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la가 왔다, 소금과 후추(sale & pepe), 이탈리아 부엌/요리(la cucina italiana), 식탁에서(a tavola)를 들고...

공항으로 달려나가니 들고온 그것들을 내민다. 와~~~ 형형 색색의 표지만 봐도 마냥 좋다. 얼마나 맛있는 이야기가 들어있을지...
이 밖에도 현대 요리(cucina moderna), 요리와 와인들(cucina e vini), gambero rosso(빨간 새우), la cucina italiana 특별판 등등 버스안, 기차안, 혼자 나간 산책길 들른 bar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등등 조각난 시간들을 마냥 흐뭇하게 채워주던 요리 잡지들... 적당히 한 두 주씩 간격을 두고 나오는 그것들을 그때 그때 사서 보는 재미가 쏠쏧해서 어디를 가던 edicola(잡지가판대) 들리는 것이 버릇이 되게 했던...

얼마 전 교보문고 외국잡지 코너에서 la cucina italiana를 발견했는데 4유로 짜리를 17,000원을 받는다. 으악~~~ 경악을 금치못하고 일단 그냥 돌아왔는데 마침 이탈리아에서 돌아오는 Ella가 뭐 필요한 것 없냐고 물어준다. 누군가에게 귀국길에 뭔가를 부탁하는 일은 신조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7,8월 재료도 너무 궁금하고, 접시도 궁금하고 무엇보다 여행길에서, 바에서 그것들이 내게 주던 기쁨이 너무 그리워 애독잡지 목록을 보내고 말았다. T.T... 미안, Ella
오늘 그것들이 먼길을 날아 내 손에... 어찌나 고맙고 기쁜지... Grazie mille, Ella
Ella덕에 8월은 아쉬운대로 넘겼지만 다음 달은? 너무 번거롭지않고 너무 많이 지불하지않으며 정기구독하는 방법이 없을까... 아쉬움이 더 커진다.
carne senza segreti... 비밀이 없는 고기...
Al tuo macellaio chiedi di piu`! 당신의 푸주간 주인에게 더 물어보세요!
EU 규칙에 의해 소고기에는 각 소나 소의 그룹에 번호, 어디에서 태어나고 사육되고 도살되었는지 등이 표시되어야한다고 한다. 'carne senza segreti'는 그 규칙이 정한 범위 보다 더욱 자세한 정보를 추적하여 제공함으로 소의 탄생에서 소고기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오기 전 까지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품질을 높이자는 이탈리아 내 campaign의 이름이다.
품질을 보장하기 위한 생산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 그런데 EU와 이탈리아 정부의 후원을 받고 있다고 한다. 왠만하면 뭐든 대충 넘어갈 것 같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먹는 것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느껴지는 대목...^^ 지금은 강제사항이 아니고 몇몇 유통망이 자발적으로 이 캠페인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가끔씩 고기를 앞에 놓고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끼는 경우가 있기도 하고, 광우병이란 무서운 병이 있기도 하고, 또 유전자를 뛰어 넘어 쑥쑥 자라는 아이들의 키에 한편 기뻐하며 다른 한편 동물에 투여된 성장호르몬의 영향이 아닐까 불안해하는 우리의 딱한 처지를 볼 때 우리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Luigi가 떠나고 그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온 Elena... ragazza(girl.. 이탈리아에서는 왠만하면 다 그렇게 부른다. 나도 그렇게 불렸으니..^^)라기에 Luigi보다 성품에 관한한 훨씬 좋지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10여년 동안 부엌에서 일했던 그녀의 이력을 듣고도 그런 기대를 가졌던 것은 나의 순진함 또는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는 어리석음이었을 뿐이었다. '여자 Luigi + 욕심많은 교활한 여우' 였는데...
요리사로서 좋아하는 것이 가능하지않은 부주방장 Alberto 앞에선 그렇게 예의바를 수가 없으면서 그가 함께 하지 않는 자리에서 그에 관한 온갖 험담을 기회있을 때마다 늘어놓더니 어느날 저녁 우르르 저녁을 먹으러 몰려 나간 자리에서 심지어는 그를 쫓아내자며 역적모의를 한다. 'manca una stella e due forchette', 즉 '별'하나와 '포크' 두개가 모자란다며.. 현재의 별 하나로는 만족할 수가 없었는지, 그가 있는한 별과 포크를 얻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단다. 나 또한 타성에 젖어버린 그가 부엌을 관리하며 계속 요리를 하는 한 어떤 향상도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열번 백번 생각할 뿐 아니라 그가 친한 척을 할 때마다 속으로 '으악!!!' 비명을 지를 정도로 그가 가까이 있는다는 사실을 기뻐하지 않지만, 그에 대한 역적 모의엔 흔쾌히 참여할 수도 참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뒤에서 쑥덕거리는 모의라는 것이 근본적으로는 나와 맞지않는 일이기도 하거니와 decent한 성품을 갖추지 못한 그녀와 옆에서 장단을 맞추고 있는 교꼬 또한 별과 포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아닌 것 같기에..

