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 만에 가본 제주도에 보름달이 떴다.
"고모, 고모... 보름달 보고 소원을 빌면 소원이 이루어져?"
보름달이 소원을 들어준다 생각하진 않지만 어떤 기회를 통해서라도 꿈을 갖고 품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응, 그런대.. 우리 소원 한번 빌어볼까?" 하고 어린 녀석들을 부추켰다.
교회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을 다니는 진O.. 제대로 눈감고 손 모으고 달을 향해 뭔가를 빈다.
무슨 소원 빌었냐고 물으니 말하면 안 이루어진다고 말 안 해준다. 그렇지만 마음 속 비밀을 간직하기엔 아직 너무 천진한 진O, 조금 있다 "고모, 고모.. 무슨 소원 말했는지 알아?" 하고 묻는다. "몰라.. 뭐라고 했는데?" 물으니 "책 읽지 않아도 TV보고 컴퓨터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런데 이젠 말해서 소원이 삭제됐어.." 하며 살짝 시무룩하다. 자청해서 말해 놓고는...
'삭제라고???' 왜 책 읽지 않으면 컴퓨터를 할수 없는지 일곱살 꼬맹이의 어휘만 보더라도 알것 같은데... '아니야, 삭제되지 않았어. 언젠가 이루어질꺼야'라고 격려해 줄 수도 없고, 이루어지도록 도와줄 수도 없고... 아무리 철부지의 소원이라지만 나름 간절한 것인데 녀석이 믿는대로 '말해서 삭제되었다' 생각하게 내버려두는 것이 나아 보이는 상황이 안타깝기만하다.
형들, 누나들 속에 막내로 자라 한편 어리고 한편 조숙한 진O... 어느새 녀석에게도 전염되어버린 digital 매체... 되도록이면 그런 것들과 멀리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성장기에 digital 시대를 거치지 않은 나, 과연 무엇이 좋은지 판단할수 있는지.. 디지털 세대가 어떻게 모습으로 성장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 기성세대가 되어 마냥 걱정만 앞서는 내 생각은 어떤 모양으로 적응, 변화, 발전해야하는 것인지...
2 comments:
후.. 그래도 아직 아이의 순수함이 있어보여서 좋은데요..
사실.. 저도 TV를 비롯해서 디지털 매체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는데..
아가가 생긴 이후로.. 담 쌓으려고 노력중이랍니다^^
많이 접해보고, 또 심지어는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디지털보다는 아날로그가 인간으로서의 성장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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