 Harness도 착용하고. 그때 까지도 그 아저씨는 번지, 나는 자유낙하 없는 스윙점프인 줄 알았다. 도우미들이 헷갈려 하는 것 같아, 그는 번지고, 난 스윙점프라고 이야기도 해줬다.
그 분이 번호는 앞인데 나를 먼저 하게 한다… 굳이 순서를 지키고 싶었지만, 하는 사람이 둘 밖에 없어서 그냥 lady first의 순서로 하나보다. 오케이…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는데 뭐…
그런데 타고 내려갈 줄이 보이지 않는다. 이상한데? 에이 뭐… 다 방법이 있겠지.
모두 걱정스런 표정으로 격려해준다. 현지 가이드들까지. 그냥 zip line 타고 내려오는 것이 이렇게까지 격려받을 일인가?
아무튼 연신 찍어대는 그들의 카메라에 인사말을 하고, Harness를 줄과 연결하고 번지 대에 섰다.
그때까지도 까마득히 몰랐다.
그러다 얼마 후 (아마도 몇 초 정도의 시간이 아닐까?) ‘잉? 번지?’ 했다.
발끝을 번지 대 밖으로 내민 상태로 서란다. ‘진짜?’하며 공포가 몰려오는데, 몸은 이미 시키는 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들이 그냥 ‘jump!’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확실히 알았다. 번지라는 것을. 뛰어 내려야 한다는 것을.
그렇지만 너무 늦었다. 난 이미 그들의 손아귀에 있었다.

Jump??? 어떻게???

“I don’t think I can do it”만 반복했다. 한 다섯 번쯤?
그들에게 그 말을 열 번쯤이라도 참고 들을 인내심은 없었다.
누군가 허리를 밀었고, 난 떨어졌다.

휙~~~ 아마도 눈을 감았나 보다. 아무것도 본 기억이 없으니. 언제 눈을 감고 언제 눈을 떴는지 기억이 없다.
줄을 두 손으로 꼭 잡고 다리를 붙인 상태로 펴고 있으라 했는데…
다리를 꼭 붙이라는 것을 깜빡 했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허공에서 낙하하는 몸이 어떤 자세는 못하랴, 몸이 제 멋대로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음, 이러면 안 되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있는데, 다 떨어졌다.

다 떨어졌다.

그냥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상태가 됐다. 난 잠베지 강 어느 협곡 사이 공중에서 왔다 갔다 스윙을 하고 있었다. 위는 뭉게구름이 둥실둥실 떠있는 파란 하늘,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험악하게 흐르는 까페라떼 색 강물…

으악~~~ 으악~~~~ 으악~~~
얼떨결에 떨어지느라 지르지 못한 고함을 뒤늦게 다 질렀다.
그러다 아직도 딱 붙이지 않은 다리가 생각나서 붙이고…
다리 위에서 손 흔들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두 손을 꼭 잡으랬는데 왠지 이제 한 손쯤은 놔도 안전할 것 같아 한 손을 놓고 위쪽 사람들에게 손 흔들어 주고, 전후 좌우 경치 구경하며 허공에 매달려 있는 상태를 즐기는데 끌어올려준다.
도우미들이 안전하게 안내를 하지만 매 순간이 아찔하다.

와~~~~~~~~ 번지를 하다니…

지시대로 다리 아래쪽 통로를 지나 땅 위 다리로 올라오는데, 모두 구경하는 자신들이 더 무서웠다고 괜찮냐고,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대단하다 축하해준다. ㅎㅎㅎㅎㅎㅎㅎ
진실을 말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밀어준다고… ㅎㅎㅎㅎㅎ
한동안 꼼짝도 안하고 있어서 기절한 것이 분명하다 했단다. ㅎㅎㅎㅎㅎㅎ
누군가 물었다. 번지점프랑 스윙점프의 차이가 뭐냐고. 지금이야 알지만(번지+스윙) 그때 그제서야 나도 그게 궁금했다. (정식 명칭은 Bridge Swing, zip line 타고 내려오는 것은 Bridge Slide. 모두 Shearwater Victoria Falls에서 진행하는 상품들. 한번 검색만 해봤어도 이렇게 어이없이 당하는 일은 없었을 텐데… ㅠ.ㅠ ㅎㅎ)

