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9.2006
paradox(?)의 발견
적진(?)에 뛰어들 날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 눈앞에 쌓여있는 해야할 일들의 태산을 보면 그냥 멍해지곤 한다. 정신을 차리자며 포스트 잇에 써서 붙여놓기도 하고, 컴퓨터 조각 파일들로 정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수첩에 적기도 하고, 머리속으로 수시로 작은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그중 최상의 난제는 역시 말. 얼마전까지 무조건 재밌기만했는데... 난공불락의 태산으로만 느껴진다. 이탈리아어도 영어에 못지않은 위상(?, 배우기의 어려움에 있어서)의 외국어인데, 아무리 열심히 했다손 치더라도, 5개월만에 근심이 사라질 정도의 언어를 구사할 수있을 것이라 기대도 하지않았건만, 코 앞에 결전의 날을 앞두니 하는 것의 재미도 보람도 사라지고, 답은 뻔함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이걸 어디서 어떻게 해야하나 싶은 생각이 수시로 들락날락한다. 어떻든, 뻔한 답이기에, 읽고 쓰고 듣고 외우려고 한다, 노인성 기억상실증과 싸워가며.. ^^
생산성 없는 복잡한 생각들로 불면이 잦아지고... 내 방 내 침대에서 잠을 잘 자야 다음날의 생산성에 차질이 없다는 것을 알기에 이 또한 압박으로 불면의 이유를 더한다.
어느 날, 남들은 잠이 안오면 성경책을 읽는다던데, 못 알아 듣는 이탈리아 라디오를 들으려하면, 성경책과 같은 원리로 잠이 오지않을까, 게다가 그러다보면 언젠가 알아듣게도 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인터넷으로 streaming service를 하는 이탈리아 국영라디오 중 음악은 안나오고 말만 많은 라디오 채널을 골랐다. 그렇다고 밤새도록 켜놓으면 심각한 수면방해가 될테니까 오랜(?) 기억을 되살려 shutdown 명령어 도움말을 찾아 어떻게 한시간 안에 꺼지게 하는지도 찾고...
크게 라디오를 켜고 한시간 안에 꺼지게 타이머를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다. 라디오 소리가 심각하게 수면을 방해했다, 시끄러워서 도대체 잘 수가 없다. 자는 것이 듣는 것 보다 중요한 시간에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곧 잠이 든다면 고마울 따름이나 어차피 잠은 안오니 한단어 한단어, 토씨하나 놓지지않겠다는 자세로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아침. 어느날은 라디오 소리에 들었던 잠이 다시 깼다. 순간 정신이 너무 맑아 다시 잠못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스쳤는데 '에라 그러면 잠들려 애쓰지말고 차라리 저 소리를 들으려하자' 했더니 어느새 아침이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결과는 아주 만족스럽다. 어떤 날은 좀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듯 하다. 하지만 맘 편히 생각한다, 잘됐다 오늘은 좀더 오래 듣기 연습을 하자. 그러다 보면 또 아침. 게다가 소리들이 점점 맑게 또박또박해진다. 가끔은 알아듣기도 한다.
소리를 들기위한 정신집중이 하루를 위해 충전된 에너지의 소모를 가속하여 곧 재충전모드로 전환되게 하는 것이지 싶다. 게다가 아무리 잠이 안온다 싶어도 늦어도 한시간 안에 꺼지도록 timer를 걸어놓은 컴퓨터 꺼지는 요한한 소리를 매번 듣지 못하는 것을 보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이다.
잘 시간에 잠도 잘 자야하고 시간을 쪼개 이탈리아어 듣기도 매일 해야하는 상황에 이런 발견이 얼마나 반갑고 즐거운지 모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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