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4.2006

책: 순례자


하루 종일 몽롱하다... 요가를 제대로 하지않은지 언 3개월 부쩍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30분 읽다 자고 몇 페이지 넘기다 자고.. 그렇게 마지막 에필로그 까지 다 읽었다.. '순례자'라는 제목의 책이다. 신문에서 파울로 코엘료가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걸었던 경험담을 쓴 책이라는 소개를 읽자 마자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했다.

파울로는 성전을 행하는 어떤 단체에 속해 있었고 수행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증거인 '검'을 찾기 위해 산티아고를 안내자와 함께 걷는다. 제도권(?)밖의 종교의식, 수행 방법들을 묘사해서 그런지 신비하고 묘한 느낌을 준다. 물론 내 개인적인 취향과는 맞지않는 부분이지만 책 구석구석 마음에 닿거나 정신이 들게하는 부분이 있다.

파울로는 그 길을 끝까지 걷지 않는다. 도중 신비한 힘에 이끌려, 아니면 드디어 깨달음에 다다라 '검'을 얻게 되고 걷기를 멈춘다. 그리고 길의 마지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까지는 버스를 타고 간다. 물론 '검'을 찾기 위해 자신이 속한 단체의 명령으로 출발한 여정이여서 검을 찾는 순간 그 길을 걸을 이유는 사라진다. 그렇지만 '검'을 찾는다는 것이 시작한 길의 끝까지 걸어내는 것보다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면 왜 그 '검'을 그 길 어딘가에 숨겨놔야했을까 하는 질문을 하지않을 수 없다. '검'을 받았다는 것은 그야말로 단체 내의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일종의 뱃지에 불과해 보이는데 그 자체에 집착하는 태도를 나로서는 좀 이해하기 어려웠다. 다른 곳도 아니고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집단 내에서...

읽는 내내 난 그런 상상을 했었다. 작가가 그 길을 다 걷고 그 검으로 부터 초월했을 때, 그 '검'이 작가의 손에 내려지는...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그는 내가 아니니까... ^^

번역서를 읽으며 자주 드는 생각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도 작가의 언어로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간절했다. 내내 비밀스러운 의식이며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영적인 대화들이 이어지는데 여기 저기 맥이 툭툭 끊어진다. 아무리 다시 읽어도 앞 문장과 뒷 문장이, 앞 상황과 뒷 상황이 이어지지않는 부분이 많다. 정말 작가가 의미한 것이 이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어떻든 책 소개를 보자마자 병이 생겼다. 그 길을 걷고 싶은 병. 책을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아서 앓는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은데... 상황이 좋은 지금 조차도 이렇게 저렇게 여의치가 않은데, 나중에 언제 가능할까? 길을 걷고나면 왠지 몸과 마음의 묵은 때를 벗어버릴것 같기도 하고, 눈도 밝아질 것 같고, 마음도 맑아질 것 같고... 가고 싶다, 가고 싶다,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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