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4.2006
TV: 걸어서 세계속으로...
토요일 아침 열시 KBS1 TV에서 "걸어서 세계속으로..."라는 프로를 한다. MBC의 토요일 오전 양희은, 송은희, 박미선이 했던 여행프로도 좋아하긴 했는데 그 프로는 보여주는 여행지보다는 그들의 솔직한 대화를 좋아했었다. 어떻든, 이 프로는 요즘 TV 프로의 명랑하다 못해 흥분된 분위기로 볼 때 보통의 프로에 비해 한 열배쯤 tone down된 분위기다. 무심히 눈비비고 일어나 채널을 돌리다 발견하면 채널 고정해서 보고 하기를 몇번하다 그 프로에 반해 고정 시청자가 됐다.
하루는 그 프로를 놓친 것이 너무 아쉬워 다시보기를 위해 정말 하기 싫어하는 회원가입(외국인으로..)을 시도하기도 했다, 물론 KBS가 바보가 아니라 가짜임을 눈치채고 가입을 불허했지만... (개나 소나 시덥지않은 online서비스하면서 무조건 주민등록번호 넣고 등록하라며 privacy를 침해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외국인 행세하며 등록하려했음. 혹시 이글을 보고 이런 날 딱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아이디 살짝 빌려주시길. 절대 그 아이디로 누가 될만한 짓 안하고 못 본 것만 살짝 볼 것을 맹세함.) 어떻든, 토요일 열시 시간을 맞추는 것이 쉽지않아 항상 narrator가 누군지, 어떻게 여행이 그 곳에서 시작되었는지는 도대체 모른다.
이 프로에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화면에 비추이는 일이 거의 없다. 목소리만 있다. 그래서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소개해주는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narrator의 발길을 따라 여행하는 것 같다.
오늘은 스위스 편이었다. 스쳐지나가는 화면을 보며 길지않은 시간 여러 생각들이 교차한다. 스위스답게 감탄을 자제할 수 없는 자연... 인공물을 자연에 설치하면서도 조금도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고 묻어서 더욱 아름다운 자연이 된 풍경들... 어떤 사람들은 저렇게 자연과 조화롭게 살수있는데 우리는 왜 훼손 내지 파괴없이 무엇을 할 수없는지... 파괴하는 손이 있고 창조하는 손이 있는데 우리 손은 파괴하라고 만들어진 손인지... 꽃이 없는 집은 아무것도 아니라며 산 중턱에 꽃으로 가득한 집을 가진 아줌마... 정원있는 집에서 꽃 가꾸고 사는 것이 더이상 소박한 꿈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난 주생활에 관한 한 어떤 소박한, 하지만 아름다운 꿈을 꾸어야하는지... 여름을 지내고 산을 내려오는 모든 소들의 목에 걸린 멋진 종과 머리장식, 비록 고기나 우유를 얻기위한 소지만 할수있는한 아껴주는 왠지 아름다워보이는 모습... 열심히 일하는 것이 행복한 농부와 치즈만드는 아저씨... 소떼를 이끌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소들 뒤에 자동차까지 이끌게 된 목동의 평화롭기만 한 표정. 그 상황에 나였다면? 아무리 그것이 그곳의 규칙이라도 차들이 뒤에서 뭐라하지 않더라도 지레 당황해서 어쩔줄 몰라하거나 아니면 '이 길은 말이야 차가 먼저 가라는 길이 아니거든. 이 길엔 이렇게 추월당하지않으며 천천히 소들과 걸어갈 권리가 내게 있단 말이야' 하는 고집스러움이라도 묻어났을 것 같은데.
그렇게 그 프로는 세계 여러 곳의 아름다운 것만 살짝 떠서 보여준다. 슬픔, 아픔, 외로움, 고통.. 그런 것들 조차도 딱 아름다울 만큼만 보여주는 기술이 있다. 그래서 그 프로가 좋다. 시청자의 대부분은 그 곳에 가고싶어도 갈 수 없는 사람들인데 굳이 real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꿈꾸듯 달콤하게 보고, 보고 나서 여행에서 돌아온 사람처럼 행복하고 너그러워지면 그만인 것이다.
오늘 여행을 마치며 narrator가 '스위스에서 한없는 평화를 느꼈고 행복해졌다'고 했다. 늘 그렇게 "걸어서 세계 속으로..." 한 시간여 여행을 마치고 나면... 난 평화롭고 행복하고 마음에 샘이 있어 그 곳에 그리움, 동경 같은 것이 고이는 것 같다.
3 comments:
우리집에 와서 실컷 보면 되겠네... 우리 아이디를 써도 되고, 여기서 외국인으로 등록해도 되고...
난 chef korea wanna-be인데 벌써 seatle의 chief이 되었다니.. ㅎㅎ
그나저나 여사의 online presence가 잦은 걸로 보아 어느새 seattle의 날씨가 궂은 것이 틀림없어... 지난 주인가 지지난 주인가에 샌프란시스코 편 했었는데 그때도 한 중간부터 본것 같은데 좋더라. 살짝 보고 샌프란시스코 한번 휘익~~ 다녀오지???
미현아, 어제 잠이 안와서 하나 봤는데 네가 왜 잘 안보는지 알겠더라.. 화면이 가로 세로5cm 내인것 같더라. 키우면 화면이 깨져서 도저히 볼수가 없고... 공짜 서비스라지만 너무하다 싶어. 시청료 받으면서 말이야.. 그런데 아쉬운 놈이 샘판다고 그래도 봐야지.. 그게 어디야...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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