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2007

Plan B: Bocconcino

 

Piemonte를 떠나기 전에 미쉘린 별 셋에 빛나는 Piemonte의 자랑 Guido ristorante에 가기로 했다.

예약도 해야 하고, Pollenzo에 있다고 하니 일단 폴렌쪼까지만 가면 누구를 붙잡고 물어도 알만한 곳이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한번 위치를 봐야 하는데, San Marco에서 며칠 째 무선인터넷 접속이 안 된다. 같이 가기로 한 x-roommate B양에게 기본 정보를 알아보라 했는데, 문을 닫는지 알아보라는 말을 깜빡한 것이 영 마음에 걸리지만 다시 연락을 하긴 시간이 늦었다. 벼르고 별러 가는 구이도인데 그래서 더더욱 Plan B가 필요해 보인다.

약속한 날 아침.

Pollenzo 까지는 커녕 아스띠 까지도, 축제로 버스정류장이 있던 까넬리 광장에 성(?)이 들어서고 정류장이 바뀌어 버스를 놓쳐, 이리저리 묻고 뛰고 버스 타고 걷고 기차 타고 겨우 도착했는데...

B를 만나Pollenzo행 버스에 올라 한 숨 돌리고 테이블을 예약하려 구이도에 전화를 했더니, 벼르고 벼른 그날 하필 저녁 서비스만 한단다.

(Canelli->Asti->Pollenzo: 대중교통으론 이렇게 갈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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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은 안가도 Guido는 한 번 가야 할 것 같은데, 가능한 가장 좋은 가능한 방법은 저녁 먹고 호텔에서 하루 자고 다음날 아침에 돌아오는 것.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내키지가 않다. 아쉽지만 다음 이탈리아여행을 기약하며 그냥 Plan B를 수행하기로 했다. 버스가 Bra를 거쳐가니, Bra에서 내려 예전에 봐둔 Slowfood headquarter와 한 건물에 있는 Bocconcino라는 레스토랑에 가는 것.

Bra 역 앞에서 버스를 내렸다. 사진 찍고 가게마다 들어가서 구경하고... 신났다. Plan A가 어그러진 것에 대한 아쉬움 같은 것은 우리에게 없다. 어느새 우리에게 Plan B는 Plan A가 되어있었고 역에서 10분 남짓한 거리에 있는 Bocconcino 가는 길은 아무리 가까워도 이러다 점심시간 놓치겠다고 서로 발걸음을 재촉해도 더디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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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상황을 아는지 Bocconcino 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 편안하고 깨끗하고 충분히 우아하다. 군더더기 없는 메뉴, 친절한 서비스, 착한 가격. 길지 않은 엄선된 와인 목록. 소박하고 맛있는 음식.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내 미래의 레스토랑이 더도 덜도 말고 딱 이 정도면 좋겠다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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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생활 몇 달에 깨달은 Plan B. 어떤 돌발상황으로 Plan A가 어긋날지 알 수 없기에, 이곳에선 언제나 어디서나 Plan B가 필요하다. 어디를 가야 한다면 [A: 예정된 시간에 간다; B: 몇 시간 늦는다.; C: 못 간다]. 뭐 이런 식으로... 꼭 못 간다 까지...^^

이 나라는 ‘절대로, 반드시, 꼭… ‘ 등등의 부사어가 필요한 일은 세상에 없다, 하는데 까지 해보고 안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라는 것을 이해하게 해준다. ^^

이 무책임하고 나태해 보이는 -왠만하면 뭐든 예정되로 된다고 생각하게 만든 사회에 살던 사람에겐 특히- 속 터지는 그들의 철학(?)은 기차가 안 와도, 갑자기 버스 정류장이 바뀌어도, 뚜껑 열었다 닫았다 하며 풀풀 김을 내는 대신, ‘흠~~, 그렇다면?’으로 사고를 전환하게하는, 같은 상황에도 훨씬 행복할 줄 아는 사람을 만드는 것 같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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