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2007
그가 떠났다
누군가 오른쪽 어깨를 툭툭 친다. 돌아보면 왼쪽에 안드레아가 있고... 그냥 웃으면 아마도 루이지의 유령인가보라고... 처음 산마르꼬에 왔을 때 루이지가 한 3일 계속 틈 날 때마다 따라다니며 재밌어 하던 장난이다.
점심 먹는데 파리 한마리가 계속 맴돌며 귀찮게 한다. 안드레아, '이 파리 아마도 루이지의 영혼인가보다. 네 주위를 맴돌며 귀찮게 하는 것을 보면..' 한다.
루이지, 4주... 길지않은 시간동안 희노애락의 원천이었던 그. 상대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야한다는 고상한 사람들의 세상에서 통용되는 생각 따위는 아랑곳 하지 않던 그. 자신의 생각을 누구에게도 강요하고 지금까지 누구나 존중했던(?) 나의 영역을 한 번도 존중하지 않고 제멋대로 넘나들던 그.
아무리 외면해도 늘 뚫어져라 바라봐서 무슨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채고 무슨 일이냐 제대로 대답할 때 까지 따라다니며 묻고 달래주고 웃겨주고 이도 저도 안통하면 그냥 안아주고 하면서 한편으론 왜 그렇게 괴롭히고 무관심한 척하고 무시하고 화내고 하는지 정말 종잡을 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그.
어느날 평소에 잘 알아듣지 못하는 그의 말이 또렷이 들리고, 왜 그가 내 귀에 그 말들을 퍼붓고 가는지 이해할 수도 없었지만 더 이상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떠나기 전날 방문을 두드리더니, 어이없게도 자신이 던진 호의의 시선을 외면한 이유를 따진다. 나 또한 날 괴롭혔던 이유를 따졌더니, 그가 상상한 나의 마음을 말한다. 부모 울타리 안에서 곱게만 자라 자기 나이 두배를 살면서도 자기만큼 세상을 모르면서, 파스타 5인분이 담긴 팬하나 제대로 들지 못하고 80먹은 할아버지 만큼도 힘을 못쓰면서 많이 배웠다고, 자기가 어리다고 자신을 무시했다고... 한번도 그를 향해 가져보지 않았던 마음인데 한편 서운하면서 그 속에 그의 아픔이 느껴지고, 그의 장난기 어린 반짝이는 눈을 차갑게 외면할 만큼 그를 향해 피곤했던 마음이 다시 짠해진다.
아무리 내 마음이 그를 존중하고 그를 향해 좋은 의도를 가졌어도, 나의 존재는 그 자체가 늘 그의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은 결핍을 상기시켜 그에겐 느껴질 수 없었던 것이었고, 그것이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그를 이해하는 열쇠였던 것이다.
한참 사전을 찾아가며 겨우 그나마 communicate하고 나니 그가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는다. 내 어깨를 안고 토닥인다. 내가 손을 내밀어 따뜻하게 잡아줬어야하는데... 내가 그의 어깨를 안아줬어야 하는데...
다음 날 일찍 일어나 빨래를 너는 그의 까칠한 볼에 due baci와 네번도 아니고 단 두번의 'ciao ciao'로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나와 B양을 만나기로한 Asti를 향해 길을 나섰는데... 좀 더 이해하려고 더 노력하지 않은 것, 좀 더 인내심을 가져주지 못한 것이 내내 마음에 걸린다. 말이 서툴어, 재능있고 열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인 그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wish him well'하지 못한 것도 내 안타깝기만 하다.
2 comments:
왜 보냈어요??
음식 잘하지, 손 재고 동작 빠르지, 젊고 건강하지, 세상 쓴맛도 좀 봐서 철도 좀 들었겠다... 그런 남자 흔치 않은데... 좀 잘해보지...
언니의 그 철갑성 너무 두꺼운 감이 있긴 해... 거기 그렇게 무모하게 두들겨대는 사람들 많은 나라에 있을 때 성벽 좀 깎아내고 돌아오세요. 대패질 쓱싹 쓱싹.
그런데 내가 아는 그 나라 사람들 중에도 그런 무례? 무모? 다정 한가득?한 사람들이 많은데, 그게 다 햇빛 때문인 것 같지 않아요? 거긴 어딜가나 햇빛이 많잖아. 그런데 햇빛은 구부려, 휙 돌아, 은근히 비치는 법이 없잖아. 정말 그래서 그런 것 같지 않아요?
햇빛.. 너무 멋진 해석인걸.. forse(아마도).
그리고 무례, 무모, 다정 한가득... 이 표현도 어찌나 적절한지..
한번 만난 내 예쁘고 어린 친구를 진작 만나지 못한 것을 못내 아쉬워하며 나폴리의 그녀에게 돌아갔지.. ㅎㅎㅎ 그는 말이야, 우리와는 mentality가 달라도 너무 달라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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