다리 중간에서 끈질기게 권했던 아저씨의 부인을 만났다. 그 언니에게 아저씨께 손해배상 청구하겠다고, 번지점프 아니라고 하지 않았냐고 완전 속았다고… 속은 것에 대한 분함을 일단 토로하고… ㅎㅎㅎㅎ
Harness를 풀러 도우미들에게 갔더니 모두 엄지를 올려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누가 나 밀었냐고, 나 민 사람 누구냐고 나오라니, 모두 나는 아니란다. ㅎㅎㅎㅎㅎㅎ

남들 보기에는 멀쩡히 보였는지 모르겠지만 머리가 묵직하고 뭔가 제 정신이 아니다. 매달려 있을 땐 멀쩡하던 심장이 오후 내내 종종 쿵쿵쿵 뛰었다.
으악… 번지를 하다니. 죽는 날까지 절대 하지 않겠다 했는데. 번지에 대한 내 소신이 그렇게 어이없이 무너지다니… 이렇게 황당할 수가… 엉엉…

뒤 이어 스윙점프를 하고 올라오는 아저씨를 만났다. 역시 분함을 토로했다. 자유낙하가 없다고 분명 말하지 않았냐… 손해배상해라… ㅎㅎㅎ 역시 두리뭉실 상황을 모면하셨다.

그날 손해배상으로 점심을 사시며 하시는 말씀. 혼자 하기 싫어서 누구를 꼬드길까 신중히 물색해서 며칠 동안 공을 들여 작업을 하셨단다. 으악… 사람들은 그렇게 목표를 세우고 계획적으로 사는 구나. 나는 뭐니? 그런 사람들의 쉬운 목표물이 될 만큼 허술한 티가 나는 사람이구나… ㅎㅎㅎㅎ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샤워하다 미친 사람처럼 웃었다. 자꾸 웃음이 났다.

그 분이 아니었으면 난 번지라는 것을 해봤을까? 이렇게 어이없고 황당하지만 즐거운 순간이 있었을까? 그 분의 target이 될 만큼 좀 모자라 보이길 잘했네, 잘했어 했다. 수년간 지켜온 신념이 그렇게 어이없이 무너져 황망한 구석이 있었지만, 안 해본 것 보다 나았다.

번지를 안 해본 사람들은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누구도 할 수 있다고. 도우미들이 밀어서 안 떨어지고 버틸 수 없다고. ㅎㅎㅎ
떨어질 땐 경황이 없어 아무 생각이 안 나고, 떨어지고 나서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저 신난다고. 게다가 harness가 아주 안정적이라 신체 어느 곳도 불편하지 않다고. 번지는 안 해봐서 모르나, 스윙점프는 괜찮다고… 스윙점프를 하라고… ㅎㅎㅎㅎ

그리고 다행인 것은 내가 염려했던 번지점프와 아파트 옥상 점프는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지금도 옥상에서 뛰어내릴 용기를 낼 수는 없을 것 같은 것으로 보아서. ㅎㅎㅎ

더 이상 번지 점프를 하지 않을 이유는 사라졌지만, 번지 대에 자발적으로 다시 오를 것 같지는 않다. 해봤는데 뭐… ㅎㅎㅎ 하지만 꼭 올라야 한다면 ‘그래, 까짓 것 뭐’ 하며 오를 수는 있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때도 스스로 뛸 수 없을 같다. 누군가 또 밀어주겠지. ㅎㅎㅎㅎㅎ

3.01.2017

아프리카 여행: white water cruise (?)

 Zambezi강 rafting 사진과 동영상을 메일로 받았다. 카메라 소지가 불가능해서 현지 가이드들이 찍어주는 것을 1 copy만 사서 나눠 갖기로 했던 것. 그 사진들이 없어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보니 그날의 즐거움이 다시 떠오른다. 사진 찍기를 좋아하지만 집착(?)은 없는 것 같은데, 유난히 이번 여행의 추억이 담긴 사진들이 고맙고 다음엔 더 부지런히 사진으로 기록해야겠다 결심하게 된다. 도대체 얼마나 더 찍어오려고… ㅎㅎ

Zimbabwe와 Zambia의 국경인 Zambezi 강 위에 Victoria 폭포가 있다. 폭포의 상류에서는 sunset cruise를 하고 하류에서는 white water 래프팅을 한다.

폭포에서 떨어진 물이 양쪽에서 잡아당겨 지그재그 모양으로 찢어진 것 같아 보이는 협곡 사이로 빠르게 흐른다. 1.7km의 폭으로 흐르던 강물이 폭포를 거쳐 갑자기 몇 십 미터의 폭의 협곡을 흘러야 하니 속도가 엄청날 수 밖에. 그나마 협곡이 지그재그 모양이라 속도를 좀 잡아 래프팅이 가능한 것 같다.

