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5.2006

UBtoday


다녔던 학교 동문 소식지다.

졸업한지 10년이 넘었는데 국제우편으로 꼬박꼬박 보내주는 성의가 고맙다. 그래서 분명 펼쳐볼 시간이 없다는 것과 중요한(?) 내용이 없다는 것을 앎에도 불구하고 선뜻 버리지 못하고 먼지가 쌓여가는 것을 바라보며 부담스러워했다.

한 달 만에 집에 돌아와보니 역시 우편물 사이에 끼어 있었고, 봉투는 재활용 더미에 놔두고 알맹이를 가지고 올라와 책상 한켠에 쌓두었다.

비몽사몽, 해야하는 일들을 머리 속으로만 헤아리며 백수라는 말이 주는 뉘앙스를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며칠을 보냈다. 그래도 시차적응이 안되어 새벽에 눈이 떠졌고, 뭔가 계속 쌓여만가는 책상 위에서 UBtoday를 집어들고 침대에 다시 엎어졌다. 한번 훑어보고 미련없이 재활용 더미에 쌓으며 자잘한 할일들로 끝이 없는 todo list를 하나씩 cross-out하는 기쁨을 누리리라하며...

여느 잡지와 마찬가지로 graphic한 페이지 먼저 쫙 훑고 흥미로워 보이는 article을 무작위로 펼쳐 읽기 시작.
예상과 기대를 한치도 벗어나지않는다. 난 학교와 어떻게 인연을 맺었으며 학교가 어떻게 현재 내 모습에 기여를 했으며 어떻게 성공적인 삶을 이끌었는지 뭐 (그까이꺼) 대충 그런 내용이다.
하지만 그 상투적인 글들에 눈이 뜨인다. 머리도 심장도 깨어난다.

행복한 삶, 보람있는 삶, 성실한 삶...
상투적이지만 일종의 원형(?)에 가까운 그 글들이 잘 살아내는 삶에 대해 끝없이 고민하고 모색하던 시절을 상기시킨다.
유전자에 쓰여있는 삶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지도...

버리겠다던 UBtoday를 다시 책상 한켠에 쌓아놓고 슬슬 내 삶의 엔진에 다시 시동을 건다.

4 comments:

asterope s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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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terope said...

아... UB 라 함은.. 보스턴대가 맞죠? ^^
한 나라 안이라면 신문이니 저널이니 보내주는 것도 그럴법하다 싶은데, 다른 나라에 있는 동문들까지 그 팔이 닿는다니, 대단합니다... 홈커밍한다고 연락오면, 멀어도 가 보고 싶으시겠어요...

anna said...

보스톤대는 BU. UB는 버팔로에 있는 뉴욕주립대에요. Univ. of Buffalo라는 사립학교를 뉴욕주에서 사서 주립대를 만든 것이라 그 동네 사람들도 그렇게 부르고 학교도 그렇게 불리기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Chief Seattle said...

책임져 언니, 10년이나 꼬박꼬박 받으셨으면 기부금 안 내세요? 우리집은 똑같은 걸 두 권씩 꼬박꼬박 보내주는데 아직 기부할 역량은 안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