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4.2007

2,500장의 사진으로 남은 파리



정말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 다시 Tortona로 돌아왔다. 돌아가기 싫다, 싫다 했더니 비행기로 채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길도 더디기만 해, ‘이젠 정말 안녕이야. 다시 볼 때까지 Au Revoir, Paris...’를 마음 속으로 외치며 공항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한지 거의 열 시간 만에 현재 ‘casa’라고 부르는 곳으로 돌아왔으니..


혼자 다니다 보면 카메라가 친구가 된다. 찍는 것도 재미있지만 틈나면 찍은 사진 확인하며 보는 재미도 좋다. 디지털 카메라를 갖게 된 후 찍어 확인하기도 저장하기도, 다시 보기도 더 할 수 없이 편해지다 보니 이제 내게 카메라는 기념이 될 것을 남기기기 위한 수단뿐 아니라 정보를 모아 저장하는, 안 좋아진 기억력을 보완하는 보조 기억장치까지 되어버렸다. 기억하고 싶은 것들, 기억해야 할 것들을 길에서 만나면 어디에 적어두기보다는 사진으로 찍어 남겨둔다. 맘에 드는 상품 디자인, 브랜드이름, 웹사이트주소, 가격, 길 이름, 차 시간표 등등... 그러다 보니 어딜 가도 카메라가 가장 필요한 도구가 돼 버렸고 사진도 많이 찍게 되는 경향이 있다. 찍는 부담이 없으니 초점이 맞지 않아, 중심이 맞지 않아, 빛이 잘 맞지 않아 몇 장이고 다시 찍은 것들도 있어 정리를 하면 줄어들긴 하겠지만 그렇다 해도 하루 평균 오백 장의 사진은... ㅎㅎㅎ


파리에서도 시선이 닿고 그 순간 내 마음에 어떤 종류든 신호를 보낸 곳은 여지없이 카메라 안에 담겼다. 멋있는 것도, 재미있는 것도, 흉한 것도, 기억하고 싶은 것도, 역 이름도, 지하철 노선도... 심지어 사가라는 예쁜 기념품까지도 사진으로 찍어두는 것으로 만족하고 엽서 한 장 사지 않았다. 하루를 마치고 노트북으로 사진을 옮기며 매번 전날의 기록을 경신하는 사진 장수를 보고 ‘카메라로 파리를 완전 베껴갈 기세네’ 하면서도 다음 날 역시 카메라를 손에서 떼어 놓을 수도 셔터를 마음 놓고 쉬게 할 수도 없이, 순간 순간이 아쉬웠다.

카메라가 case 안에, 가방 안에 있어 미쳐 꺼낼 틈도 없이 스쳐 지나간 적도 있고 손에 들려있는 카메라를 들어 셔터를 누르기도 힘들만큼 피곤 했던 적도 있고, 정말 담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들이대기엔 부적절한 상황이나 대상들도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사진은 파리에서의 모든 순간들과, 관광객의 눈에 비친 껍데기라 할지라도, 시선이 머물렀던 모든 것을 잊고 싶지 않은 마음이기도 하지만 5박6일, 그 짧은 시간 동안 얼마나 자주 내 눈이 커졌으며 마음에, 머리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은 현상이 있었는지를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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