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4.2007

복숭아쨈


과일을 좋아하면서도 먹기에 부지런하지 않아 마지막 순간에 처치를 당한다. 이번엔 복숭아. 설탕에 한나절을 재워 쨈을 만들었더니 과육이 살아있는 소위 '마르말레이드'라는 것이 되어버렸다. 과일을 대충 썰어 모양도 별로 없고 조리법보다 설탕을 1/3이나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이 달긴하지만 향긋한 것이 내 입 맛엔 괜찮다.

동네에 간 김에 고모랑 놀자고 꼬드겨서 데려온 진O에게 맛을 보게 했더니 쫄깃쫄깃하고 맛있단다. 그런데 아빠랑 엄마랑 저랑은 좋아하는 맛있데 누나랑 형아는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나... ㅎㅎ

얼마되진 않아도 삼시세끼 밥을 좋아하며 단 쨈을 바른 간식을 할 일이 거의없는 우리집 냉장고에선 일년도 가겠다 싶고 빵에 얹은 쨈부터 핥아 먹는 모양이 어느새 마음을 헤아리는 철부지가 예의 상 맛있다 한 것이 아니다 싶어 가져가겠냐고 물으니 한사코 사양이다. 괜찮단다. 그래서 할머니네는 매일 밥만 먹고 빵을 잘 안먹는다고 하니 그제서야 가지고 가겠단다. 때때로 어찌나 철이 들었는지... 좀 전 동네 서점에서 책하고 풍선하고 장난감하고 세가지를 사달라길래 한 번에 한 가지만 된다 했더니 그럼 두 가지는 안되냐고 졸라대던 녀석은 어느새 없다.

데려다 주는 길, 난생처음 만든 복숭아쨈을 녀석에게 들려 보내는 마음이 그렇게 흐뭇할 수가 없다. 그다지 달가워하지도 않는데 챙겨놓은 한보따리도 모자라 잠깐 기다리라며 발걸음 재촉하는 자식 대문 밖까지 쫓아나가 이것 저것 들려보내는 엄마의 심정이 이런거였다면 이젠 엄마를 말리지 않으리라...


7 comments:

우담아빠 said...

복숭아쨈 하나로 수필한편이 나오는군요^^
안타깝게도 전 복숭아 알러지가 있어서.. 안먹어본지 10수년도 넘은것 같네요 ㅡ.ㅡ

sunny said...

정말..언니 글을 써야 하는거 아니에요?
요리가 아니라..
김모수석님 말마따나..책으로 만들어도 될듯해요..

전 지금 태국에서 내려않는 눈꺼풀을 끌어올리며 .. 느린 네트웍속도도 참아내며..ㅎㅎ 언니한테 글 남기고 있지요..

태국에서의 미팅을 무사히 마치고 ^^ 맛난 태국요리도 얻어먹고..내일 인도 갈 준비를 하고 있어요..

언니 덕분에..자료 잘 준비해 와서..정말 잘하고 있어요 ^^

맛난 태국음식 먹을때..언니야들 생각 많이 나네요..담에 같이 와요
제가 맛난 식당 알아놨어요 ㅎㅎ

anna said...

우담아빠: ㅎㅎ 독자가 있어서 기뻐요.. 향긋하고 달콤한 복숭아를 먹을 수 없다니 안타깝다...

sunny: 방가~~~ 앗! 인도가 첫번째나라가 아니었어요? 그 이국적 향기를 잘 견디었다는 말이죠? 나도 코코넛 넣은 달콤한 태국식 카레 한그릇 먹고 싶은걸요. 지난번 말한 계돈 모아서 태국가야겠다. 어떻든, 잘 되고 있어서 나도 기뻐요. 그리고 뭘 또 부끄럽게 그리 과찬을... 엉뚱한 꼬맹이가 고모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는 것 같아요...

asterope said...

오옷~ 복숭아 마멀레이드 ~~
틴에이저 시절, 그 때나 지금이나 식탐 하나는 유명했던 저의 로망은 갖가지 제철과일로 과실주를 담그고 새콤달콤 맛난 잼을 병병으로 만들어 쟁여놓고 구경하는 거였는데요.. 맨날 꿈만 꿨었거든요... 아... 맛보고싶다...

와~ 박책임님~
제가 꿈꾸는 그 생활을 현실에서 이루고 계시군요!! 넘넘 부러워요~~ 저도 태국음식 이제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정말 계모임 하나 꾸려야겠는데요?
객지생활은 첫째도 둘째도 건강인거 아시죠~~ 즐겁고 건강하게 지내시고 돌아오세요~

anna said...

아니 그런 예쁜 로망이 있었다구요??? 보기보다 쉬운 일인데 한번 실현을 시도해 보심이...
그런데 엄마 외출하셨을 때 끓여먹는 라면도 아니고 그 부산을 떨면서 잼을 만든다는 것이 왠지 어색하죠?
요리를 일로 하겠다 나선 나도 그래요. 영 하던 일이 아니다 보니.. 딸의 부엌일이 썩 내키지 않으시는 엄마 기색이 살펴지기도 하고... 그래도 자꾸 해서 갈고 닦아야하는데.. ㅎㅎㅎ

sunny said...

첨엔 그 향에 음식 근처에도 가기 싫었는데..
우리나라말로 "고소",태국어로"팟찌",기타 등등
이것도 요리 잘하는 집에서 먹으니 훨 낫더라구요..
한 3일 먹으니..그 맛도 나름 괜찮다 싶은 생각까지..
호호 많이 발전했죠?

근데..지금의 델리는 영~~~
인도의 다른주는 한국과 다를바 없다는데
델리는 사실 좀 엽기적이네요..
어찌나 드러운지...사람들이 외식을 안한데요 -.-;;
그래도, 왠지 매력이 숨어있는 것 같아 호기심 만빵입니다..
토요일 드뎌 타지마할로~~~~~
얼마나 아름다울지 기대에 부풀어 있답니다..
혹자들의 말로는 ...한마디로 지저분해서 암것도 안보인다는 ㅎㅎ

길거리에서 실내를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도시라 그 찌릉내에 코를 둘곳이 없답니다..

오늘은 6층 건물 식당에서 밥먹는데 다람쥐가 다니는거 있죠? 여기가 그런곳이랍니다^^

anna said...

흐흐.. 엽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그 곳에 빠지는 걸 보면 가고 싶지는 않아도 궁금하기는 한 나라에요.. 어차피 간 것, 열린 마음으로 많이 느끼고 와요~~~ 그런데 타지마할은 아무리 더럽다고해도 한번 가보고 싶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