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2007

이탈리안, 그들은 누구인가...


어제 손바닥이 바늘 끝만큼 따끔따끔하더니 오늘은 좀 넓게 찌릿찌릿 한다. 그냥 뭐에 좀 찔리거나 상처가 났나 하고 말았는데 좀 관심을 가져줘야 할 사항인 것 같아, 레스토랑에 전화해서 일 못한다 하고 볼일을 보러 나섰다.

렌트카 사무실을 찾는데 인터넷 주소로 찾아 갔더니 없다. 어쩌지 싶어 두리번거리고 서있다 보니 길에 서서 빵을 먹고 있는 아저씨가 눈에 띈다. 멈칫거리다 차 어디서 빌리는지 아느냐고 물었더니, 일행이랑 이야기를 하더니 너무 멀어 걸어가기 힘든데 밖에 없단다. 그래서 이 근처에 있다고 들었다 했더니, 동네 사람에게 물어보자며 기다리란다. 그리고 일행이 물어보러 어디로 뛰어간다. 그 사이 아저씨, 딸이 베트남 호치민에서 왔다 한다. 내가 잘 못 알아들었겠지, 어떻게 딸이 호치민에서 올 수가 있어 하며 '거기 산다고?' 물으니 호치민에서 왔다 하며 내가 알아듣는지 의심해 가며 예쁘장한 월남 여자아이 사진을 보여 준다. 여기서도 동양 아이들을 입양하는지... 말이 짧아서 거기까지 물어보진 못했는데 길 헤매는 낯선 사람에게 아무런 경계도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 모른다 하면 될 것을 뛰어다니며 물어 봐주는 사람. 일행이 돌아와 뭐라 하니 거기 그런데 차 빌려주는 것 맞데? 하며 길 이름이며 가게 이름이며 계속 와대는 전화도 받지 안으면서 종이 찾아 볼펜 찾아 적어주며 설명, 또 설명해준다. 덥수룩한 머리와 수염.. 패션의 나라 국민 같지 않은 옷차림으로 길거리에 서서 얼굴만한 크기의 빵을 소탈하게 먹는 이 아저씨... 잠깐 스치는 순간에도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거기서 돌아오는 길에 레스토랑에 잠깐 들려, '미안~~~' 하고 나와 바쁜 일도 없고 날씨도 좋고 산책 삼아 알려준 사무실을 찾는데 매일 지나다니는 길인데, 가게마다 다 기웃거리고 다녔는데 도대체 본 기억도 없고 눈에 띄지도 않아 담소를 나누는 나이 지긋한 아저씨들이 눈에 띄어 묻자 하고 다가갔다. 한 아저씨, 말 꺼내기도 전에 그 사이도 못 기다리고 'dimmi(말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기가 어디냐고 적어준 쪽지를 내미니까, 어디라고 알려주기는커녕 왜 그러냐, 뭐 할거냐, 구경하고 싶어서 그러는 거냐 온갖 질문을 해대더니 여기는 다 봤냐, 어디는 가 봤냐 하더니, 오늘 같은 날은 거기는 꼭 가야 한다 하더니 대뜸 자 이리 따라와라 보여주마 한다. 그래서 따라가며 어디 가냐고 물었더니, 지나가는 할머니를 붙잡고 내게 뭔가 말을 하라 한다.. 알고 보니 영어를 좀 할 줄 아시는 할머니라 자기가 위험한 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말해주라 한 것이다. 뭐,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백주 대낮, 수 많은 사람이 활보하는 시간이라 별 걱정 안 했고 그냥 어디 가는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그러고 어디 사냐, 여기는 왜 왔냐, 어디서 일하냐.. 등등 묻고, 그러더니 예쁘다는 성당 입구를 보여주며 여기가 거기라고, 지금은 닫아서 못보고 그런데 오늘 세시 반에 오면 내가 있으니까, 오라고.. 그럼 내가 다른 어떤 곳과 또 다른 어떤 곳을 보여주겠다고... 다 이해했는데, 단지 선뜻 받아들일 제안이 아니라 곤란해 하니까 내가 잘 못 알아 듣는 것으로 보였는지, 아는 사람도 많아 남녀노소 구분 없이 두루두루 지나가는 사람들 다 인사하고, '너? 영어 못하지.. 가라..' 계속 그러더니 난데 없이 약국으로 따라 들어오란다. 약국 아가씨에게 가서 뭐라 하고 날 넘긴다. 한 대여섯 명 되는 약사들 모두 무슨 일이냐며 쳐다보고 한마디씩들 하고... 이 아저씨랑 있다 모든 토르토나 사람들이 나의 존재를 알게 되는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되고... (며칠 전 기차 안에서 그런 일이 있어서 잠시 당황한 기억이 있어서 더욱... 어느 역인지 방송을 안 하길래 '저기.. 여기 역 이름이 뭐지요?'했더니 '토르토나에서 우리도 내리니까 같이 내리면 되요.'하는 것이다. 같이 타지도 않았는데 거기서 내리는지 어떻게 알았냐 물어보고 싶었지만 옆 친구들이랑 열심히 수다 떠는 것을 더 방해할 수 없어서... ) 요는, 약국 아가씨가 영어를 하니까 자기 의사를 전달해 달라고 한 것이었다. 나도 다 아는데, 모르는 것이 아닌데, 그냥 여러 이유로 'yes'를 할 수 없는 것 뿐인데... 어떻든 어찌 내 의사를 잘 표현할 수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 반가워 하소연을 하니, 약국 아가씨가 상황을 모면해준다. 아저씨에게 웃으며 단호히 이제 네 도움 필요 없으니까 가라고 말해준다.. 그러면서 그 아저씨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장애인 단체 회장님이라고.. 늘 기꺼이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어한다고..
나도 다 알았다. 차를 왜 빌리려고 하냐 하길래, 그냥 시간 있을 때 돌아다니며 구경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뭐 그다지 볼 것도 없는데, 차 빌리는데 비싼데... 그나 저나 너 여기 그 성당은 구경했어? 오늘 같은 날은 거기엘 가봐야지... 뭐 이렇게 시작 됐으니까.. 별로 할 것도 없는데 비싼 차 빌려 구경할 게 뭐 있니, 봐야 할 것 몇 가지 있기는 한데 내가 시켜줄게 했던 것뿐인지, 말 안 해도 다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호기심 많고 오지랍 넓고 도대체 사람 사이에 경계라고는 없어 보이는... 같이 뭐 하는 것 좋아하고, 남 잘되는 것도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지만 그만큼 남 안 되는 것도 못 봐서 뭘 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 그냥 원형의 인간에 가까워 보이는... 그리하여 담은 왜 그렇게 높고, 혼자 뭐 하는 것은 왜 그리 좋아하고, 뭘 그렇게 경계하고, 항상 삼가하며 비상경보까지는 아니라도 늘 경계 경보 태세로 세상을 사는지... 날 돌아보게 만드는...

