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2008

해남 달마산


주말, 잘 둔 친구 덕에 능선에서 (말로만 듣던) 다도해가 내려다 보이는 달마산이란 곳엘 다녀왔다.

금요일 자정 즈음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 그냥 두발로 서서 걸을 것이란 생각에 산보하는 마음으로 따라 갔더니 왠걸... '산악회'라는 이름을 도대체 뭐라 생각하고 겁이 없었던건지... 밧줄타기, 바위타기... 심지어 숲 헤치고 하산하기 까지 (혹자는 길이라 주장했지만 내보기엔 길이 없었다.)...

일행을 놓치면 완전 조난이다 싶기도 했지만 두고 먼저 가지도 않는 일행에게 미안해서 죽을동 살동 바위 산을 오르내렸고, 근근히 따라다니긴 했어도 밧줄 잡고 중간에 발 뗄 힘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 이끌려 오르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음... 나이는 먹었어도 체력은 좋아졌나보다'하고 내심 즐거워 했더니 다녀오고 나서 온 몸이 쑤셔서 잠을 못잘 지경. 아마도 실족하거나 밧줄을 놓치면 모난 바위 모서리에 무거운 머리부터 부딪혀 죽거나 바보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 괴력이 솟았었나보다.

바람이 안개를 밀어내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다도해, 말 그대로 기암 괴석들, 잠시 나타나서 한바퀴 돌고 사라진 내 옷색깔의 조합과 똑같은 색의 나비, 논 밭 두렁에 지천이던 산딸기, 산 좋아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마음... 네발로 부족해 때때로 엉덩이까지 동원해야하는 점잖지 못함에, 회복되지 않은 무릎의 고통으로... 빨리 산을 벗어났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마냥 좋았다.

인공과 자연은 언제부터 서로 다른 영역이었어야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자주 그 경계를 넘어 자연의 부분이 되는 것이 필요한 인간이다.




실족의 위험을 불사하며 작가정신(?)을 발휘했던 그녀가 보내준 고마운 사진들...



<<위험천만해보이는구만.. 사진찍어가며 신났다. 그런데 내 마음도 저렇게 신났었다. 진짜 좋다.>>


<<발 아래 내려다 보이는 다도해... 섬 하나당 한번 보는데 만원이라는 회장님의 말씀.. ㅎㅎㅎ>>


<<드러난 돌산의 실체... 한 반은 저런 바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