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2016

mi band 유감

어릴 때 배불뚝이 아저씨들의 허리 춤에 채워져있던 만보계라도 하나 사서 좀 경각심을 가져야하나 싶을 만큼 활동량이 절대 부족하다는 생각이 늘 있었는데,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친구의 팔목에 mi band라는 물건이 채워져있고 활동량 뿐만아니라 수면패턴까지 체크가 되고 기록이 된다는 말에 혹했다.
혹시 데이터가 인터넷으로 전송되냐 물었더니 그렇지 않다했고, 가격도 샤오미 답게 착해서 당장 교보에서 하나 사고,  집에 오자마자 포장을 풀어 팔목에 차고 운동하러 가겠다고 app을 깔려하니..
이 기기의 OS는 지원이 안되고 안드로이드 5부터 지원한다는 안내문이 있다.
헐... 일단 운동을 다녀오기로...

말로는 간단하지만 그 후 긴 씨름...
데이터 백업, OS 업그레이드...
달라진 interface... 으악... 데이터 안 날아가고 app들 적당히 제자리에 있고.. 그것만으로도 고마워하자며 속을 달랬고...
하지만 버젼은 여전히 4.4... 좌절... 5이어야하는데...
그래도 혹시 하며 mi band app mi fit(?)을 다시 확인 했는데,  어쩐 일인지 4.4부터 지원한단다.
야호... 그런데 기쁨도 잠시 그야말로 내 전화기에 대한 모든 권한을 달란다.
그래도 데이터가 로컬에 저장된다는데 뭐... 모든 권한을 양도하는 문서에 싸인하는 참담한 기분으로 확인을 누르고 설치... 드디어 어린 내 눈에 비쳤던 촌스럽고 서글픈 만보계가 아니라 세련된 하이테크 만보계라니 하며 신나서 app을 실행을 시켰는데...

이게 왠일...
등록을 하란다. 중국에...
전세계에서 수 십억명 중에서 나일 수밖에 없는 정보를 가지고, 내가 몇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났으며 어디를 다녔고, 얼마를 움직였고, 언제 누구와 무슨 연락을 주고 받았고 등등을 알아야겠단다. 뭐... 머지않아 샤오미로부터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라고 충고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일상의 시시콜콜한 정보를 내놓으란다. 그 친구는 데이터가 어디에 저장이 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제서야 이 물건의 정체가 어렴풋이 느껴졌다. 다른 단말기들과는 비교할 수 없이 싼 가격으로 널리 퍼뜨리고, 따라서 많은 critical 한 개인 정보를 손 쉽게 모을 수 있는, 매우 영리한(? 어쩌면 사악한) 생각이 담긴 물건인 것이었다. 길거리에서 공짜로 나눠 주어도, 사용만 해준다면 그들로서는 손해볼 것이 별로 없는...
 
ipad를 처음 대할 때 느껴지던 검은 기운을 다시 느꼈다고 해야할까...
샤오미... 중국의 애플...
스티브 잡스의 음험한 야심에 대한 학습도 이미 끝낸 듯 했다.
구글, 애플만 하게 놔둘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지만... 어째든...

그것을 돈까지 주고 사다니... 조금 더 알아보고 샀어야 했는데... 사람들이 IT를 그렇게 이해하지못할지 몰랐던거지... 그것 때문에 들인 돈 뿐만 아니라, 무너진 기대, 바쁜 와중에 들인 대여섯 시간... 속이 쓰렸다...

그래도 진보한 만보계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나 같지만 부지런히 행동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란 생각으로 무언가가 있지 않을까 인터넷을 뒤지니 샤오미에 등록하지 않고 local에 데이터를 저장할 수있게 mi band를 reverse engineering하여 만든 app들(OpenBand, GadgetBridge)이 있다하여 설치해봤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다음에 할 일은 환불...
영수증을 읽어보니 포장을 뜯은 상품은 환불이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 데이터를 수집해서 활용할 목적의 기기라는 것에 대한 설명없이 판 그들에게도 잘 못이 있다는 논리는 정당해보였고 그렇게 주장을 펼 생각을 하며 긴 실랑이를 각오하고 전화로 환불 가능성을 물었는데 너무도 흔쾌히 환불을 해주겠다고 한다.

이로서 mi band 사건은 비교적 순탄하게 끝이 났지만, IoT가 뭔지, Big Data가 뭔지 아무것도 모르는 작자들까지 입에 달고 다닐 정도로 IoT와 Big Data가 4차인지 5차인지 산업혁명의 동력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 늘 불편했는데 더욱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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