그리하여, 호기심 많고, 버르장머리 없고, 남일에 참견하기 좋아하고, 도대체 생각이 고일 뇌세포가 없어 떠오른 즉시 말로 입 밖으로 튀어 나와야 하는 그런 발놈 같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고 철이 들어 그 호기심과 넓은 오지랍이 열린 태도로 변해 아무런 경계 없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온갖 호의를 베풀어 기분 좋게 만드는 그런 이탈리아 아저씨들이 되는 건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2 comments:

sunny said...

여긴 주기적으로 로그인이 안되네요?
오늘도 새로 계정 만들었어요 -.-;;
벌써 몇번째 새계정을 만들었는지..
오랜만에 왔더니 글이 많아서..여기 저기 흔적을 남기고 싶었는데..로그인이 안되서
새로 계정 만들고..하고 싶던 말들 다 잊어버렸네요 ㅋㅋ
암튼..언니 너무 부러워요^^
근데..어떻게 레스토랑을 옮기세요?
원래 스케쥴이 그랬던거예요?
암튼 다행이네요..거기 정말 맘에 안들었는데..
이번에는 많이 배울수 있구 언니 스타일에 맞는 곳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전 어제 하루 휴가내고 문경에 다녀왔는데 .. 넘 좋았어요 ^^
언니 돌아오면..언니야들이랑 함 같이 가요
하루코스로 갈 수 있겠더라구요
경치 좋은 기차길에 철도자전거를 만들어 놨는데..너무 재밌어요
언니 빨리 와요 ^^ 같이 놀아요!!!

anna said...

왜그렇지.. 난 항상 잘 되거든요.
써니가 가족을 돌보아야하는 막중한 책임이 없는 사람이면 나랑 얼마나 재밌게 놀까.. 항상 아쉬워하지.. ㅎㅎㅎ

학교에 이 레스토랑이 어떻다 말하니까 그럼 다른 곳으로 바꾸자 해서 금방 바꿀 것 같아 짐도 다 싸놓고 마음의 준비도 다 했는데 열흘이 넘게 지났는데 도대체 연락이 없어서 이제는 과연 바꾸게 될 일인가 싶은걸..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