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6.2007

루콜라


올리브 기름에 양파를 다져서 볶다가 루콜라와 잣을 넣고 파스타 넣고 그라나파다노 한주먹 넣으면 맛있는 ‘파스타 con rucola’가 된다.

PBS에서 요리를 하는 주말 오전이면 TV를 끼고 앉아 있다시피 할 정도로 요리 프로를 즐겨보던 시절 arugula(=rucola)라는 채소로 만든 샐러드만 나오면 감탄사를 연발하는 출연자들의 오버같은 액션에 호기심이 발동하여 한 봉지 사다 먹어보자 하고 처음으로 먹어 봤다. 그런데 쌉쌀한 것이 겨자 잎이나 무청처럼 매캐한 맛이 있기도 하고, 뭐 그다지 즐거운 맛이 아니었다. 그리고 역시 오버쟁이들이군 했었다.

그러다 조금씩, 조금씩 여기 저기에 들어있는 것을 먹게 되고 그 맛에 길이 들다 보니 이젠 나도 예전의 호들갑스러워 보이던 그들처럼 다른 샐러드 산처럼 쌓여있어도 rucola가 있으면 그것만 한 주먹 먹으며 ‘음 맛있어, 맛있어’ 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채소가 되어버렸다.

입안에 낯선 것을 넣는 일에 유난히 겁이 없다 보니 새롭게 알게되는 맛이 있는데, 겁 없이 살다 보면 음식처럼 사는 새로운 맛을 느끼는 날이 있을까.. 뭐 그런 청승맞은 생각이 드는 날이다.

pasta frolla & pasta sfoglia


요즘 나의 주요 일과는 torta di pere, 배파이와 torta di mele, 사과파이를 만드는 일이다. 이곳에선 레스토랑이라고 뭔가를 전문적이고 섬세하게 할 것이라 기대해선 안 된다. 파이도 감자탕 집답게 어렸을 때 엄마가 막걸리로 부풀려 팥 넣어서 해주던 찐빵만큼이나 소박하다. pasta frolla를 둥글고 낮은 torta용 팬에 편 후 사과든, 딸기든, 복숭아든, 살구든 벽장에 있는 아무 잼이나 듬뿍 바르고 보기보다는 훨씬 맛있는 배와 도대체 그냥은 먹을 수 없는 사과를 깎아 잘 정렬한 후, 밑에 깔린 설탕 덩어리 잼도 모자라 zucchero di canna, 즉 황설탕을 내가 하면 살짝, 옆에서 라나라도 거들면 도저히 먹고 싶은 생각이 없을 만큼 듬뿍 뿌리고 배 파이 위에는 쵸콜렛을 갈아 뿌리고 오븐에 넣어 색깔 날 때 까지 구우면 끝이다.

어느 날, 우리 chef 마녀가 pasta frolla 남았니? 하고 묻길래 pasta frolla가 뭐지요? 했더니 내가 매일 파이를 만드는 반죽을 말하는 것이었다. 밀가루 600, 설탕, 버터 각각 300, 바닐라 한 봉지, 노른자 두 개, 그냥 계란 4개를 고난도의 작업 또는 비밀이나 되는 냥 매일 온갖 자질구레한 일을 다 부려먹는 용도의 나를 놔두고 chef가 손수 반죽기를 돌린다. 부드럽게 해서 넣어야 하는 버터를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칼로 뚝뚝 베어 넣어 반죽을 틀에 펴다 보면 버터 덩어리가 나오는.. 그래서 맘 같으면 ‘이게 뭐에요, 버터를 넣기 전에 부드럽게 했어야지요’ 하고 한마디 하고 싶으나 못 본 척 떼어 버리고 하는... 그것이 pasta frolla였다.

요리 책을 보다 보면 pasta sfoglia와 함께 자주 등장하는 단어로 재료에 그냥 설명 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이곳에서 요리 책을 보는 주부라면 이미 각자 비장의 두 반죽의 조제법 정도는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는 것 같다. pasta frolla는 파이를 먹을 때 파이 바닥에 부슬부슬 부서지는 바로 그것이고 pasta sfoglia는 pastry반죽이다.