강 위쪽은 짐바브웨, 아래는 잠비아

헬기에서 찍은 사진. 왼쪽에 폭포가 있다. 연기는 폭포에서 피어오르는  물안개

래프팅 전날. 모두 공포에 질려있다. 공포가 적절한 단어가 맞다. 모두 협곡 사이로 카페라떼 색깔 물이 엄청난 거품을 내며 흘러가는 것을 봤거든. 취소가 속출했다.

 이런 상황에도 가이드는 우리의 공포를 떨쳐내 줄 의사가 전혀 없는 것 같다.
신발은 웬만하면 벗겨질 것이며 거의 한번은 빠지게 된다고. 일단 빠지면 몸이 빨려 들어가듯 물 속으로 쑥 들어간다고. 물이 흐르는 방향을 바라보고 누워 다리를 약간 구부려서 바위 같은 장애물을 만나면 발로 차낼 준비를 하라고. 부딪히면 다친다고. 올라왔을 때 보트 밑일 수 있다고. 당황하지 말고 한 방향으로 짚어서 나오면 된다고. 보트가 뒤집혔을 때 보트에 둘러쳐져 있는 밧줄을 너무 꽉 쥐고 있다 손이나 팔을 다칠 수 있으니까 그냥 놓으라고. 그렇지만 어떤 상황이든 안전요원들이 구해내니까 겁먹지 말라는 말을 덧붙이지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수영을 좀 하니까 물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데 다이빙의 경험이 떠오른다. 한없이 쑥 가라앉는 것 같았던. 그때 무섭지 않아서 보트에서 떨어지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었는데, 막상 물살을 목격하고 나니 너무 무섭다… 전날 마지막 취소의 기회가 있었는데, 래프팅의 성지 잠베지 강에 다시 올 기회가 언제 있을 것이라고… 포기할 용기도 없어 그 기회를 상실했다.

무서워서 잠도 제대로 못 잤다. 협곡을 오르내려야 하니 신발을 신지 않을 수 없어 고무줄을 빌려 최대한 칭칭 동여매고, 딱 옷만 입고 이른 아침 차에 실려 래프팅 장소로 가는데, 전날 했던 번지점프 열 번과 바꾸자면 바꿀 것 같았다.

상황은 돌이킬 수 없고… 사정을 해보기로. 대장으로 보이는 Gordon에게 빠지지 않게 해달라고. 재미없다고 절대 불평하지 않을 테니 살살 해달라고. 분명 이에 반대하는 남자들이 있을 테니 여자들만 따로 할머니 코스로 부탁한다고.
여자끼리 타면 노 저을 사람이 없어 더 힘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남자들이랑 타면 아무래도 객기를 부릴 것이고 그러다 부상이 발생하는 것을, 그래서 귀국하는 것을 이번 여행에서 목격했기에, 그저 안전 말고는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Gordon이 빠졌을 때 안전수칙을 설명했다. 수영을 할 줄 알면 수영해서 보트로 오고. 못하면 안전자세를 취하고 가만히 있고. 줄이 담긴 가방을 던져줄 땐 절대 가방을 잡지 말고 줄만 잡으라고. 가방을 잡았다가는 잠비아로 떠내려가 ‘bye, bye’를 해야 한다며… 안전수칙을 아무리 숙지해도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하여 다시 못을 박는 심정으로, ‘숙녀보트 타는 사람은 안전수칙 따위는 필요 없지요?’ 하니 두고 보자며 웃는다.

강을 만나기 위해서는 가파른 협곡을 내려가야 한다. 30분 정도.

Gordon이 우리 보트를 맡았다. 숙녀보트에 타야겠다는 신사가 있었지만 정중히 사양하고… ㅎㅎ 축구선수 같은 느낌의 TJ가 우리 보트로 왔다 신사보트로 간다. 가이드가 한 명이라도 더 있어야 노도 잘 젓고, 덜 빠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가지 말라고 다급하게 그를 부르니, 여유 있는 표정의 Gordon… “We’ll be all right… Don’t worry..” 하며 웃는다. ㅎㅎ

1번부터 24번까지의 급류가 있는데 우리는 11번부터 시작했다. 물이 많은 계절이라 더 상류는 위험하다고. 우기인데다 계속 비가 내린데다 엄청난 수량을 전날 눈으로 확인한지라 ‘그럼, 당연하지!’ ㅎㅎ

