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2019

시칠리아 여행: 그 후, 중심과 끝

여행 안내서에서 시칠리아는 이탈리아의 가장 끝에 있지만 지중해를 봤을 때는 지중해의 중심에 있다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중심이냐 끝이냐 안이냐 밖이냐는 위치에 대한 절대적 표현이 아니라 상대적 표현이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요즘 하도 여기저기에서 들리는 그놈의 인싸·아싸란 말의 영향이다. 그리고 왜 상대적 개념에 굳이 절대적 의미를 부여해서 받지 않아도 될 고통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새삼 의아하다. 그런 사람들에게 중심은, 안은 앞은 누가 정했냐고 물으면, 세상이 정해 놓았다고 세상 핑계를 댈 것 같다. 그것이 많은 사람들이 많은 경우에 편리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니까.

중심을 어디로 삼을 지는 자신의 선택이고 그야말로 자유다. 자꾸 중심을 자신이 아닌 다른 곳에 둔다면, 평생 아싸로 살아야 하는 것은 선택에 따른 대가일 뿐이다. 인싸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고통 받는다면, 그건 내 중심에 다른 대상을 기꺼이 흔쾌히 자발적으로 들인 탓이다.

인싸·아싸 같은, 사람을 구분 짓는 단어들이 유행인 것도 우습지만, 그렇게 인간을 구분 짓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인싸를 지향한다는 사실이 더 웃기다. 아웃사이더라는 노래가 있었을 만큼, 아싸가 오히려 매력적이라 여겨졌던 시대가 있었다. 독립적이고 주체적이고 신념이 있는 사람을 표현하는 단어가 아웃사이더였기에. 이 시대의 가치가 위선이 아니라면, 또 굳이 인싸와 아싸가 있는 것이 좋겠으면, 이 시대에도 오히려 아싸를 동경하는 현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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