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8.2007
꿀꿀...
미루고 미루고 미루어 둔 일 하나를 죽죽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드디어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은 왠지 꿀꿀...
기억상실증에 가까운 깜빡거림까지 겹쳐 마음에 참기름을 발라둔 것처럼 모든 것이 미끌어져 내리는 것만 같은데 가끔은 툭하고 걸리는 것이 있다.
지난 해 몇 년만에 산 속 아침 산책길에 전화를 받게하더니 오늘 10여 년 만에 얼굴을 보여준다.
주위사람들(시간강사 선배들)은 실상 별로 있지도 않은 권위(?)에 대한 도전 아니냐 우려해도 후배이자 첫 제자였던 그들의 짓궂은 장난이 내겐 그저 친근함의 표현 이상으론 느껴지지 않았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친근함(?)을 표현하던 녀석... 약을 좀 올려볼 심사로 심술을 부려도 그저 좋아서 모든 것을 농담으로만 이해하는 날 오히려 어이없어하기도 했는데...
바로 그 녀석을 좀처럼 누구도 살지 않는 동네에서 보다니.. 난 너무 반가워 그 시절로 순간 이동을 해버렸는데...
한참 혼자 즐거워 두서없이 수다를 떨다보니... 철없이 장난만 심하던, 아니.. 내게는 그런 모습만 보여주던, 녀석의 표정에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녀석도 수선스러운 나의 수다 속에 결코 가볍지않은 나의 것을 느꼈겠지..
비가 죽죽 내리던 날... 따라서 마음도 내려 가라앉기만 하는 날... 추억 속의 누군가에게 삶은 깃털처럼 가볍고 세상은 빛나기만 하던 시절에 대한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시간은 흐르고 아무 것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짝않고 그대로 있지않고 조금씩 조금씩 어느새 나도 몰래 이렇게 멀리 와 있는 것이 왠지 미안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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