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0.2007
나머지 반나절과 다음 날 아침...
Asti역에서 택시를 타고 Canelli로 향했다. Canelli가 Provincia d'Asti라 그런지 Barbera, Moscato의 본고장 답게 구릉이 연이어 나타나고 구릉은 거의 어김없이 포도 밭이다. 언제 봤다고 그 풍경이 익숙하여 고향에 온 기분을 잠깐 느끼며, 그냥 저 언덕만 바라보며 두달반쯤 있을 수 있겠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Canelli에 도착하여 역이라고 내려주는데 철도밖에 보이지않는다. 이탈리아에 온 첫주 주말, 3.4km밖에 안 떨어져 있다해서 산책삼아 갔다오지 했다 발을 땅에 끌며 거의 두배를 걸었던 Motta(?)역을 연상시키는 표도 파는 창구도 없는 간이역이었던 것이다...
어떻든 San Marco에 전화를 하니, 그냐말로 5분도 안되서 주인이 나온다. 이름은 Piercarlo란다. 보통 이름 두개를 붙인 이름이 흔한가보다. Giancarlo, Gianpiero에 이어 세번다. 그냥 길에서 만나면 gentle하다 라는 인상을 줄 것 같은 사람이다. (섣부른 언급 유보.. ) 역에서 걸어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는 레스토랑... Giuliano를 문앞에서 만나고... 순하지만 예민해보이는 인상, 어디에 있어야하는지 알려줄꺼라며 따라가란다. 올라가는 길에 Piercarlo의 부인이며 Chef인 Mauriccai도 만나서 인사하고...
레스토랑 위층에 있는 방에 들어갔는데... Luigi라는 장난스럽게 생긴 ragazzo가 반긴다. 방에 짐을 넣어주고 (뭐 방은 그럭저럭 쓸만하다.. 포도밭이 보이는 창도 있고...) 여기가 부엌이고 여기가 화장실.. 하며 곳곳을 보여주는데... 으악... 이들과 화장실을 공유해야하는 것이다. 더구나 화장실이 투명은 아니지만 유리문.. 심란하기 시작... 예상은 했지만 막상 현실이고 보니...
문이라도 잠가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데... 문을 열고 열쇠를 찾으니 없다... Giuliano가 문을 열때 분명히 문에 열쇠가 꽃혀있었는데... 그래서 문을 열고 보이는 사람(Luigi)에게 물었더니, 왜 그러냐고.. 무섭냐고 한다. 아니 그건 아니고 그냥 열쇠가 있었는데 없어서 그런다 했더니, 이탈리안 특유의 일단 한번 그렇다고 생각하면 남의 말을 들을 태세가 아닌 태도로 무섭냐고.. 그럴 필요없다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계속 말을 한다. 더 이상 집요하게 열쇠를 달라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피곤하긴 한데 별로 할 일도 없고, 사람들도 만날겸 저녁에 레스토랑에 구경삼아 내려갔는데... 루이지, 내내 쫓아다니며 너 내가 무섭구나, 보는 사람마다 제 내가 무섭데.. 한다.
12시... 일이 끝나고 샤워를 하고 싶은데.. 어찌 할 수가 없다. 내일 신문지라도 붙이고 해야겠다 싶어 그냥 세수만 하고 잤다...
그리고 오늘 아침, 일어나 종이와 테이프 가위를 들고 화장실로 향하다 Giuliano를 만났다. 인사를 하고 내가 이걸 문에 좀 붙여도 되겠니 했더니 '사람들 안보거든.'하며 어이없는 표정이다. 붙이고 나오는데 Liugi가 'Mamma mia' 손 동작을 하며 나타난다. 이야기를 해도 소용없다. 그는 내가 그들을 무서워한다고 이미 결정해버려서... 부엌에 앉아 Guiliano가 담배를 피고 있다. 그는 영어를 좀 한다는 것을 어제 알았기에 영어로 설명을 했다. Luigi는 그래 그에게 이야기해라 하며 가버린다. 너희가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이 불편해서 그러는 것이라고.. 너희가 아니라 나라고... 그랬더니 그제서야 얼굴을 푼다.. 알았다고.. 괜찮다고..
오늘 오전 내~~ Luigi 할말없으면, 뭐냐고 열쇠며 문이며.. 무섭구나 무섭구나.. 계속이다. 나중에 이야기 하자.. 했더니 좀 차분해지긴 했는데 어떻든...
내 입장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이지만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면 그들이 황당해할만한 일이기도 하다. 그들에게는 이성과 집을 공유한다는 것이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데, 왠 동양 아줌마한테 치한 취급을 한 셈이니... 극복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 뭐 세대 차이일 수도 있고...
외국에서 유학을 할 경우 집값을 아끼다보면 쉽게 만나는 상황이지만, 어떻든 말로만 듣던 이 상황이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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