생전 처음 타보는 래프팅 보트. 달랑 고무보트와 보트 주위에 두른 줄이 전부. 카누를 무지 잘 타는 안전요원이 주위를 맴돌고 있지만 그다지 미더워 보이지 않는다… 안전벨트도 없이 그 고무보트 가장자리에 걸터앉은 자세로 급류를 헤치고 나아가야 한다니… 으악~~~

down 줄잡고 엎드리기, up 일어나 앉기, start 노 젓기 시작, stop 노 젓기 멈추기… 각 동작을 신호에 따라 연습하고 출발~~~

첫 번째 급류… 급류의 이름을 알려주고 물살의 세기를 말해준다. Down!!! 모두 down을 외치며 신속하고 일사 분란하게 엎드린다. 빠질까 봐… 신사 보트에서 벌써 한 명이 빠졌다. 그 광경에 더 정신을 차리고 말을 더 잘 듣는다. 하하



신사 보트는 군인들 같이 한 목소리로 우렁차게 구령을 붙이며 노를 저으며 급류 중앙을 통과한다. 우리 보트는 옆으로 살짝 돌아서… ㅎㅎ



급류가 아닌 곳에서는 Gordon이 저어주는 보트를 즐기며 주변 설명도 듣고, 오렌지도 까먹고, 간간히 나타나는 절벽과 절벽 사이 폭포도 감상하고, baboon도 구경하고, 하늘 감상도 하고, 주변 경치를 즐겼다. 그냥 흘러가는 물에 떠내려가보기도 하고. 그러다 ‘start’하면 노 몇 번 젓고.



노 젓기.
조금 지나다 보니 여자 넷의 알량한 노 젓기는 그냥 요식행위라는 느낌이 온다. 그래도 손바닥에 물집 생기기 일보직전까지는 저었다. 아무런 도움도 못되면서 태도조차 불량하면, 기분 나빠서 보트 뒤집을까 봐… ㅎㅎ

Gordon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뒤집을 것 같다^^



사실 Gordon이 그냥 다 알아서 했다. 특히 급류에서는 'stop'을 외치며 혼자 보트를 조정했다. 모두 Gordon의 힘에 감탄했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재미 없을까봐 노도 저으랬다, 엎드리랬다, 일어나랬다 그런 것 같다. ㅎㅎㅎ
그야말로 혼자 열 일하는 Gordon




저 안정적인 뒤태 ^^


몇 번의 급류를 지나니까 급류에 대처하는 요령도 생기고 마냥 즐겁다. 신사보트 가이드들은 방향만 잡아주지 딱히 노젓기에 동참하지 않아 보인다. 급류가 아닌데서는 앞으로 가려고, 급류에서는 보트 뒤집힐까봐, 아뭏든 죽어라 노를 저어야했던 신사보트 선원들... 노 저으며 저절로 욕이 나왔다고. 유유자적 보트놀이를 즐기고 있는 우리보고 그게 크루즈지 래프팅이냐고 볼멘 소리를 한다. 사실 딱히 아니라 할 수가 없다…ㅎㅎ

맨 오른쪽이 TJ

마지막 급류를 몇 개 남겨두고는 끝이 나고 있다는 것이 아쉬웠고, 아무튼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래프팅을 마쳤다. Thank you very much, Gordon!!!



이곳 래프팅의 hard part는 가파른 협곡을 오르내리는 일.

내려오기도 쉽지 않았는데 올라가는 것은 얼마나 더 힘들까 했는데, 분출된 아드레날린이 그때까지 유효했는지 예상보다 쉽게 올라왔다. 착한 TJ, 짐을 들어주겠단다. 하지만, thank you but no thank you. 내 일은 내가 했을 때 가장 기쁜 법. ^^

그리고 위에서 협곡을 내려다보며 맥주한잔 곁들여 먹는 맛있는 점심~~ 치킨 바비큐. 어떤 것 줄까 하길래 ‘큰 것’하며 하나를 가리키니, 다른 것이 더 크다며 더 큰 것을 골라준다. 현지 가이드들... 모두 유쾌하고 친절해 여행을 더 즐겁게 만들어준다. 감사~~~
래프팅 증명서. 빈칸에 각자의 이름을 적어넣으면 된다.
돌아오는 길 차 안에서 모두 신나서, 취소했으면 엄청 후회할 뻔 했다 하며 두려움에 떨었던 것을 억울해 했다. 무사히 다녀온 우리를 보고 두려움에 취소한 한 언니가 겁을 잔뜩 준 가이드를 원망했다.
그러게… white water cruise였는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