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하면 어쩔 수없이 어울려 그를 배웅해야만 하겠기에 반나절을 땡땡이 치기로 했는데 마침 ex-방짝 B양과 시간이 맞아서 Tartufo의 본거지이며 Piazza Duomo라는 레스토랑이 있는 Alba에 가서 레스토랑 탐구를 하기로 했다.
*버스정류장 앞 광장에 장이 섰다. 호박 꽃이 한철이다. fritti(튀김)도 하고 파스타에도 리조또에도 넣는다.*
Asti역 앞에서 Alba행 버스를 탔는데 Piemonte 와인 본거지 중의 한 곳에서 다른 한 곳으로 향하는 길 답게 포도밭 구릉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중간 중간 작은 마을의 centro도 지나며 한시간 반 남짓...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끊임없이 주고받으면서... 청명한 가을날 소풍 가는 것처럼 행복하다.
*버스를 바꿔야한다고 잠시 우리를 내려놓은 틈을 타서.. 하늘은 맑고 야생양귀비 꽃이 한창이다.*
버스에서 내려 걷는데 자전거를 탄 중국사람이 눈에 띄고, 멈추더니 우리를 향해 다가올 태세다... 이곳에선 워낙 말 걸어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다지 반갑지 않은데, 알고보니 우리와 일주일 정도 일정이 겹쳤던 ICIF Master China의 학생이다. 어느새 학교를 마치고 이곳으로 stage를 나왔다고. 하루에 열세시간 열네시간을 일해서 바꾸고 싶다고... 그녀와 나, 서로 눈을 마주치고 웃는다. 어딜 가도 똑같은 것을 이제는 너무 잘 알기에... 그것 때문에는 바꾸지 말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ㅎㅎㅎ 상하이 근처 요리학교의 선생님이라는 그, Piazza Duomo까지 안내를 해주고 사진 찍고 이메일 교환하고... 중국에 오면 꼭 연락하라고 집 전화번호까지 준다. 그녀와 나, 우리가 ICIF 인맥 덕을 이렇게 볼줄은 몰랐다며, '좋다~~~'하며 더 기분이 좋다.
*Alba, Piazza Duomo와 닿은 거리와 Duomo... *
*본고장 답게 쇼윈도우에 tartufo가 전시되어있다. 치즈에 얇게 썰어 올려놓기도 하고..*
Piazza Duomo... 단체 방문을 했던 적이 있던 cantina(와이너리)주인 ceretto 가족이 운영하는 이 동네에서는 꽤나 유명한 식당이란다. 탐구를 작정한 우리, 좀 놀랄만한 가격이긴 하지만 menu di degustazione(맛보기 메뉴)에 vini degustazione(와인 맛보기)까지 곁들였다.
*Piazza Duomo, 가방 놓는 방석에 감동해서.. ^^*
테이블에 앉자마자 카메라 꺼내 식탁에 올려 놓고.. 접시 나올 때마다 사진 찍고...
아마도 부얶에서는 동양애들 둘이 와서 빨리 먹지 음식 마다 사진 찍는다고 아우성이지 싶지만... 게다가 코스마다 바뀌는 와인에 둘다 술이 좀 되니 사이사이 이야기 조차 길어져 먹는 속도가 한 없이 늦다. 접시 다 준비해 놨는데 못내서 속타하고 있을 것 같아 미안하기는 한데 가장 일찍 들어가서 가장 늦게까지... 한시가 채 못되서 들어가 네시를 훌쩍 넘겨 나왔다. 마지막 접시 나갈 때 까지 주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마칠 수가 없다는 것을, 마치고 좀 쉬고 저녁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 잘 알게 되고 나니 늦게 먹는다 누가 뭐라하지도 않는데도 미안하다. 어느새 부얶의 사람들과 동병상련한다는 것이 재밌다. cameriere에게 늦게 먹어서 미안하다 했더니 괜찮단다, 요리 공부하러온 것 아니냐고, 다들 그런다고... 어느새 눈치를 확 채고 있었던 것이다. ^^
칼 솜씨며, 맛이며, 모양이며... 일본 풍이 느껴진다.
