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2017

아프리카 여행: 그 후 5일째



기세 좋게 36일 일정의 여행을 끝냈다.
한보따리 싸간 약들이 무색하게 아프리카 여행자의 반은 걸린다는 장염 한 번 안걸리고...

'잘 먹고 많이 움직이니 더 건강해진 것 같아' 하며 막마지 12km의 야간 산행과 '별빛 아래 캠핑'이라는 이틀 간의 야외취침도 거뜬히(?) 해냈고...
'이 여행사를 추천할 생각은 없어'에서 '뜯어 말리겠어'로 바뀔 만큼 불만족을 넘어 어이없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들이 내 즐거움을 방해할 수 없었고, 아프리카는 꼭 다시 다른 방법으로 가고 싶은 곳인 걸 보면, 행복한 여행이었음은 분명한 것 같고...

그런데 돌아온 후 며칠 몸을 가눌 수가 없다. 분명 열흘 더 여행을 하라했다면 뚝딱 했었을 텐데 말이다.

밤인지 낮인지 모르고 비몽사몽하다 잠에서 깬 후 한참 만에 집에 돌아왔다는 사실을 깨닫기를 몇 번...
집이라는 안도감.
그 사실이 한참 생각한 후에 떠오른다는 것에 대한 황당함...
난생처음 느끼는 그런 느낌과 그리고 그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당황스러움...


짐을 겨우 풀었으나 천근만근 늘어진 몸으로 정리가 안되고 계속 더 어지럽다.
다 꺼내놓으니 그 작은 가방 속 어디에 저것들이 다 들어가 있었나 싶고...

세탁기를 몇 번 돌렸지만 아직도 빨아야 할 것들이 있고,
여행 자체도 좀 정리를 해야할 것 같고,
만 장은 면했지만 육천 장이 넘는 사진도 버릴 건 버리고 줄 건 주고 해야하고,
시차도 컨디션도 좀 회복이 필요한 것 같고,
돌아와서 하려던 것들, 하고 싶었던 것들도 시작해야하고...
일상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여행을 준비했던 시간 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어쩌면 꿈꾸는 것 같았던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지도...
다시 갈 가능성보다 못 갈 가능성이 더 큰 그곳이 벌써 너무 그리워 기운을 내고 싶지않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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