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5.2008

까미노 그 후: 빠리 공항 주변 모처에서...



바르셀로나 호텔 근처에 있던 여행사를 통해 파리행 비행기표를 사며 파리 공항 근처 호텔을 예약했었다. 그런데 파리 공항에 도착해서 info에 호텔의 위치를 물으니...

걷어 갈 수도 없고 버스도 없고 택시로만 갈 수 있는데, 택시비가 30~40유로가 나온다나... 그 말을 들었을 땐 진짜 딱 기가 막혔다. 그럴 거면 파리 시내 호텔을 잡았지... 호텔비를 미리 냈으니 취소할 수도 없고... 와.. 스페인 것들.. 바르셀로나 호텔로도 그리 어이없게 만들더니 이번엔 파리에서 조차... 누구도 진실을 알면 예약을 취소할 것 같으니 예약할 때 호텔비를 여행사에 지불하게 했던 것이고, 난 또 봉이 된 것이다...

빠르게 계산을 해보지만 가까운 곳에 왕복 택시비로 호텔을 잡는 게 아무래도 경제적일 수는 없다. 어쩌랴... 이곳도 우리나라 공항처럼 외국인 등쳐먹으려는 택시기사가 (김포공항에서는 외국인 뿐 아니라 한국사람 등도 치더라만은...) 많은지 꼭 그리로 가야한다는 택시 승강장에서 면허 제대로 있는 택시 기사들이 호텔의 이름과 주소를 보고 어딘지 모른다 할 땐, 내 다시 스페인 것들을 믿나보자 했다.

그래도 끝나지않은 우여곡절 끝에 navigator가 있는 택시를 탔고... 프랑스어 못한다 했거늘, 기사 놈은 뭐가 불만인지 계속 나를 향해 'ne pas bon'을 지껄여댄다. 아무리 불어를 못해도 '네 빠 봉' 정도는 알아 들을 수 있다는 걸 저 자식은 어찌 알았을까...^^ '제발 어리바리 관광객이라고 돌리지만 마세요' 했더니 제대로 내려준 것 같기는 하다. 그리고는 짐이라고 할 것도 없는 배낭을, 실어준 것도 아니고 트렁크 뚜껑만 열어줘놓고는 짐 실었다고 1유로를 더 내라나... 옛다 먹고 떨어지슈.. 달라는 대로 주고 잔돈도 '잘 먹고 잘 살아' 하는 마음으로 '됐어, 너 가져' 하니 그말은 프랑스어가 아니라도 어찌나 잘 알아듣던지 기껏 20전도 안되는 잔돈에 태도 180도 돌변이다. 자유, 평등, 박애.. 그런 것이 프랑스 정신이라 하지 않았나? 그렇게 자유를 외칠 때는 언제고, 아주 제대로 돈의 노예다. 이민자든 프랑스 사람이든 프랑스어가 그렇게 자랑스러워 프랑스어 못하는 관광객에게 알아들을 수 있을 법한 말 한마디 시도해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프랑스의 정신 1%는 보여줘야하는 건 아닌지...

간간히 비행기 뜨고 내리는 소리로만 공항 근처라는 것을 알 수있는 out of nowhere에 내려졌을 때는 '당장 내 집으로 갈래' 라고 소리라도 치고 싶더니만 길 건너 KFC에서 닭날개 8.5쪽 먹고, 슈퍼 찾아서 물도 사고 자몽도 사먹고 영원한 비상식량 바나나도 하나 사놓고, 없다던 공항 행 버스도 묻고 헤매고 찾아 정류장과 시간 알아놓고, 바람 솔솔 부는 호텔 앞 야외테이블에 맨발에 다리 펴고 앉으니 어떻게 내일 12시까지는 참을 수 있을 것 같다. (낯선 도시에서 살아남기... 이건 완전 까미노에서 터득한 것이지 싶다..)

집에 가고 싶다. 집에 가서 깨끗이 씻고 다 빨아널고 개운한 느낌으로 있고 싶다. 아무리 씻고 빨고 해도 여행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이런 상황에 좀 편안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탈리아도 가서 구르고, 까미노 알베르게도 불사했지만 그나마 용이 되긴 했어도 어쩔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바르셀로나에서 도착한 비행편의 baggage claim에서 유난히 밀치며 비집고 들어오는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났고, 그런 사람들을 피하느라 레일에서 몇 발짝 떨어져있으니 어떤 놈이 말 그대로 코앞을 막아섰다. 순간 욱 해서 "넌 눈이 없니?"라고 뒤통수에 대고 한마디... 그런데 상황을 파악하고 보니 상식을 기대해서는 안되는 사람이었다. 그까짓 것 별 것도 아닌데 살짝 비키면 됐던 것을 뭐 그리 똑같겠다고 상태가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그런 사람인줄도 모르고 뱉었는지... 까미노를 걸으며 원했던 내모습은 결국 그대로 제자리구나 싶은 것이.. 마주하는 사람을 비추는 거울이 아니라 늘 나로 있고 싶다고 했거늘...

어제도 Bar에서 옆사람 아랑곳 않고 담배연기를 아무렇게나 뿜어내는 사람의 발을 밟고(물론 의도적은 아니었지만) 입으로는 미안하다 말하고 있었지만 속으론 좀더 세게 밟았어야했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도...

긴 여행의 마지막날...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인지 관광객을 봉으로 아는 유럽 놈들 때문인지, 길을 떠나서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내 모습 때문인지 이래저래 마음이 언짢다.



1 comment:

Caroline Yum said...

"스페인것들... "
하하하하 ... 어느정도는 상상이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