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를 떠나면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책들을 좀 사서 집으로 부쳐야겠는데...
배로 부칠 수 있는 소포의 최대 무게는 20Kg. 한동안 들으면 머리가 멍해지는 무게. 2~3Kg가 초과되서 들고 갔던 것을 다시 들고 와야했던 악몽과 같은 기억에 경계하며 짐을 쌌음에도 불구하고 저울은 없고 하나라도 더 넣어 드는 짐을 줄여야하는 상황이라 무게가 영 여유 없어 보인다. 몇 번의 경험으로 몸이 그 무게를 기억하는데 자꾸 들어봐도 넘을 것 같기도 하고 괜찮을 것 같기도 하고 도통 자신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유사시를 살짝 대비하고 B양 오빠의 도움으로 우체국에 도착...
무게가 너무 궁금해 저울에 올리니 20.300... 300g 초과. 옆에서 다시 싸기를 종용했지만 그럴 수 없다. 겨우 300g인데.. 버림이 아닌 반올림을 해도 20Kg인데.. 과학실험실이 아닌데 그 정도의 융통성은 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기다렸다 들은 직원의 대답은 단호하다. 부글부글... 다른 나라도 아니고 이탈리아에서 20Kg에 겨우 300g초과를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모름지기 매사에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X고집에 관한한 일관성을 유지할 것 같아 보이는 직원을 상대로 달리 방법이 있어보이지 않는다.
다시 짐을 내리고 풀어서 책 한권 빼고 재포장을 했더니 이번엔 테이프에 인쇄된 글씨 때문에 안된단다. 테이프가 모 항공사의 테이프였던 것.. 진작 말을 할 것이지... 예상을 벗어난 상황... 으악~~~
짐을 들고 다닐 수는 없는일. B양에게 짐을 지킬 것을 부탁하고 나가 물어물어 문방구를 찾았다. 분명 글자가 문제라 했으니 매직을 사서 글자를 지우리라... 그래도 안된다면 가만있지 않겠다 벼르지만 그래도 끝내 트집을 잡으면 별수있겠냐 싶어 포장용 테이프와 포장지도 사고...
그런데 그 직원, 전투태세의 내 속을 읽었는지 이번엔 순순히 나온다. 테이프 위의 글자를 매직으로 지워도 괜찮단다.
그 소동 끝에 다시 저울에 올리니 19.900... 환호의 박수와 기념촬영... 여유있게(?) 700g의 책을 뺐는데 덧붙인 테이프와 매직의 무게가 300g이나 되었던 것... 이제 배에 실을 수 있다하니 됐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 소포하나 보내는 것 조차 그렇게 번거롭고 복잡하고 기운을 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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