이 곳에서도 pasta sfoglia도 torta salata(소금간 한 파이, 즉 달지 않게 야채, 치즈, 계란 등을 넣어 antipasto로 주로 먹는다.)를 만들 때 쓰긴 쓰는데 부엌에 밀가루 반죽 제대로 밀 공간이 없기도 하지만 도대체 접시 위에 푸짐한 음식 말고 뭔가를 담아 내려는 레스토랑이 아니다 보니 그냥 슈퍼에서 파는 것을 쓰고 말아 직접 만들어볼 기회는 영원히 없을 것 같다.

decisivo movimento


saltare...
jump, hop, skip 등등의 뜻이 있고 조리용어로는 sauté .. 즉, 가볍게 볶는 다는 뜻이지만 이탈리아 조리에서는 그냥 볶는 다는 뜻이 아니다. 팬에서 도구 없이 음식을 던지듯이 하며 잘 섞이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saltare하라는데 주걱을 들고 저으려 덤비면 그게 아니고 saltare를 하란다. 나도 어떻게 하라는지 것인지 안다고요~~~ 그저 잘 안될 뿐이라구요..

대학시절 학교 축제에서 재미 삼아 파전 날려서 뒤집어본 경험밖에 없을뿐더러 옆에 있는 성격 급한 사람을 넘어가게 할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소스 한 방울 냄비 밖으로 튀는 것도 편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성격을 가진 나로는 흘러내릴 수 있는 액체와 더불어 2/3쯤 찬 팬을 들어 던지듯 내용물을 섞는 다는 것은 참으로 강한 심리적 저항을 동반하여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은 일인 것이다.

하지만 saltare가 이탈리아 요리에서 얼마나 중요한 단어는 이탈리아에서 파스타를 시키면 나오는 모든 접시를 보면 안다. 적어도 이탈리아에는 삶은 파스타 위에 덮밥같이 소스 듬뿍 얹은 파스타는 없다. 모두 소스를 묻혀서 나온다. 모두 팬에서 일명 ‘saltare’를 한 후 접시에 올려진 것이다. 물론, 주걱으로 섞어서 소스를 묻혀도 되지만 자꾸 보다 보면 saltare하는 것을 보면 파스타 맛을 최상으로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요리사라는 직업을 갖게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이탈리아 요리법의 상징이기도 하고 요리를 배우는 사람이기도 하고, 또 주문이 폭풍같이 몰아칠 때는 영락없는 마녀인 chef의 닦달도 있고 간간이 재미 삼아 돌려보던 팬을 심각하게 돌려야 하겠다 싶어 기회 있을 때 마다 팬을 돌린다.

꼬맹이들을 빼고 팔씨름으로 누구도 이겨본 적이 없는 팔힘을 가진 내게 엄청 힘을 요구하기도 하는 일이라 그렇게 잘 안 되던 것이 자꾸 하다 보니 가끔은 제대로 된다. 소스가 튀면 어떡해, 음식이 바깥으로 날아가 버리면 어떡해..’ 등등의 강박관념 없이 ‘튀려면 튀고 떨어지려면 떨어지렴, 난 널 돌릴 테니까’ 라는 단호한 생각으로 확 돌릴 때 소스가 튀지도 음식이 떨어지지도 않고 잘 돌아서 섞여서 팬으로 다시 떨어진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이 하다못해 saltare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이 decisivo movimento (decisive movement). 자신감도 자신감이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하다 하게 되는 실수 또는 잘못된 결과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단호하게 하는 시도... 이렇게 사소한 일에서 조차도 태어 나길 조심성이 지나치게 태어나 정말 소질이 없는 decisivo movimento가 필요한 것이다.

나와 그들 사이의 거리


Tortona에서 내 집은 piazza malaspina에 있다. courtyard가 있는 이탈리아 전형적인 주택 양식의 집 2층의 작은 studio. 와 저 위에서 자야 하나 싶었던 침대와 벼게, 그리고 옷장을 제외하곤 작은 주방 시설도 있고 세탁기도 있는 다른 stage 생활을 하는 친구들에 비하면 초 호화 생활이라 더 이상 불평하면 안될 정도다. 그런데 도둑 고양이 서너 마리가 거주하고 개도 몇 마리를 목격한 것으로 보아 동물들이 서로 내 방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영역 표시를 하곤 하는 것이 분명하다. 안의 냄새는 매일 방 온도 높이고 창문을 열어 환기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됐는데 금새 둔해진다는 후각의 특징에도 불구하고 문틈으로 밖에서 들어오는 냄새는 매일 어떻게 용서가 안돼 드디어 분연히 일어섰다. 부엌에 있는 정말 독한 냄새가 나는 청소용 스프레이를 들고 내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누군가 문을 열어줄 사람이 없는 생활의 악몽은 lockout되는 것이다, 닫으면 저절로 잠기는 문일 경우... 그래서 들어와서 열쇠는 아무데나 두지않고 반드시 입고 나가는 겉옷 주머니에 항상 넣어두는 등 특별히 신경을 써 왔는데...