*모양, 맛, 조리방법... 정말 부정할 수 없는 touch of japan, 우리 음식은 어떤 느낌으로 다른 나라의 접시에 담겨질 수 있을까...*
후식을 내오더니 드디어 일을 마친 Chef가 나온다. 일본에서 3년을 일했다는 말을 들었다 했더니 접시에서 느껴지냐 한다. 뭐하냐, 어디에서 일하냐, 언제 왔냐... 역시 온지 얼마 안됐는데 이탈리아어 무지 잘한다 칭찬도 빠뜨리지 않고...(그런데 왜 산마르꼬에만 오면 내 이탈리아어는 그렇게 형편없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인지 ;-() 왜 ICIF는 여기에 학생을 보내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다른 학교 출신 한국사람이 한번 와서 아주 일 잘하고 갔다고... 등등 한참을 말동무를 해준다.
Alimentari(식료품점)에 들어가서 사진 찍어도 되냐고 허락받고 사진 찍어가며 좀 심하게 열심히 구경을 하고 있으니 맘 좋게 생긴 주인 아주머니 맛보고 싶은 것 있으면 말만 하라는데, 다 맛보고 싶어도 하나 밖에 말을 못하는 속을 읽었는지 옆에 있던 아저씨 이것 저것 병을 열어 맛을 보여주고 설명을 해준다. Slow Food 앞치마도 사고, 책도 사고 거리도 구경하고...
*Alla dispensa del convento Alimentari(식료품점)*
*Piemonte 전통 dolci를 위해 복숭아 위에 얹는다는 복숭아 맛이나는 초콜렛 소스와 salami처럼 생겼는데 고기의 좋은 부위만을 사용해서 만들었다는 culatello*
이제 가야할 시간. 역에서 표를 사고... 잠시 얼떨떨해하는 사이에 기차가 지나가고.. 그걸 타야했었다, 다음 차가 있다는 착각을 한 것이었다. 물론 다음 차는 있었지만 버스 시간이 애매해 질지도 모르는 상황...
*Alba역. 한쪽은 Asti, 다른 쪽은 이 바닦에서 치즈와 Slowfood의 Headquater로 유명한 Bra*
그래봐야 달리 대책도 없고, 둘다 기분이 너무 좋아 뭘 걱정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상태라 기차 역에 앉아 평화로운 여름 오후를 즐기고 있는데, 누군가 지나간다... 분명 학교를 같이다닌 친구. 이곳 저곳을 통해 요즘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Alba역 앞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줄이야... 지난주엔 Asti에서 B를 우연히 만나더니... ㅎㅎㅎ 게다가 그녀와 동반한 이탈리아 친구는 다름아닌 같이 일하는 교꼬의 친구, 가브리엘라...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도 다음날 교꼬와 안드레아를 만나기로하고, 가브리엘라도 다음 날 교꼬를 만나기로 하고, 결국 다음날 만날 예정이었던 것이다. ㅎㅎㅎ 어딜 가나 세상은 넓지 않고 이런 우연은 참 기분이 좋다.
그렇게 Alba는 흐뭇하게 기억 속에 남을 것이다.
4 comments:
언니, 나 찾았쑤? ㅎㅎ
마님께서 오셨었네.. 열심히 코멘트를 달아주다 영 소식이 없어 무슨 일이 있나 싶었지.. 왠만하면 어찌 지내는지 소식좀 전하고 하지?
내 랩탑에 바이러스가 들어와 자리잡고 앉으시는 바람에 싹 엎고 2000에서 XP로 업그레이드했거든요. 그 와중에 오프라인으로 며칠 살다보니 그것도 또 편해서 한동안 계속 오프로 있었어요. 흐흐...
그랬군... 오프라인, no tv.. 이런 것들이 끊는 순간 금단 현상만 극복하면 없이 지내는 것도 좋다 싶지.. ㅎㅎ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