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4.2007

장한 일...


오늘 레스토랑을 나서다 집주인 아저씨를 만났다. 이탈리아어에 존대말이 있다지만 귀찮아서 이젠 왠만하면 모두에게 'ciao!(안녕)'고 'tu(너)'다. 오늘도 역시 머리가 하얀 아저씨에게 'Ciao!'를 외쳤다, 한편으로 올라가려는 손을 어떻게 말려 손까지 흔드는 것은 좀 자제가 된것이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그런데 아저씨 뭐라 하는데 passagio a casa만 들린다. 내가 집 반대 방향을 향했기에 '돌아서 집에 가는구나!'로 추측해버리고 '네'하고 돌아서 가는데 왠지 아저씨의 억양이 귀에 맴돈다. 그래서 사전을 꺼내들고 기억나는 소리를 자꾸 되새겨 보니까 'vuoi passagio a casa?'였던 것이다. 음, 무슨 뜻이냐면 아저씨는 차가 있었으니까 '집에 차로 데려다 줄까?' 였던 것이다. 그런데 '네' 하고 대답하고 반대방향으로 씩씩하게 걸어 갔으니 그런 내가 얼마나 우스웠을까...

늘상 일어나는 일이라 뭐 그다지 마음쓸 일도 아니지만, 말이 잘 안통하다는 것은 참 불편하고 답답한 일이다. 매번 '영어로 말해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도 귀찮아 더듬거리고 있으면 영어로 먼저 말해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러면 어찌나 반갑고 고마운지. 일단 말이 통하고나면 일은 술술 풀린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을 설치했다. 혼자.. 그 짧은 이탈리아말로만... vodafone 가게 찾아가서...
짬짬이 레스토랑에서 해야하는 인터넷에 대한 목마름이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게 했지만 scheda라는 것도 사고, 서비스도 결정하고, 프로그램도 깔고 더구나 무인 서비스 전화로 activate까지 하는 장한 일을 한 것이다. '저기 어떻게 인터넷을 쓰는지 좀 알려줄래요?' 했다 물어본 것을 후회할 만큼, 어쩌면 이렇게 무슨 말인지 모르겠을 수가 있을까 무안할 만큼 알아들을 수 없는 대답을, 기다리면서 묻고 묻고 또 물어 다 이해한 것도 대견하고, vodafone청년이 저 상태로 하긴 어렵지 싶었던지 내일 가게로 오면 다 해주겠다던 난 코스인 전화로 activate 하는 것까지 무난히 해치우고 이렇게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뿌듯하다. ㅎㅎㅎ

4 comments:

sunny said...

ㅎㅎ 같은 밴띠라 고모가 좋다고 하던 이름이 무슨 *세였던 조카가 고모 닮았구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 ㅋㅋ
동갑내기 우리 태형이도 요즘 늦게 한글깨치면서 좀 쉽게 숙제를 끝내는 날은 어찌나 스스로 칭찬을 하던지 ..
혼자 웃게 하는데...우리 언니야도 그런 천진한 모습을 ㅎㅎ
근데..옮긴 레스토랑에서도 계속 인터넷 되지 않았어요? 주말에 주로 글 올리셔서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블로그 찾는게 일인데..이번주는 글이 없어서 여행 다녀오셨나 했어요..인터넷이 안되서 못 올리셨나봐요?
요즘 틈만나면 어떻게 이태리를 언니야 있을때 갔다올 수 있을까 .. 열심히 고민중이에요 ㅋㅋ

anna said...

ㅎㅎㅎ 여기 오면 내가 '019'로 전화 걸어서 들려줄께... 알아 들어야하는데 들리는 것이 단지 소리에 불과한 그 황당함, 어이없음... 느껴봐야 안다니까.. 그 상황에 어떻게 했다는 것. 진짜 장한 일이에요.. ㅎㅎ.. 그나저나 sunny가 이탈리아에 오는 날, sunny가족들에게 인연을 끊게 해야하는 사람 목록에 올라가는 일이 벌어지지않을까 좀 두렵다...

Caroline Yum said...

역시 언니야.... 하면서도 존경, 감탄
대단해요, 정말~ ^^

anna said...

방가방가 캐롤라인...
나들이 하셨네.. 요즘 딸래미 재롱에 도끼자루 썩는줄 모르는 것 같더구만... 그나저나 한국은 언제 가? 몇달 후면 볼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