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aretti공장에 가기로 한 날 아침.
외출 준비에 바쁜데, 무릎도 부실한 채 늘 기꺼이 기사가 되어주는, 언제나 친절한 Andrea의 인기척이 들린다.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방문을 나서니 불안해 보이는 퀭한 눈으로 “kyoko ha bisogno di aiuto d’ anna”라 또박또박 몇 번을 말한다. 교꼬가 밤새도록 온갖 나쁜 말들을 수백 번 반복해서 퍼부었다고 한다. 밤새도록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어도 알 수 있었다.
어제 gnocchi 만들다 발생한 말다툼이 좀 크게 발전한 모양이다 하며 서둘러 내려가니 차의 앞 좌석에 그녀가 앉아 있다. 그녀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인다. 친구의 도움이 아닌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긴 하는데 달리 방법이 없으니 그냥 하는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주기로 한다. 누구보다 교꼬를 염려는 하지만 있어봐야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루이지와 안드레아를 아마레띠 공장으로 보내고 교꼬를 달래 말문을 떼게 했더니, 끊임없이 말을 쏟아낸다.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했던 것.
자신의 레스토랑을 갖는 것이 꿈인 그녀. 피에몬테 출신에 와인집 아들이고 Cameriere인 Andrea가 자신의 꿈에 도움을 줄 사람인 것 같아 일본인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그를 만났단다. 하지만 그와 대화도 통하지 않고, 구속하고,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일본 부모님 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단다. 헤어지며 남자친구에게 모질게 한 벌을 받고 있는 것 같다고…… 그녀에겐, 나름대로 현명한 선택을 했다 생각했는데 막상 뚜껑을 여니 꿈은 점점 멀어지고 일상조차 힘겹고, 눈 앞에서 자신의 삶이 부스러져 내리는 느낌이 아닐까... 아파서 쏟아내는 말인데, 그러면 안 되는 것 같은데 예상치 못한 충격이 온다. 그녀가 안드레아에게 했다는 말 자체도 예사롭지 않지만 표정도 색깔도 없이 약해 보이기만 했던 그녀가 꿈을 위해 사랑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니... 꿈은 사람을 향기롭고 멋지게 하는 것이지 않나? 그런데 그녀의 꿈이 인생을 고달프게 엮어가는 근원으로 보인다.
감수성 풍부한 청년 안드레아, 늘 일로 바쁜 부모님을 대신해 주셨던 할아버지께서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자신에겐 교꼬와 함께하는 삶이 무척 소중해서 지키고 싶단다. “이탈리아에서 성공한 일본인 요리사”라는 수식어를 위해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질 수 있는 그녀. 안드레아에게 헤어지는 것도 옵션이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다. 그런 말을 할 처지도 아니고, 좀 무거운 숙제 같은 관계지만 너그럽고 헌신적인 안드레아를 통해 교꼬가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도 있는 것이니까... 사실 무겁고 가벼움의 차이는 있어도 다른 사람과 인생을 commit 하는 순간 누구에게나 발생하는 숙제이기도 하니까.
두 여자가 걱정스러워 서둘러 돌아온 안드레아, 고맙다고 부드러운 아마레띠 amaretti morbidi 한 봉지를 안긴다. 다음에 꼭 같이 가자고...
아마레티는 mandorle amare (쓴 아몬드)로 만든 이탈리아 비스켓을 가리키기도 하고 술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 입 먹으니 달고 쌉쌀하고 오묘한 향이 느껴지는데, 처음은 아니다. 언젠가 미국 피자 집에서 호기심에 시켰던 이탈리아 식 소다 맛! 낯선 것 같으면서 낯설지 않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그 향. 익숙해지면 그 향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단단한 amaretti secchi를 Piemonte 전통 후식 Bunet이라는 푸딩 만들 때도 넣고 호박으로 만든 리조또 위에 가루 내서 살짝 뿌리는 것을 본 적도 있고. 아마레티의 향은 이탈리아 후식에 두루두루 많이 쓰이는 향이란다.
[P.S. 면세점에서 사온 아마레띠를 한 입 맛 본 엄마, 대뜸 살구 씨 맛이 난다 하신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살구씨 가루며 비누며 기름이며 자주는 아니라도 가끔은 쓰기도 했던 바로 그 향이었다. 그래서 인터넷을 뒤졌더니 진짜 내 궁금했던 그 향의 주인공 쓴 아몬드라던 것이 알고 보니 살구 씨가 맞았다.]
Ingredienti
50 G Mandorle Amare150 G Mandorle Dolci
300 G Zucchero A Velo
10 Albumi D'uovo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