문을 열어둔 채 spray를 아낌없이 뿌렸다, 여기는 내 영역이거든 하는 심정으로... 그러나 보니 그 독한 액체가 바람에 날려 안으로 다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건 아니지 하고 문을 닫아 버렸더니... 그 동안 그렇게 조심성 있게 군 것이 허사가 됐다. 열쇠가 방안 잠바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이었다.

locksmith가 어디서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순간 모든 최악의 상황들이 스치고... 일단 주인 집에 묻자 싶어 슬리퍼에 손에는 스프레이를 든 어정쩡한 차림으로 황급히 주인 아저씨 집을 찾았다. 다행이 주인 아저씨와 아가씨가 문 앞에서 아빠의 손님으로 보이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고 그리하여 기다렸다 말하면 되겠다 하는데 열쇠는 둘째치고 눈앞에 벌어지는 장면에 눈이 커진다. 긴 생머리의 예쁘장한 주인 집 아가씨. 어느 화창한 휴일에 아빠와 같이 화분을 돌보기도 명랑 쾌활하여 아빠를 즐겁게 하는 딸래미 겠구나 했는데... 대화하는 모습이 완전(?) 평등하다. 친구랑 이야기 하는지, 아빠랑, 아빠 손님들과 이야기 하는지 구별할 수 없다. 내내 담배를 피우며, 폐암에 걸린 환자의 폐를 수백 번도 더 봤을 해부학 박사님 아빠 앞에서...
그런데 나만 혼자 눈이 커졌을 뿐이지 그 자리의 누구에게도 예사로울 뿐인 것 같았다. 전날 아침, 하루 다녀가는 ex-roommate가 소매 없고 허벅지가 드러나는 짧은 치마를 입고 나서는 것이 적철하지않아 않아 였던, 그래서 서른이 내일 모레인 다 큰 처자에게 잔소리 같은 한마디를 해야만 했던 나와, 딸래미가 담배를 손에 들고 아빠와 이야기하는 상황이 예사롭기만 한 그들 사이의 거리는 도대체 얼마나 되는 것일까? ^^

3.20.2007

Bonet

 

Vineria Derthona의 마녀 주방장 넬리나. 학교에서 배운 것을 한번 해봐라 성화다. 몇 번은 농담이다 싶어 미소로 대답을 대신 했으나 가만 보니 농담이 아니다.

내가 아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고 있어야 하고 아마도 이미 알 텐데, 어이가 없다.

‘저기요... 난 가르치러 온 것이 아니라 배우러 온 것이거든요’ 라고 했지만 그래도 수그러들 태세가 아니다.

 

그런데, 뭘 배웠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음식 이름들이 가물가물...  아뭏든 어이는 없지만,  나날이 별 배울 것도 없는데 이참에 배운 것이나 연습해보자 싶고, 마침 떠오른 것이 부넷.

일종의 푸딩인데 Piemonte 지역의 전통 후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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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넬리나, 말떨어지기가 무섭게 당장 부넷을 만들란다.

좀 떨리긴 하지만 못할 것은 뭐 있으랴 싶어 그러마 하고는 이것저것 재료를 준비했다. 물론 마녀의 교활한 고양이 이바나 할멈의 노골적인 방해공작이 있었다. 인스턴트 커피가 필요해 달랬더니 간 원두를 주며 인스턴트라 우겼다. 사사건건 못마땅해하며 모든 재료에 대해 필요한 이유를 대란다. 말이 잘 안될뿐더러 하기도 싫은데 자꾸 말을 걸었다.

설탕 시럽, 온도를 못 맞춰 좀 태우고 그나마 뜨거울 때 틀에 부어야 하는데 식혀 돌덩이가 되어 버려 새로 만들고, 반죽을 체에 걸러야 하는데 그냥 넣기도 하고, 크게 잘 못된 일이야 없지만 그렇게 우왕좌왕하며 만들어, 오븐에 넣고 이쑤시개를 꽂아 다 익었는지 확인하고, 꺼내어 식혀 냉장고에 넣었는데 다음날.

