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6.2006

늦은 봄 밤


강남역에서 ex-coworker, 이젠 친구인 J와 P를 반나고 돌아오는 늦은 봄 밤.
근처에 아카시아라고는 볼 수가 없는데 대기가 꽃향기로 가득 찼다. 제법 멀리 있는 원미산에서 퍼지는 향기지 싶다.
늦은 시간이라 왕래하는 차도 사람도 별로 없어 도시의 소음은 잦아들었지만 꽃향기 가득한 봄밤의 정취를 느끼려면 잠시 멈춰서서 눈을 감아야한다. 심지어 인도 위까지 주차된 차들, 여기 저기 널려있는 쓰레기며 쓰레기 봉투, 흉물스러운 간판들, 여기 저기 보행을 방해하는 거리의 시설물들... T.T
맹바기 아저씨의 여러 전시효과를 위한 행적 중에 보행자 friendly한 서울을 만들겠다는 건 정말 맘에 들던데, 이 점 경기도도 좀 벤치마킹하면 안되나 싶다. 간판도 좀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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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가 늦어 기다리는 참에 산책 삼아 배회한 강남역. 전쟁이된 서울특별시와 그 주변 위성도시들,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의 삶을 증거하는 곳. 그리고 그날의 전투를 마친 산업전사(?)들이 친구들과 동료들과 잠시 휴식을 취하는 곳. 그곳에서는 휴식 조차도 단어가 주는 편안함, 한가함 달콤함과는 거리가 있는 또 다른 종류의 전쟁같다. 물론 그 나름대로 재미가 있지만 말이다.
* * *

오늘 어쩌다 중.고등학교 시절 체육시간 수류탄 던지기라는 것을 했었고, 그 때 안에 쇠를 넣은 고무로된 묵직한 모형 수류탄을 더세게 더 멀리 던져야 했던 것을 기억했다. 아무리 안보논리가 무엇보다 우선하던 군사정권 시절이었다지만, 그 어린, 더구나 남.녀가 많이 유별하다고 믿는 그들이 여학생들 손에 조차 수류탄을 들린 것을 생각하니 순간 기가막힌 시절이었구나 싶었다.(아직도 하나? 설마...) 그러더니만 전투니 전쟁이니 이런 단어들이 튀어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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