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4.2006
한국과 이탈리아의 음식문화 이야기
이대에서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주관하는 이탈리아 언어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한국과 이탈리아의 음식문화 이야기'라는 행사에 다녀왔다. '언어주간 행사에 왠 음식이야기냐?' 할 수 있지만 이탈리아 언어는 이탈리아 문화이고 그런데 한국에선 이탈리아 말도 문화도 생경하니 음식앞에 무장해제 하지 않는 사람 없고 음식으로 시작하여 문화를 말하고 더불어 이탈리아 언어에 가까워 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라는 것이 내가 이해한 이탈리아 대사의 여는 말이었는데 맞는 말 같다, 이탈리아 요리 배우자고 열심히 이탈리아어 공부하고 틈나는 대로 이탈리아 관련 책읽고 하는 나를 보면.. ㅎㅎㅎ
이탈리아 음식의 성공요인(Italian gastronomy: the recipe of success) 라는 주제로 폴렌조 식과학대학(Universita’di Scienze Gastronomiche, Pollenzo(CN))의 모리니(Gabriella Morini) 교수가 강의를 했고, 이대의 모 교수가 "한국과 이탈리아의 음식문화비교", 국내 유수 호텔에서 일하는 모 박사가 "조리측면에서 본 한국과 이탈리아 음식", 대형 외식업체 마케팅을 담당하는 모 팀장이 "한국 외식산업에서의 이탈리안 프드 파워"라는 제목의 강연을 했다.
우리 것을 외국의 것과 비교할 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우리 특유의 과잉방어 내지는 자존감 없슴이 느껴진다. 이번에도 역시... 그런데 그럭 저럭, 취할 것 취하고 버릴 것 버리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려니 하며 food academia와 food industry 사람들로 부터 음식 문화와 산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행사 후 우리나라와 이탈리아 음식의 비교 체험(?) 시간에 특히 행복해 했다. 우리 음식으로는 호원당의 떡과 한과가 제공되었고 이탈리아는 바로 얼마전에 수입이 가능해졌다는 salumi(햄류)와 mozzarella(숙성시키지 않은 모짜렐라), focaccia(이탈리아 빵의 일종), vino, lasagne, 그리고 tiramisu를 내놓았다. 'Italian food이 아닌 food from Italy'라는 이탈리아 문화원장의 말에서 자신들이 자신들의 땅에서 생산해낸 것에 얼마나 자부심을 느끼는지가 보였다.
이탈리아 음식이 우리나라에서도 빠른 기세로 퍼지고 있지만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가정의 식탁에서 우리가 밥을 해먹듯 파스타를 만들어 먹는 정도로 깊이 퍼졌다.
외식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우리나라 외식업계에서 이탈리아 음식이 얼만큼 빠르게 성장하는지 숫자와 사례를 들어 설명을 했다. 우리나라 외식업체가 대부분 20대 여성을 targeting하고 30대 남성에게 먹히면 성공을 기대할 수 있다는게 업계의 정설인데 이탈리아 음식은 어느새 30대 남자들에게도 수용이 될 정도로 성공적이라고 한다. 그리고 프랑스 식당이 이탈리아 식당으로 바뀌는 현상이 일어난다 한다. 그러며 그 배경의 business측면, customer측면의 value에 대해 말했는데...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는 외식업체 측의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했다.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강력하게 퍼져나가는 이탈리아 음식의 business 측면의 힘은 launch가 용이하고 넓은 시장도 시장이지만 바로 '원가'라 했다. 실제로 자신이 일하는 회사의 레스토랑에서 원가가 1,200원도 정도의 음식을 만이삼천원을 받는다는 말을 했다. 즉, '이탈리아제'다 보니 소비자가 원가 생각 안하고 무조건 산다는 말이고, 그 심리를 십분 활용해 돈벌기 위해 너도 나도 이 판으로 뛰어들다보니 이탈리아 식당이 많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앞의 이탈리아 교수는 여러 다른 곳 문화를 혼합하는 열린 문화, 영양적 우수성, 생산되는 식품의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한 우수한 식품의 품질, 구하기 쉬운 재료를 이용한 쉬운 조리법 등이 이탈리아 음식의 세계적 성공 비결이라 자랑스레 이야기 했는데, 객관적으로도 충분히 수긍할 만한 내용이었다.
그런데 우리 업계의 대표는 적은 원가로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는 점이 이탈리아 음식이 한국에서 성공하는 비결이란다. 장사치라 이윤이 남아야 장사를 한다는 말은 더하지 않아도 됐는데 그말까지 더하며... 상도 같은 것을 이 땅에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어찌 그런 말에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는지... 너무한다. 다른 나라 사람이 '한국음식이 퍼지는 이유는 싼 음식을 비싸게 꾸며 팔 수 있어서에요'라고 말한다면 우린 어떻게 느낄까?
내가 느끼는 한 이탈리아 음식은 '좋은 재료로 힘들이지 않고 조리해서 즐겁게 먹고 건강하게 살자'이다. 싼 재료로 덕지 덕지 장식해서 비싸게 파는 그런 음식이 아니다. 외제 상표 붙여놓고 우리 동포들이 OO제라면 무조건 주눅들어 시키는대로 다한다는 점 십분 이용해서 겁나는 계산서 들이밀어도 되는 그런 음식이 아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과장하고 잔꾀쓰고 오버하기 좋아한다 하지만 음식에 대해서는 정직하다 한다. 그래서 음식에 관한한 우리 것이 어느 다른 것 보다 우수하고 충분하지만, 그들의 것을 좋아하고 더 알고 싶은 것이다.
오늘 그 회사는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며 이탈리아 음식 기본을 심각하게 위반하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을 제공한다면 그 음식에 담긴 기본 정신은 훼손하지 말아야하는 것이 아닌지... (사실, 이탈리아 재료 수입업자들도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 다른 나라 슈퍼마켓에서 같은 제품의 가격을 본 사람이면 모두 분노한다.)
지금 우리나라에 이탈리아 음식을 퍼뜨리는 바람은 좋은 바람이 아니다. 이탈리아 음식이 우리나라에 퍼진다면 이탈리아 음식이 가진 정신이 살아 남아서 이탈리아 교수가 말한 그 힘으로 우리나라에도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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