당장 후식으로 부넷 주문이 들어온다. 으악~~ 맛을 보기는 커녕 아직 틀에서 빼내지도 않았는데, 마녀 주방장 오늘의 메뉴에 넣어버린 것이다.

세상에…… 신참이 처음으로 혼자 만든 것을 맛도 안보고 그대로 손님에게 내겠단다. 너무 믿어주는 것인지, 제대로 골탕을 먹이겠다는 것인지 도대체 생각을 알 수 없지만, 주문은 이미 들어왔고 주방장이 내겠다는데 달리 방법이 없다.

틀에서 꺼내니 모양은 괜찮다. 서둘러 접시에 담아 내고 한 조각 맛을 보니 맛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반응이 걱정이다.

여기에서 처음으로 내는 후식이어서 모두 누가 만들었는지, 반응이 어떤지 관심도 많고. 다행히 주문이 계속되었고, complaint 없이 만든 것을 모두 service 했다.

휴우~~~~^^

3.17.2007

vineria derthona


일주일 쯤 offline이다 드디어 online일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어떤 것이든 보이든 보이지 않든 끈에 매달려있다는 것은 구속이기도 하지만 안정감을 주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어딘가에 연결된 단말기 앞에 있다는 것이 이렇게 큰 위안이 될줄이야.. ㅎㅎㅎ

두달동안 있던 Costigliole, Asti를 떠나 조금 먼 옆동네 Tortona, Alessandria라는 곳으로 왔다. 우연이 만났던 Asti 택시운전사 Nico아저씨의 택시를 예약해서 난생 처음으로 발을 디딘 곳... 그런데 주말마다 몇개의 마을 도시들을 헤메고 다닌 보람인지 이탈리아 도시들이 너무 익숙하다. 낯설지만 낯설지않음. 뭐 그런 느낌이다.

이유로 며칠 사이에 많은 사람을 만났다.
vineria derthona의 사장님 부부... 나이가 꽤 있어보이는 아저씨는 reserved한 성격의 사람인 것 같았으나 첫인상과 다르게 만날때 마다 염려하는 시선을 보내준다. 부인 마리카. 남편에 비해 많이 젊어보이는 명랑하고 쾌활한 아줌마다.
집주인 아저씨 부부와 딸. 명랑하고 친절한 딸. 세탁기와 오븐의 사용법을 잘 모르는 것에 대해 무척 미안해 했던 해부학인지 외과인지 (말이 딸려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했음) dotore라는 명랑하고 친절한 주인집 아저씨. 기운없어 보이는 주인집 아주머니의 호기심 어린 눈빛이 부담스럽지만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부엌에서 같이 일하는 요리사 넬리나. 그리고 보조 이바나, 라나, 마리엘라. 주문이 몰려들땐 딴나라 사람들 같지만 그 밖의 시간엔 친절하기도 하고 변덕스럽기도 하고 수다스럽기도 한 아줌마, 할머니.. 들이다.
서빙을 맞는 체구가 내 두배만한 소피아, 안젤라, 발레리오, 그리고 쟌니. 발레리오가 호기심과 치기로 괜한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으나 어느새 가장 편한 사이가 됐고, 약간 flamboyant한 쟌니는 말투나 행동에서 보이는 쌀쌀한 인상에 비해 친절하고 후하다.

넬리나, 이바나, 라나 등등... 그들과 이제 팀이 되서 움직여야한다.

5일째의.. 부엌에서 신참 견습생으로 해야하는 일, 모두를 한다. 설겆이, 무거운 것 드는일, 높은곳에 있는 물건 넣고 빼는 일을 제외하고...

Vineria Derthona... 절대 장식을 하면 안된다던 접시 가장자리에 prezzemolo와 치즈를 휙 둘러 뿌리고, 호박, 당근, 콩 만 덜렁 넣어 올리브오일에 볶은 파스타를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산처럼 쌓아 내보내는 것을 목격한 순간 과연 이 레스토랑을 어떻게 positioning하는 것이 적당할지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며칠을 생각하다 '아, 감자탕집! 맞아 딱 그거야' 싶다. 3박4일 고아서 만든 국물에 이것 저것 푸짐하게 넣어 한 양푼 푹 퍼주는... 이태리식 감자탕 집이다 싶다. 푹 삶은 온갖 부위의 고기를 푸짐히 얹은 메뉴도 있고, 송아지 종아리를 푹 소스에 찜해서 내보내기도 하고.. 대부분의 접시가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다... tradizionale하기도 하고 후하기도 하고... 그다지 격식이 있지도 않고...

