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2006
가르침?
대지를 뜻하는 이름의 학원친구(?)가 빌려준 파스타 책을 보다 문득 이탈리아, 이탈리아 요리에 대한 관심이 언제, 어디서 시작됐는지 떠올랐다, 내 생애 최초의 파스타 소스와 함께... 그 동안은 로마여행 이후가 아니었었나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그 훨씬 이전이었던 것이다.
조개를 어떻게 손질하는지 몰라서 baby clam 통조림을 넣고 거의 모든 야채, 심지어는 과일(서양배)까지 넣어 만들었었던... 난 물론 언제나처럼 '내가 했지만 진짜 맛있다' 하며 먹었는데, 매일 밥을 얻어먹던 선배들에게 몇번 대접을 했을 때도 호평을 받았었다. 다른나라 음식이라고는 피자헛 피자 말고는 기꺼이 먹어주질 않던 까탈스러운 선배도 그것만은 맛있다했을 정도로... ㅎㅎㅎ
물론 가르침을 준 선생님이 있었는데 기숙사 앞 방에 살던 이탈리아에서 3년 유학한 동갑내기 친구였다. 이탈리아에서 오래 있기도 했고, 뚝딱뚝딱 뭘 잘 만들어 먹기도 하는게 신기해서 요리 비법을 가끔 묻곤 했었는데 '스파게티'는 어떻게 만드냐 물었을 때, '의외로' 올리브 오일에 마늘향 내고 나머지는 알아서 취향껏 넣어서 만들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난 그 말을 철썩 같이 믿고 올리브 오일에 마늘 볶다 이것저것 아무 것이나 넣고 맥코믹에서 나온 마른 허브들 몇가지와 소금 후추 넣어 파스타를 만들어 먹곤 했었다. 그 후, 몇몇 친구들이 같은 것을 물으면 배운대로 그렇게 알려주는데 아무도 나처럼 그 말을 철썩 믿는 눈치가 아니다.^^
그때도 그 친구의 가르침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생각할수록 진짜 제대로 된 가르침이었다. 요리에 정해진 법이 어디 있으랴, 내 입에 몸에 아니면 내 음식을 먹어주는 사람의 입에 몸에 맞게 만드는 것이 법이지. 그것이 그 친구가 이탈리아에서 3년을 지내며 배웠다기 보다 느낀 이탈리아 요리법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그것을 친구였던 내게 알려주었던 것 같고...
그러고 보니 아무 말을 잘 듣고 따르는 편이 아님에도 그 친구 말은 유난히 귀기울여 들었던 것 같다. 처음 내 차를 갖고 그 친구에게 세차는 도대체 언제하냐고 물었을 때 '뒷유리창이 보이지 않을 때 한다'던 말을 아직도 무슨 소신처럼 지키고 있으니 말이다.
혹시 언젠가 파스타집 주인이 된다면 꼭 초대해야할 친구를 오랫 동안 잊고 지내다 오늘 생각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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