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첫날
일곱 시쯤 공항에 내렸다.
짐도 금방 나오고...
옆에 앉았던 일행 언니가 같은 방향이라며 같이 가잔다.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호의? ok...
세관 직원이 세관신고서를 작성해야한다니, 눈이 안보인다며 당연한 듯 내게 작성하란다.
좀 전에 방역관련 서류도 내가 작성해 줬던 것 같은데... 그 정도도 못 할만큼 안보이면 안경을 지참해야 하는 것 아님?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 언니만도 아니고 마지막인데 못 해줄 것도 없다. ok...
여행 내내 서류를 작성할 필요가 있을 때 내 것만 해본 적이 없다. 눈을 핑계로 자신의 서류를 들이밀며 작성을 부탁(?, 때로는 당연하다는 듯)하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ㅠ.ㅠ
그런데 이 언니가... 내게는 자기 서류를 작성하라 해놓고... 누군가에게 뭔가 전해줄 것이 있다며 짐을 놔두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다는 사실을 몰라서 한 행동이겠지만... 황당함의 끝...
졸지에 난 그 언니의 짐을 맡은 꼴이 됐고, 짐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 전화하니 그 언니 전화는 짐속에서 울려.. 그 언니와 같은 팀인 사람은 전화를 안받아...
으악, 으악, 으악~~~
한참의 소동 후 다행히 나의 황당함을 가엾이 여겨준 세관 직원의 선처로 그 언니의 짐을 대신 들고 밖으로 나올 수 있었는데... 그렇게 가지고 나온 짐을 전해주니, 이제는 내게 다른 짐을 묻는다.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니 보따리를? 물론 책임추궁은 아니었지만, 고의는 아니었더라도 사람을 그렇게 황당한 지경에 빠뜨린 것에 대한 사과가 먼저 아님? 세관직원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 했으면 자신이 얼마나 곤란할 뻔 했는지 전혀 감이 없다. 으악~~~
스스로 자기 서류 작성도 못하고, 공항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상식도 조심성도 없고... 돈 있고 시간 있다고 하는 것이 외국여행은 아니잖아...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으나 다행히 입 밖으로 나오는 것은 막았다.
아뭏든 그 언니와 헤어진 후 이번엔 버스...
공항 올 땐 분명 같은 짐을 들고 타고 왔는데... 줄서서 기다려 버스에 오르려니 짐이 커서 못태워준단다. 짐은 크기로는 조금도 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시간에 한대 있는 공항버스를 기다렸다 타란다. 올 때는 타고 왔다 하니 버스 밖에 붙여있는 안내문에 그렇게 써있으니 말시키지 말고 그것을 읽어보라나...
황망히 한대를 보내고 다음 버스를 기다려 차근차근 따져 물으니, 이제는 그 버스를 타는 사람이 뭐라한다. 이 버스는 원래 그렇단다. 그런 경우를 많이 봤으니 그냥 그런 줄 알란다.
내 기준으로 25인치 트렁크 하나가 그렇게 큰 짐은 아닌 것 같은데, 짐이 크다는 기준은 뭔지...
그리고 그렇다면 모든 버스가 그래야지... 옆에 서는 일반 버스는 잘만 태워준다. 그 버스도 예전엔 그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물론 꽤 오래전이긴 했지만...
이런 불편사항은 어디에 이야기를 해야하냐 여기저기 물으니 아무도 모른단다. 아마도 버스회사.. 라는 대답이 최선. 으악~~~
결국 차로 4~50분이면 올 것을 거의 3시간이 걸렸다.
공항 일대의 교통 상황이 무법천지라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개선은 커녕 개악. 업자들의 일방적 횡포. 보통 사람들은 속수무책으로 부조리와 불합리를 감내할 수 밖에...
아... 대한민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날 며칠 땡볕에 낙타 몰고 소금사막에 가서 소금을 캐와야하는 일꾼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얼굴에 애벌레가 기어다니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20km를 걸어 학교에 다녀야 했던 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해서,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 담은 비닐 조차 귀해 끌어 안고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 감사해서,
1달러를, 펜을, 사탕 한 개를 구걸하지 않아도 되는 삶이 주어진 것이 감사해서,
50kg의 뗄감을 운반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감사해서,
집과 화장실과 쓰레기통이 구분되지 않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낯선 사람에게 배고픔을 호소해야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은 것이 감사해서...
감당할 수 없어보이는 모든 그런(?) 운명에 처해야 할 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마냥 감사해서 그깟 일들에 화내지 않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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