Vineria Derthona... 한편 생각하면 스테이지 할 곳의 조건을 모두 만족 시켜 할말을 없게 하기도 한다. 인터넷 되는곳, 집에서 할 수는 없어도 레스토랑 break에 얼마든지 할수 있고.. 도시안이거나 도시에서 가까울 것, 크지는 않아도 완전 tortona centro에 있고 기차 한번으로 토리노는 한시간 반, 밀라노는 한시간에 갈 수 있는 거리... 일요일에도 버스가 다닐 것, 기차역이 걸어서 10분 정도 밖에 안걸리니 버스에 비할 바가 아니고.. 치즈와 와인을 알수 있는 곳일것, vienria가 wine bar라는 뜻이니 그것에 대한 불만도 더이상 표현 할 수도 없고... 게다가 오자마자 보안이 전혀 없는 레스토랑의 키를 선뜻 맞기는 열린 태도의 사람들을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그렇지만... 감자탕집을 연상시키는 곳에서 4개월을 보낸다 생각하니 조건의 목록에 포함되지도 않던 fancy한 접시가 아쉽다...

3.09.2007

fare bella figura?


목요일, saggio finale, 일종의 졸업발표회 준비.

aperitivo, antipasto, primo, secondo, dolci, 그리고 pane(빵). 이렇게 이탈리아 course를 준비하는데... dolci와 pane를 하게 됐다. 실은 빵을 만들 생각이었는데 dolci와 함께 묶이다 보이 어쩔수 없이 dolci도 하게 됐다.




Pasticceria를 담당하던 Mario Chef가 우리를 전담했는데...











그의 역할은 우리가 묻는 것에 대답만 해주는 것일꺼라, 워낙 친절하니까 우리가 궁지에 몰리면 도와주기도 하는 정도일 것이다라고 생각한 것이 완전 오해였다. 모든 것은 마리오의 머리속에 있고 우린 그저 마리오의 말에 따라 거품 올리라면 올리고, 아몬드 갈라면 갈고 밀가루 반죽하라면 하고, 열심히 다지고, 돌리고 피스타치오 천개쯤 까고 저울질 하고 틀에 버터, 밀가루 바르고... 사람들이 와서 뭘 만느냐 묻기도 했는데 반은 뭘 만들고 있는지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떤 순간은 계모가 아니라 계부를 가진 신데렐라가 된 듯 개구리와 새와 쥐들의 도움을 기다리기도 했고, Stage 첫날 같기도 했고, 과자 공장에 취직한 것 같기도 했다.

졸업발표회에서 VIP들에게 'fare bella figura'해서 학교의 이미지를 높이고 싶다면 학생들을 그렇게 할 수 있을 만큼 가르쳐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해야지, 졸업발표회 준비가 미장 조에 걸려서 chef 뒤치닥거리하는 느낌이라니 도대체 이것은 또 뭐하는 짓인지... 졸업발표회에 메뉴부터 완전히 chef들이 짠다는 사실에서 부터 짐작을 하긴 했지만 좀 심하다. 그들은 이 event에서 어디까지나 advisor의 역할이었어야하는 것이 아닌지... 다시한번 이 교육기관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의심하게 한다.

게다가 손님이 오는데 보기 좋아야한다고 마지막 순간에 일하다 말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라는 주문은???







우리와 그들이 닮았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것이 본질보다는 겉으로 보이는 것, 'fare bella figura'를 중요시 한다는 점 또한 포함해서 하는 말인지...

3.07.2007

초청 chef Luca


과정이 다 끝나고 saggio finale를 이틀 앞둔 날 아침에 초정 chef의 강연이 있었다. 내가 만난 또는 전해 들은 chef의 character와는 달리 부드럽고 차분하고 섬세해 보이는, 아니 그렇다 믿고 싶은 ristorante “la lucanda”의 chef. 현재 이탈리아 레스토랑의 trend를 보여주기 위한 한 코스를 보여주었다. 전통적인 재료와 조리법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접시의 구성, 표현 등 서비스 방식 등을 시대에 맞게 적용 한다고...

