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6.2007

머랭


요리에서도 법이 있지만 그야말로 참고사항 내지는 권장사항일 뿐 하는 스스로의 stake하에 얼마든지 취향에 따라 아니면 기분에 따라 마음대로 해도 좋은 것이 요리다.

요리가 과학이라고는 하나 rocket science는 아니다보니 뭐 그리 복잡하고 어렵지는 않지만 그나마 제과부문이 가장 체계적 과학적으로 조리법이 정리됐을 뿐 아니라 이해해야할 원리들이 꽤 있다.

한 친구는 제과 실습실에서 계량을 회피하려다 chef에게 주걱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30년 경력의 자신도 저울과 온도계를 쓰는데 감히 배우는 자가 눈대중과 손맛을 자랑하다니... chef로서는 어이가 없을 뿐이었겠지. 그리하여 창의력을 잠시 접어두고 일단은 하라는 대로 충실히 따라할 뿐만아니라 공부를 좀 하며 전통과 기본을 이해하려 하는 것이 이 부분의 morale이다.

따라서 단 것에 관한 공부를 할 땐 겸손한 학생이 된다. 300:50 = 100:x. x=? 반올림까지 해가며 조리법에 가장 근사한 양을 구하려는 산수도 종종 하고 별것도 아닌 것 같은 jargon도 열심히 기억하려 한다. 그러다 보니 재미가 붙는지 재밌다. 아니면 실험을 즐기고 모르던 것을 알게 되면 즐거워하는 타고난 학생기질 때문에 그런지...

최근의 발견은 세가지 버전의 머랭. 계란 흰자를 설탕과 섞어 거품을 낸 것. 다른 것과 섞어서 크림도 만들고, 구워서 쿠키도 만들고 케잌도 만든다. 프랑스식식과 이탈리아식이 다르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또 다른 방법, 스위스식도 있었다.

프랑스식은 계란 거품을 좀 내다가 설탕 솔솔 뿌리며 거품을 내고
스위스식은 계란과 설탕을 섞은 후 중탕으로 덥혀서 설탕을 완전히 녹인 후 거품을 낸다.
이탈리아식은 설탕을 나누어 프랑스식으로 하다가 나머지 설탕으로 만든 시럽을 부으며 거품을 낸다.

어차피 머랭인데 쉬운 프랑스식으로 하면 되지 다른 번거로운 방법은 왜 책마다 소개되는 것일까 싶었는데 알고보니 이유가 있었다. 우선 food safety 때문이다. 이탈리아식이나 스위스 식은 계란을 익히지는 않아도 계란이 안전한 온도까지 온도를 올려서 만들기 때문에 생크림으로 사용해도 안전하지만 프랑스식은 완전 날 것이라 그럴 수 없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크림입자의 곱기와 지속되는 정도가 시럽을 만들어 넣는 이탈리아식이 훨씬 더 좋기 때문이란다. 따라서 머랭을 익히지 않은 상태로 오래 두어야한다면 이탈리아식으로 만드는 것이 안정적인 것이었다.

조만간 온도계를 장만할 이유가 생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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