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2007
안드레아 친구의 레스토랑
레스토랑을 벗어나면 달라진다는 내 모습. 안드레아는 레스토랑 밖의 내가 좋단다. ^^ 나랑 노는 게 좋은지, 아니면 일본 여자친구 덕에 이방인으로서 지내는 것이 안쓰러워 그러는지, 휴일엔 언제나 같이 지낼 것을 청한다. 이유가 뭐든, 안드레아가 좋고 그가 보여주는 피에몬떼가 좋은 나는 그 청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휴일 동네 안드레아 친구가 주인이며 요리사인 trattoria로 아점을 먹으러 갔다. 무슨 학교인지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cameriere가 되는 학교를 같이 다녔다는 안드레아의 동창. 친구들, 주위 아는 사람들, 여기 저기 레스토랑의 소식을 나눈다. 다 알아들을 수는 없어도 그들이 주고 받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 바닥도 넓지 않다 싶기도 하고 우리와 다를 바 없다 싶기도 하고 재미있다.
한참의 수다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식욕이 그다지 왕성하지 않을 시간이어서 간단 메뉴, Menu del lavoro로 하기로 했는데 메뉴에 없는 푸짐한 antipasto 접시가 나온다. 친구라 특별 서비스라고. Vitello tonnato, pollo alla gorgonzola, manzo arrosto. 딱 보기엔 그다지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는데, 먹어보니 엄청 맛있다. 향이 그윽한 Roero Arneis를 곁들이며 음 맛있네, 이것도 맛있는 걸…… 하며 접시를 반 넘게 비우고 나니 이 접시 뒤에 따라나올 것들이 걱정이 된다. Antipasto, 입맛 돋우기 코스인데 어느새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상태에 가깝다. 코스별로 다 먹어야 하는 이탈리아 사람이 아닌 교꼬와 나. 안드레아에게 친구 좀 말려달라 부탁을 했으나,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를 그렇게 보낼 수 없는 그의 친구는 음식 하다 말고 부엌에서 나와 어떻게든 더 먹이고 싶어하는 표정으로 이것 저것 맛있다는 메뉴를 권한다. 에잇, 설마 먹어서 죽을까. 어떻게 더 먹어보지 뭐…… 하는 심정으로 primo를 시키고 secondo는 애원하다시피 사양하고 dolci는 시키기만 하고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식사를 끝냈는데, 그 친구의 마음으로 더 배가 부르다.
상상 속 로마 시대의 병정처럼 순박하고 단단해 보이는 그 청년에게서 어린 시절 가끔 다니러 갔던 친척집 어른 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엄마음식에만 익숙해서 엄마음식이 아니면 잘 먹지 못하던 시절. 남의 속도 모르고 먹는 양의 두 배쯤 꼭꼭 눌러 퍼준 밥도 모자라 자꾸 더 먹으라 하셨던 외할머니, 외숙모, 작은엄마, 이모 등등... 아직도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것을 보면, 밥은 그 분들의 기대만큼 못 먹었어도 마음만은 실컷 먹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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