*San Marco 벽에 붙여놓은 미쉐린 별 간판*
별(stella)과 포크(forchetta)...
별은 프랑스에서 시작된 The Michelin Guide (Le Guide Michelin)의 유럽과 미국 주요 도시의 레스토랑 등급을 표시하는 방법이고 포크는 이탈리아의 Gambero Rosso라는 기관에서 이탈리아 내의 레스토랑 등급을 표시하는 방법인데... 어떤 예민한 주방장은 별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하기도 했다하고, 최고 등급인 별 세개 짜리 레스토랑에서라면 한 끼에 몇 십 만원이라도 기꺼이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단다.
그만큼 별, 포크, 모자(Gault Millau라는 기관의 레스토랑 등급표시) 등등 레스토랑을 평가하는 기관들의 item과 그 수는 영향력이 크고 야심찬 ristoratore(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목표가 되기도 하는데...
그런데 대부분의 레스토랑 평가 기관은 그 나라, 또는 가까운 지역 정도를 평가한다. 그 지역들이 세계적으로 주요 여행 대상지라 그 평가 결과에 대한 관심이야 세계적일 수 있지만.
Gambero Rosso는 이탈리아 안의 레스토랑만 평가하고, Gault Millau는 프랑스 내에 있는 레스토랑, Michelin Guide는 그나마 범위가 넓어서 유럽의 주요 도시 또는 나라, 유럽 밖에서는 아직 미국의 몇몇 주요 도시가 다다. 내가 아는 한 'world's 50 best restaurants'만이 지역 제한 없이 좋은 레스토랑을 선정한다.
그런데 서래마을에 문을 연 레스토랑에 관한 홍보 기사가 참 어이없다. 'JOOy'라는 프랑스식 레스토랑인데 Michelin Guide의 별을 얻는 것이 목표란다.
Michelin은 한국에 있는 레스토랑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런데 어떻게 평가를 받고 별을 받겠다는 것인지... 오히려 지역을 제한하지않은 world's 50 best restaurants에 이름을 올리겠다 했다면 허풍스럽긴 해도 거짓말은 아니며 사람들에게 그럴싸하게 들리는 효과를 얻었을텐데...
별이 좋긴 좋지만 별없는 좋은 레스토랑도 많을 뿐아니라, 그 별이 뭔지 아는 사람도 거의 없는 대한민국에서 별을 따겠다는 거짓말이 어이가 없을 뿐이다. 선전 또는 마케팅이 거짓말과 동의어가 아닌데...
차라리 뻥이라고 해야 맞는 목표를 걸어놓는 것을 즐기는 문화를 모르는 것은 아니나, 아무리 포장을 해봐야 결국 접시위에 올라간 음식으로 평가 받을 레스토랑이 목표가 정확히 뭔지 모를 뿐 아니라 과연 그 목표를 진짜로 달성했는지 조차 제대로 평가할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이 빚어내는 그 따위 대한민국 대기업식 문화를 흉내내는 것이 영 씁쓸하다.
미루고 미루고 미루어 둔 일 하나를 죽죽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드디어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왠지 꿀꿀...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깜빡거림까지 겹쳐 마음에 참기름을 발라둔 것처럼 모든 것이 미끌어져 내리는 것만 같은데 가끔은 툭하고 걸리는 것이 있다.
지난 해 몇 년만에 산 속 아침 산책길에 전화를 받게하더니 오늘 10여 년 만에 얼굴을 보여준다.
주위사람들(시간강사 선배들)은 실상 별로 있지도 않은 권위(?)에 대한 도전 아니냐 우려해도 후배이자 첫 제자였던 그들의 짓궂은 장난이 내겐 그저 친근함의 표현 이상으론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친근함(?)을 표현하던 녀석... 약을 좀 올려볼 심사로 심술을 부려도 그저 좋아서 모든 것을 농담으로만 이해하는 날 오히려 어이없어하기도 했는데...
바로 그 녀석을 좀처럼 누구도 살지 않는 동네에서 보다니.. 난 너무 반가워 그 시절로 순간 이동을 해버렸는데...
한참 혼자 즐거워 두서없이 수다를 떨다보니... 철없이 장난만 심하던, 아니.. 내게는 그런 모습만 보여주던, 녀석의 표정에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녀석도 수선스러운 나의 수다 속에 결코 가볍지않은 나의 것을 느꼈겠지..
비가 죽죽 내리던 날... 따라서 마음도 내려 가라앉기만 하는 날... 추억 속의 누군가에게 삶은 깃털처럼 가볍고 세상은 빛나기만 하던 시절에 대한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시간은 흐르고 아무 것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짝않고 그대로 있지않고 조금씩 조금씩 어느새 나도 몰래 이렇게 멀리 와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기만 하다.

ICIF
Italian Culinary Institute for Foreigners
'OOO ha frequentato con profitto il LXXIX Master'
'아무개는 74번째 Master과정을 다녔습니다'
15 gennaio - 15 luglio 2007
졸업장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지난해 9월부터 몇달 모자란 1년의 시간이 결코 이 종이 한 장을 얻기위한 것은 아니었다 싶다.
으리으리한 간판과 네트워크를 사기 위한 과정들이 세상에 넘쳐나지만, 알아주는 이 없는 이 과정은 빛나는 간판과 끈끈이주걱같은 네트워크 대신 가슴에 빛나는 별 하나를 띄워 놓았다.
그동안의 고생(?)과 시차적응을 핑계삼아 휴식이란 이름으로 마냥 널부러져(?) 있던 2주..
어제로 휴식의 끝을 고하고 새로운 시작을 결심했건만 머리 속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이탈리아에서... 아무런 의심없이 꿈만 꾸던 시절 마냥 행복 했었는데... 뜻하지 않던 일로 마음이 흔들리긴 했지만 잘 생각해서 바른 결정을 내렸다 싶은데 한번 흔들린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언제나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나'였다는 것을 잘 알기에 바로 이 순간 내가 두렵다. 난 과연 날 넘을 수 있을까? 날 넘을 힘을 낼 수 있을까? 현명하게 의연하게 즐겁게 그 길을 걸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