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2007

devo cambiare la mia testa...


아침, 아무 생각이 없다. 게다가 G의 전화를 받고 나니 아홉시 이십분이 다되간다. 콘디션이 좋을리 없다. 그대로 내려가 알베르또에게 ‘non mi sento bene.. scusa’하고 위로 올라왔다. 일본 스테이지 하는 학생이 왔다고 어수선하다. 간단히 인사하고, 사람들 밖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햇빛도 들지 않는 방에 처박혀 있는 것 보다는 나가서 해를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씻고 읍내 Asti에 나가기로 했다. 되도록이면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고 나가려는데 밖에서 화분에 물주고 있는 줄리에게 딱 걸렸다. Anna, dove vai(안나, 어디가)? Asti... Perche vai ad Asti(아스티에 왜가)? Allora, per cambiare la mia testa, devo fare qualcosa di buono ad Asti(음, 내 머리를 바꾸기 위해 뭔가 좋은 것을 해야 해)...’ 그러는 사이 안드레아에게도 들키고... 인간에겐 기본 privacy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 또한 이 생활에 도움이 안 되는 생각 중의 하나...

devo cambiare la mia testa... 머리를 바꿔야만 한다... 내 머리 속에 먹물이 좀 들었다는 것을 아는 줄리, 기회 있을 때마다 생각하지 말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머리 속을 바꾸지 않는 한, 지금까지 살아온 세상의 논리로 생각하는 한, stage 생활 내내, 뿐만 아니라 혹시 앞으로도 남의 부엌에서 일을 한다면 일하는 내내 하루 맑음, 하루 흐림의, 오전 맑음, 오후 흐림의 상태가 계속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어떻게 머리를 바꿀 것인가?

안드레아 말뿐 아니라 내가 느끼기에도 나, 조리복 벗고 부엌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 때부터 만나는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금새 말동무도 된다.




(버스를 타고 읍내로 나가는 길... 포도밭, 포도밭... 가끔 양귀비 꽃이 한창인 풀밭도... 붉은 꽃이 점점이 박혀 참 촌스럽다 생각했었는데 자꾸 보니 왠지 마음을 끈다.)


장에서 사진 찍다가 시간을 놓쳐 한번 가보고 싶은 레스토랑에서 밥 먹는 것은 오늘도 실패를 했고...


(우리나라에선 보기 힘든 Faraona(뿔닭)과 토끼... 머리가 달린 채로 있는 모양이 무섭다. 일종의 진품 확인 차원으로 머리며 벼슬이며 그대로 둔다하는데 머리 없어도 구별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굴뚝... 감으려해도 감을 수 없어 부릅뜬 토끼 눈은 차마 마주할 수가 없다....)


(장에서 꽃구경)


(본적이 없는 파란 자두 토마토와 Cedro라는 과일, 저게 뭐냐고 묻자 ‘sono cedri(체드로들))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푸짐하게 쌓여있는 빵, 진정 그들에게 저 빵은 우리에게 모락모락 김 나는 밥 한 공기와 같은 느낌일까?)


대신 bar에 갔다가 ICIF 다음 기수 만나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옷도 사고... 난생처음 외국인에게 머리를 맡겨 확 자르고... 미용사 언니 Giovanna와 이런 저런 얘기 하다가 다음 stage는 여기서 하라며 레스토랑도 소개 받고(^^) 친구도 되고, 오는 길에 동네 호텔의 Villa Chiara에서 그 흔한 Barbera도 한잔 하며 저녁도 잘 먹고...



(Canelli 언덕과 Villa Chiara... 언제 저 언덕 꼭대기를 한번 올라가봐야하는데...)


(생선으로 속을 채우고 바지락으로 소스를 만든 라비올리와 고르곤졸라 소스와 호두를 곁들인 스테이크)


qualcosa di buono(뭔가 좋은 일)는 abbastanza(충분히) 해서 기분은 좋은데 과연 머리는 확 바뀌었는지... 알 수 없다.



(저녁 잘 먹고, Canelli Centro를 지나 산마르꼬로 돌아 가는 길...)


(산마르꼬 가는 길, via Alba, 저 끝 불 빛이 보이는 곳이 casa mia...^^)


6 comments:

Chief Seattle said...

머야, 왜 머리 짤라 상큼해진 사진이 없냐구!!

anna said...

상큼? 기본 상큼한데다가 좀 더 상큼해지긴했지.. 다들 너희는 무었을 먹길래 그렇게 젊어보이냐는 소리를 좀 듣기는 해.. 히히... Amerie style로 잘랐는데 그 분위기가 나려면 한참 다이어트를 해야지.. ㅎㅎㅎ 상상력을 동원하라고...

sunny said...

소박한 사는얘기에 월요일아침마다..여행하는 착각을 해요 ^^
월요일 아침..정신차리고 일해야하는데..ㅎㅎ 중독되어 버렸어요
한 두어시간 .. 이태리 마을을 헤매고 있네요
어디서나..언니 스탈을 고수하며..꿋꿋한 모습 좋아요 ^^
흐뭇흐뭇...
정말..언니 사진 왜 없냐구요..
짦은 머리 상상은 되지만..
그사이 이태리 햇볕에 많이 탔을까 하는 정도의 상상해봐요...

anna said...

sunny, 한번 와보고 싶어요? 안그래도 여기서 같이 일하는 친구가 피에몬테 와인여행을 주제로 여행사 차리자고 하는데 진짜 한번 해볼까요? ㅎㅎㅎ

sunny said...

와 듣기만해도..설레는데요 ^^
저 여행 넘 좋아하는데..
매일 하루에 한번은 고민하고 있어요
아~~ 나도 가고 싶다..
근데 아무리 계산을해도..답이 안나오네요 -.-
확...돌면..갑자기 비행기 탈지도 몰라요^^
유명 관광지 보다는...언니가 있는 곳처럼 그냥 사람사는 곳에 다녀보고 싶어요..

anna said...

어제도 이 근처 이곳 저곳을 밥먹고 한잔 한다고 돌아다녔는데, 지금 계절이 좋아서 그런지 정말 예쁘고 좋더라구요. 그래서, 나 그냥 여기서 살고 싶다 했더니, 이것들이 이 동네 할아버지들을 다 대면서 어떠냐고.. ㅎㅎㅎ
정말 좋아요. 유명한 도시들도 좋지만 그냥 campagna(시골)도 진짜 좋은거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