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스라 할 것도 없지만 ‘살비아 부로’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소스로 요즘엔 배는 고픈데 뭔가 하기는 싫은 날 간단히 뭔가를 둘러 먹는 방법이라지만, 예전 복잡하고 섬세한 소스를 만들 만한 여유가 없던 시절에 서민들이 많이 해먹던 소스라고 한다.
뇨끼를 하던 날. 접시를 보더니 서빙을 하는 발군(기분 나쁠 땐 발놈)이 아우성이다. 버터에만 볶아 달랬는데 살비아를 넣으면 어떻게 하냐고... 영락없는 마녀, 우리 주방장 넬리나 왈, 살비아 건져내!
주방장이 건져 내라는데... 못된 할멈 이바나, 툴툴거리며 살비아를 건져 내고 접시를 내보낸다. 그리고 얼마 후 그 접시는 아무 탈없이 빈 접시로 돌아왔다.
그 날 뇨끼를 위해 준비된 소스는 다진 고기와 토마토 페이스트를 넣어 만든 ragu. 뇨끼의 delicate한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간간히 살비아 부로를 주문했는데... 버터에만 볶아달라? 그 것보다 더 delicate한 맛을 즐기시겠다? 그런데 살비아 넣은 접시를 불평한마디 없이 싹 비우시다니... 차라리 gnocchi al ragu를 드시지요...
살비아 향도 못 느끼면서 굳이 빼달라는 까탈을 부렸다는 사실도 어이가 없지만, 열 가지 중 아홉 가지만 넣어 달라는 것에 한 가지를 더 넣은 것도 아니고 두 개 중 하나를 넣어 만들어 달라했는데 둘을 넣어 놓고 당당한 마녀 주방장의 태도가 더 날 어이없게 만든다.
삶은 당근은 왜 그렇게 잘 쉬는 건지, 그러면 조금씩만 준비해서 쓸 것이지, 거의 매번 쉬게 만들어 그대로 씻어 데워 내보내거나, 전날 남은 샐러드 그릇에 잘라 넣어 마요네즈 더 넣고 해서 새 것처럼 샐러드를 만든다. 어떤 음식인지 모르는 나도 알만큼 상한 냄새가 확 나는 것을 혹시 누가 알까 쉬쉬하며 그냥 끓여 내보낸적도 있다. 오늘은 처음엔 곰팡이가 분명히 없었는데 생긴 치즈를 그냥 내보냈다. 그래도 불평도 없고 배에 탈도 없는... 무시 하는 주방장에 무시 당할 만한 손님에...
누구에게나 다 배울 것이 있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제 좀 그만 배우고 대신 해야 할 것을 좀 배워보고 싶다.
2 comments:
읔!
아래 Dado나 이 글에 나오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외식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답니다.
그래서 내가 다시 일 할 때까지만이라도 건강한 음식, '살아있는' 음식을 먹이자는 마음으로 삼시 세끼 칼을 잡고 도마 앞에 서는 게 아니겠어요? 물론, 언니도 알다시피, 현태도 지수도 뭐든지 해 주는 대로 잘 먹어주니 신이 나서 하는 면도 있긴 하죠...
그러게, 이탈리아 음식은 그래도 믿을 만하지않을까 했는데, 그리고 위생적일 꺼라고 생각했는데.. 집에서 신선하고 맛있는 재료로 양념 많이 안하고 간단히 해 먹는게 최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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