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9.2006

진O가 자랐다



엄마랑 하루 종일 떨어져서 잘 놀더니 저녁 무렵이 되니 시무룩해져서 "엄마는 언제와?"하고 묻는다. 그래서 "우리 진O가 엄마가 보고 싶구나?"하니 "응..."한다. 엄마 생각을 골똘히 해서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주의를 돌릴 생각으로 살짝 질문의 각도를 바꿔 "진O야 엄마 좋아?"하고 물었다. 그랬더니 "응..."하더니 곧 이어 "엄마도 좋고, 아빠도 좋고 고모도 좋고 다 좋아." 한다. 묻지도 않았는데...

그러다 며칠 후... 여섯살 밖에 안된 녀석이 영어 같이 배우는 또래 친구네 집에 수업 끝나고 엄마에게 간다는 말도 없이 놀러갔더란다. 그래서 '그 친구가 좋아?' 했더니, 또 다시 '고모도 좋고 그 친구도 좋고 다 좋아'라고 대답한다.

그렇지 않았는데, 언제나 확실 했는데... 절대 동점자는 없었는데... 순서를 정하고, 심지어는 팔을 이용해서 좋아하는 정도를 크기로 표현하기도 했는데... 그리하여 녀석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후 거의 2-3년간 아무도 넘볼수 없게 '차트 1위'를 고수하다 최근 2등 3등 4등.. 이렇게 떨어지는 비애를 맞보아 왔는데... 과거의 영광에 집착한 고모가 아무리 애절한 심정을 담아 물어도 고모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랑곳 하지 않고 사실대로 대답해서 물은 고모를 더욱 비참^^하게 했었는데... 그러던 녀석이 불과 한 두달 사이에 이젠, 다 좋단다. 예/아니오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고모보다 OO가 더 좋아'라는 솔직 대담 무쌍한 대답에 상처(?)를 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않았는데 고모도 좋다는 대답이 서운하다. 녀석이 막 떨어뜨린 다시 주워 가질 수 없는 어린아이의 순진함, 솔직함, 당돌함의 한 조각이 막 아쉬워진다. 그저 더불어 살아야하는 삶을 위해 배워야할 것을 배웠을 뿐일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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