작은 portion의 그의 접시에서 wellbeing, 이탈리아어로는 benessere, 바람이 불었다는 것이 느껴진다. 예전에 가난한 계층이 즐겨쓰던 재료와 조리법을 사용한 humble한 요리를 품위(?)있는 요리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인상적이고, 식도락을 위한 맛있고 보기 좋은 음식뿐 아니라 더불어 고민의 흔적과 정성이 담겨있는 접시들이 흐뭇하다.

커피, 기껏해야 cornetto(뿔 난 모양의 크로와상)정도로 아침을 하는 이탈리아 사람으로 과연 우리가 그 코스를 아침에 시식할 수 있을까 준비하는 중간중간 우려를 표현했지만... 아무리 이탈리아 요리를 또는 먹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이른 아침부터 입에 넣기는 쉽지 않다 싶겠다 싶은 재료들을 넣은 접시들이었지만 chef의 걱정스러운 눈 빛에 아랑곳 하지 않고 냉큼냉큼 입에 넣으며 맛있다를 연발했던 식성에 비위까지 좋은 우리들... 이런 현상을 요리에 대한 열정이라 해야 하는 것인지.. ^^

* * *



*어찌나 차분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요리하는지 Chef에 대한 그릇된 인상을 심어 준 Luca. 그도 servizio 때는 광인^^이 되어버릴까? ^^ 뒤에 그의 배경으로 존재하는 “la lucanda”의 스테이지 학생이 보인다... 곧 우리의 처지일 것이란 것을 알기에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움직임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는데... Chef에 맞춰 눈치껏 준비하고 거들고 닦고 치우고... *


*Carciofo d’Albenga con animella croccante in dolce contrasto
Chef가 특히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었던 Antipasto... 재료만 들으면 입맛을 돋우는 것이 아니라 우욱~~ 뭔가를 끌어올릴 수 있을 만 했는데... 아마도 우리가 외국인이어서 그랬지 않았을까... 외국인에게 족발이나 순대를 내어놓고 반응을 살피는 심정???
까르초포를 삶아 버터에 볶은 것과 송아지의 호르몬이든 뭐든 분비에 관계하는 기관을 밀가루 묻혀 버터에 바짝 구운 것. 부드럽고 고소하고 느끼하고... 깔끔하고 엷은 맛의 carciofo와 아주 잘 어울린다. 입맛을 정리하는 달고 신 사탕 한 알까지 내 입맛에 딱 맞는다. ^^*


*Tagliolini ripieni
Primo. 훈제 연어로 속을 채운 tagliolini(계란 노른자로만 반죽한 파스타). 위에 생선 스톡에 버터, 생크림 넣어 만든 mousse를 올리고 그 위에 캐비어를 얹었다. Primo코스라 하기엔 지나치게 fancy해 보이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예쁜 것을 굳이 사양하지 않는다. 맛을 제대로 담고 너무 비싸지만 않으면 말이다.*


*Casola laccata agli agrumi
Secondo. 돼지 갈비를 쪄서 오렌지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워 투명한 접시 위에 붓으로 소스 널찍하게 바르고 그 위에 보기 좋게 올려놓으니 요리가 달라 보인다. 돼지껍질을 삶아 verza라 불리는 양배추 채 썰어 삶아 볶은 것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만들어 곁들였는데... 단지 소박(?)하다는 이유로 그다지 대접 받지 못하던 돼지껍질을 색 모양 조화롭게 예쁜 접시 위에 올려놓으니 품격은 말 할 것도 없고 맛조차 다르게 느껴진다.*


*Tartufo tartufato ai marroni
Dolci. Crema inglese에 tartufo 향을 곁들인 semifreddo(아이스크림과 케잌의 중간형태???)를 밤을 넣은 크림으로 덮고 그 위에 tartufo(송로버섯)를 올렸다. 단것에 tartufo를 더한 것이 왠지 미식을 위한 눈물겨운 노력 또는 설탕, 버터, 향료 한 덩어리에 적지 않은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미안함에 대한 보상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맛은 있다. Tartufo를 좋아하는 손님이라면 이제까지의 약간의 실수 또는 부족함을 충분히 만회하며 만족스럽게 돌려보낼 수 있을 만한 서비스의 마침표이자 서비스의 완성...*



3.06.2007

마지막 수업






수업 마지막날... Frossasco에서 출장온 David chef와 함께 오전 gelato, 오후 채식주의자를 위한 요리... 마지막 날까지 미장이라 정신없이 수업이 시작됐다.

