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지, 써클 소식지, 돌리고 남은 논문 등을 넣어둔 상자 속에서 '우리의 뜻을 다시 한번 밝힌다. (전국 교수 시국 선언문)'라는 제목의 인쇄물 발견.
하하... 상자 속에 고이 보관한 이것이 무엇이란 말이야... 날짜도 없고, 언제인지 기억도 없다. 종이 는 누렇게 뜨고 가장자리가 너덜너덜 하다. 분위기로 보아 아마도 87년 전후 즈음에 생산된 불온문서(?)지 싶다. 타자 글씨체에 등사기로 밀고, 나름 멋은 있지만 인쇄 질이 별로 높아보이지 않는 것이, 뭐든 색안경을 쓰고 보던 시절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불온한 냄새를 확확 풍긴다.
멀지 않은 과거인데 이런 비장한 선언이 필요할 만큼 억압적인 시대였다는 것이 새삼스럽고, 비장하다고는 하나 완곡하기 그지없는 교수님들의 문구에 해방감을 느낄만큼 나 또한 자유롭지 못하다 느끼며 그 시절을 살았구나 싶기도 하고... 교정 어느 구석이었겠지만 길에서 주운 불온문서^^에 감동하여 가방에 챙겨와서 고이 보관한 청년 '나'의 모습이 반갑고 흐뭇하다. ^^
하지만 20년을 고이 보관했던 선언문은 이제 기억의 저편으로... 다시 20년이 흘러 문득 40년 전의 나를 발견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반갑고 흐뭇하겠지만, 한 동안 까닭 모르게 쌓여있는 것들과 씨름을 하다보니 아무리 가벼운 종이 두장이라 하더라도 무게와 부피가 있는 무언가를 남기고 싶지가 않다, 다시 그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 하더라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