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지 않은 곳에 우리에게 '대지(the good earth)'로 유명한 노벨상 수상자 '펄벅'의 집이 있었다. 가깝고, 안내책자에 M자도 찍혀있었고 엄마에게도 익숙한 인물이라 엄마도 흥미로워 하실 것 같았다.
하루에 세번 guided tour로만 내부를 공개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무턱대고 갔다가 시간이 맞지않아 허탕을 친 적이 있어, 주말 아침 먹고 부지런히 시간을 맞췄다. 그 동네 여느 집과 다름없이 넓은 잔디 밭이 있고 나무로 둘러쌓였다.
거동도 편안해 보이지않는 노인들이 표도 팔고 안내도하고 했다. 안내하는 할머니가 대뜸 엄마에게 중국말을 건냈다. 그러며 내게 엄마가 이해를 하셨냐 물었다. 그래서 우린 한국사람이라 했더니, 아 그러냐 미안하다, 내게 100%(미국 사람들이 자신의 혈통을 말할때 %를 써가며 말하는 것을 종종 봤다. 반은 독일인, 1/4는 영국인.. 뭐 그런 식으로...) 한국인 손녀가 있다 한다. 그 손녀를 위해 그리고 한국 사람이 왔을때 한국말로 인사하게 tour 끝나고 인사말을 가르쳐달라한다. '입양했군요?'라고 물을 필요가 없이 입양한 손녀딸이다.
어려서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서 30년을 살다 중국에서 결혼한 남편과 별거하고 장애가 있었던 외동딸을 데리고 돌아와 정착한 곳이란다. 그 집에서 펄벅은 자신이 낳은 딸 이외에 여섯 아이들을 입양해서 키웠단다. 중국에서 단지 그 나이 또래의 유일한 백인이라 결혼했다던 'Buck'이라는 성을 준 첫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편집자였던 남편과 재혼해서 삶을 새롭게 꾸려나간 곳이기도 했고.
첫 남편과 이혼 하지않은 채 미국으로 돌아왔지만, 미국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고, 그래서 다시 결혼하게 되었는데, 첫 남편과의 이혼은 바로 두번째 결혼식날 아침에 했다한다. 매우 단호하고 당당하고 시간을 앞서 산 여성이라 했다.
책의 내용은 몰라도 제목과 작가는 아는 학력고사 세대로서 그저 펄벅 여사가 소설가로만 알았다. 그런데 현재 그녀의 이름은 소외된 아동을 위한 활동들에 더 이어져있는 것 같다. Tour 내내 그런 활동들을 설명했고. 여섯 아이를 입양했고 수없이 많은 아이들에게 foster home을 제공한 점, 어떤 아이들이 있었는지, 성인이된 양녀의 회상, 집안 곳곳에 남겨져 있는 그들과 얽힌 이야기들, 등등... 그리고 지인들과 welcome house라는 기관을 만들어 중국, 한국, 태국, 필리핀 등 아시아 전역에서 버림받은 아이들을 그들을 원하는 가정과 연결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Welcome House의 활동 덕인지 그 동네에선 유난히 동양 어린아이를 가진 백인 가족이 자주 눈에 띄었다. Longwood garden에 갔을 때도 안내하는 아주머니가 두딸이 한국사람인데 지금 한국 방문 중이라며 반가워하기도 했고.
안내하는 할머니는 장애를 가진 딸을 낳게 되었고 그 후 다시 아이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이 그런 활동의 계기가 되지않았을까 한다 했다. 하지만 아이들에 대한 사랑만으로 또는 자신의 상처만으로는 할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분명하다. 아무리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나름대로 투철한 철학이 있다 하더라도 물려받은 유산도 없이 그 많은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교육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Sweet하고 헌신적이거나 천재적이고 예민하거나 눈에 띄는 외모를 갖거나 알아주는 집안에서 태어나거나 아니면 그런 집안으로 시집을 가거나 기타 등등... 그 시대 그 사회에서 주목을 받을 만한 여성적 가치(?)를 가졌던 것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스스로의 믿음과 노력으로 당당하게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세운 사람인 것 같았다. 바로 그 점이 그녀의 인생이 주는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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