모두들 이 순간이 빨리 오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씩은 있어, 아무도 울거나 할 만큼 emotional하진 않았지만 이제 남은 saggio finale를 끝으로 뿔뿔이 흩어져 낯선 곳에서 혼자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것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을 알려주는 순간이라 부드럽고 달콤한 이탈리아 아이스크림을 만들면서도 모두들 조금은 착잡해했다.


오후, 가지를 튀겨 lasagne처럼 토마토 소스와 모짜렐라를 층층이 얹어 구운 campania지방의 요리 parmigiana di melanzana를 끝으로 두달 가까운 일정의 모든 수업이 끝났다.


수업 후 어디로 stage를 나갈지 알려준다는 소식에 잠시 흥분된 분위기였다가 내일로 미뤄진 사실에 찬물을 끼얹은 듯 싸해졌으나 금요일 발표회를 마치고 토요일 아침 모두 짐을 싸서 기숙사를 비워야한다는 사실에 모두들 마음이 분주해진 듯 하다. 나 또한 마음이 바빠져 저녁 먹기 전 도데체 문을 연 순간을 찾기 어려운 동네 가게를 돌아 짐 쌀 박스를 구해오긴 했는데 무엇을 싸서 어디로 보낼지가 망막해 그냥 구석에 쌓아만 놓았다.

primavera


사람들은 어제가 정월대 보름이라고도 했지만 내겐 어느 봄날이었다는 것이 더 큰 의미로 다가온 날이다. 일주일 동안 Torino 남서쪽 사시사철 알프스 흰 눈이 보이는 Frossasco라는 곳에 다녀오니 떠날땐 겨울이던 곳이 봄이 되버렸다. 기운도 바람도 볕도...




Maddalena에서 점심을 먹고 다 닫은 가게들을 기웃거리며 구경하다 산책삼아 먼길을 돌아오는데.. 나무의 꽃봉우리들이 터지기 일보직전인데 길가에 난 야생화들은 벌써 먼저 피었다. 이맘때면 언제나 가방에 칼을 넣고 다니시며 시도 때도 없이 보이는데로 나물을 캐시는 엄마를 생각하며 들꽃 몇송이를 꺽어 1회용 컵에 담아 책상위에 놓았다.



저녁, 예전에 chef로 일하시다 지금은 Barbera d'Asti 본거지에서 포도농사를 지으며 포도주를 만들고 계신다는 Pietro선생님 댁에가서 잠시 뭐 볼 것이 있다하여 따라 나섰다가 봄밤 처마 밑에서 아름다운 식탁을 받았다. 닭 육수로 알덴떼로 지은 쌀밥에 삼겹살 구이, 언제나 매운 맛을 그리워하는 한국 학생들을 위해 준비하신 salsa piccante(매운 소스), 사촌이 동네 호수에서 잡아온 송어, 와인과 물물교환한 salami와 formaggi, 마당에서 뜯은 나물로 만든 샐러드 등등... 그리고 선생님 cantina에서 수도꼭지 틀어 큰 병에 받아온 Barbera, Dolcetto, Cortese, 우리들 사이에 일명 꿀물이라 불리며 와인 초보자들의 절대적 사랑을 받는 Moscato, 그리고 11년산 metodo classico로 만든 spumante까지... 모두들 선생님의 따뜻한 마음으로 배를 채우고 목을 축였다. 흐뭇하고 약간 정신이 없는 봄밤이었다.



내가 있는 곳이 Asti가 분명한데 포도밭들은 다 어디있는 거지 했었는데 선생님댁 가는 10여분 내내 이런 포도밭이 펼쳐있었다. 사진은 선생님 집 앞 풍경.


어찌나 elegante를 강조하시는지 학교 sala에서는 항상 혹시 elegante하지않을까 긴장을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식탁은 따뜻하고 너무나 편안했다. 어느 펜션에서 야외 바베큐 느낌 ㅎㅎㅎ


보름달이 휘엉청 뜨진않았지만 달무리 사이로 보인다. 오리온 자리,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뭐 그런 별자리도 보였는데...


선생님이 준비하신 마지막 하이라이트. 11년된 metodo classico로 만든 이탈리아 거품 포도주 spumante 따기. 다른 와인을 한 열잔 쯤 마시고, 잔을 비우기 위해 가득 담겨있던 꿀물 moscato를 단숨에 들이킨 상태로 마셔서 맛고 향을 제대로 appreciate할 수 없었다는 것이 아쉽고 죄송하지만 담긴 마음만은 제대로 appreciate했다는 것..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