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3.2007

what's the matter with '설거지'?


스테이지 한달 반 동안 설거지에 지쳐 스테이지 생활 그만 두고 자유의 몸이 된 한 친구를 비오는 수요일에 토리노에서 만났다. 살이 훌쩍 빠져서 보기는 좋았는데 그동안의 맘고생 몸고생이 느껴져 맘 한구석이 좀 그랬다.

오래 요리를 한 것은 아니지만 내 생각에 요리의 기본은 칼질이고 맛내기가 아니라 정리고 설거지다. 그 것이 안되면 결국 손이고 부엌이고 더러워질 수 밖에 없고 모르고는 먹어도 알고는 못먹는 접시가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제대로 된 요리사들이 요리하는 것을 보면 틈틈이 재빨리 쓴 도구들 씻어 정리해 가며 요리를 한다. 그런 태도가 몸에 베이지 않고는 제대로된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여럿이 일해야하는 레스토랑 부엌에서의 설거지는 '위생'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다. 설거지하는 사람이 휴가 간 동안의 관찰 결과와 말단으로 설거지만 하다 스테이지 생활을 마친 친구의 이야기를 참고할 때, 동료 나아가 인간에 대한 기본 태도의 문제며 양심의 문제다 까지 생각이 미친다.

주문 순서와 시간을 맞추는게 바쁜 일이기는 하지만 짬짬이 최소한 자신이 쓴 도구들은 씻고 정리해가며 할 시간이 충분하다. 설거지를 전담하는 사람이 없을 경우, 누군가 쌓는 사람이 있으면 치우는 일은 힘이 기우는 약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일이 된다. 요리를 하고 싶어 부엌에 들어온 누구도 가장 허드렛일인 다른 사람이 쌓아놓은 설거지를 종일 하며 행복하지 않다. 쌓는 사람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편안함이 너무 중요하여 다른 사람의 행복은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종류의 일이든 허드렛 일이 발생한다. 일을 통해 성취감도 얻을 수 없고 발전을 기대할 수도 없고 게다가 즐겁지도 않다는 의미에서의 허드렛 일... 그런 일을 자신이 전담하고 싶지 않다면 최소한 발생시키지 않으려하거나 나누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기본 도리라 생각이 되는데...

그런 의미로 미쉘린가이드 별 두 개 짜리라는 그 친구가 일한 레스토랑에 사람들에 대해 분개한다. 그리고 그 자신도 더럽고, 음식도 더럽게 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부엌도 다 더럽혀 놓고 늘어 놓은 채 틈나면 숙소에 올라와 TV보고 앉아 있는 알베르또의 상식없음 내지는 양심없음이 싫다.

2 comments:

asterope said...

비단 레스토랑에서의 이슈 만은 아닌데요 ^^ 왔다가 하나 건져 갑니다 !

anna said...

다녀갔군요... 혹시 명절 설거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