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6.2006

책: 소심하고... 혼자 떠나는 걷기여행2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김남희.미래M&B.2006

긴 제목이 마치 날 가리키는 것 같아 첫번째 책을 회사 자료실에서 빌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오랜 친구 지O를 닮은 윤O책임이 보내준 책이라 더 동기부여가 됐다. 은행에 가야했는데, 제치고 단숨에 읽었다.
당장 Camino de Santiago에 서는 한국인 순례자가 많아질 것 같다. 그 고단하고 먼 길. 그 길에서 만난 사람들의 환대. 서로 나눈 격려, 우정, 음식, 배려, 이해. 그 모든 것들이 조금씩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에 스며들어 사람들을 변하게 하는 모습이 상상이된다. 순례자의 시선이 머무는 풍경은 책 속의 사진에 이미 머리속에 있는 스페인의 이미지가 더해져서 더 없이 아름다운 곳으로 그려진다.

그런데 여정의 고달픔을 감안해 읽더라도 좀 서운함이 있다. 제목처럼 글쓴이의 까탈스러움이 글 속 여기 저기 묻어난다. 순례자로서 고행은 충분하지만 여유와 관조가 부족하다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마무리하며 여행의 의미를 끌어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왠지 책으로 엮어내는 과정에서 솔직함을 약간 잃어버려 전체가 어설퍼진 것이 아닌가 싶다.
Anyway, 이 책을 통해 지구 상의 멋진 공간 Camino de Santiago를 알게 되었고, 그 길은 마라톤에 이어 언젠가 도전하고 싶은 꿈이 되었다.


... 그 길을 걷고 나서 나는 알게 되었다.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문명 전체가 나아가는 방향에 등 돌릴 힘이 내기 있다는 것을.
서문에 지은이는 여행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렇게 감동적인 말로 표현했다. 그리고 그 표현이 과장스럽다 느끼지도 않았는데 생뚱맞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쓸 땐 진짜 마음을 써야겠구나, 그래야 글로 인한 그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겠구나. 허세를 부리며 무언가를 표현해본 기억도 없고 누군가로 부터 글로인한 괜한 비난을 받아본적도 없는데...
책을 더 읽다보니 이 멋진 표현은 지은이가 <<나는 왜 너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책에서 아메리카 인디언의 표현에서 따온 것이었다. 역시, 영적인 인디언다운 표현이다.


... 사람이 하늘을 날지 않는 것은 그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오로지 길을 더 즐기려 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에밀 자멜


참 긍정적인 생각이다. "말도 안돼. 어떻게 날수 있는데 걸어만 다니겠어?" 이런 핀잔 또는 비웃음의 말을 무색하게 하는 진정함, 진지함이 느껴진다.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언덕에서 푹 쉬고 난 후 다시 걷는다. 나비들이 내 주변을 날아 다닌다. 살그머니 말을 걸어본다. "나비야, 이리와서 내 어깨에도 앉으렴. 난 꽃은 아니지만 가끔은 꽃처럼 아름다워 지기도 하는 사람이란다."
자신을 바라보는 글쓴이의 시선이 예쁘다.


... 벗들의 편지를 읽다가 눈물이 났다. 서울에서 산다는 것. 그 삶이 밀어가는 속도와 그 삶이 강제하는 무게와 그 삶이 남겨주는 절망과 희망. 그 거대한 도시의 귀퉁이에서 저녁이면 혼자 대문을 따고 들어가 어떻게든 버티어 보려고 비척거렸던 시간이 떠오른다. 내가 지키고 싶은 것들을 지키고, 내가 걸어가고 싶은 길을 가고, 내가 나 자신이기 위해 힘들게 싸워야했던 곳. 뿌리가 약한 나를 지치게 하고, 흔들리게 하고, 두리번거리게 만들었던 곳.
얼마 전까지 내 삶도 크게 다르지 않았었던 것 같아서...


북미 인디언들은 "신과의 만남이 이렇듯 침묵속에 이루어지는 모든 이유는 모든 언어가 어쩔 수 없이 불완전하고, 진리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언어는 많은 상황에 많이 부족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이 말이라는 것을 어떻게 현명하게 하느냐가 숙제처럼 느껴진다.


긴 여행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누군가 내게 보내온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다.
"자꾸 뒤돌아 보지는 마. 한번 길을 나섰으면 그냥 앞만보고 가."
그때는 뒤돌아 보지 않으려고, 남겨두고 온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곤 했다. 하지만 지금 난 뒤돌아 보는 나를 허용한다. 지금껏 걸어온 길이 나를 이루어 왔기에 가끔은 뒤를 돌아보는 일도 필요하지않을까.

난 대체적으로 마음이 원하는 자연스러움에 반해야한다는 것이 싫다. 사람이니까 절제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인생에 뒤 돌아보고 싶으면 보는 것이지 뒤돌아 본다고 소금기둥이 되는 것도 아닐텐데 돌아보지 말라는 것은 뭔가? 마음은 자꾸 돌아보라 하는데 돌아보고 싶지 않은 척 앞만 바라본다고 앞으로 가지는 것이 아니다. 보고 싶을 때 마다 자꾸 뒤를 돌아봐서 뒤를 돌아보는 것이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앞으로 가는 발을 뗄 수 있거나 발걸음이 빨라지는 것이라 생각한다.


... 성 프랜시스가 겨울에 편도나무를 들여다보며 하나님에 대하여 이야기 해 달라고 부탁하자, 갑자기 그 나무에 꽃이 만발했다고 한다. 나도 사람들이 산티아고에 관해 이야기 해달라고 할 때, 내 얼굴이 미소로 덮이고 내가 환한 꽃으로 피어나기를 꿈꾸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눈앞에 펼쳐진 밀밭이 일제히 꽃을 피워낸다해도 감동할 여유가조차 없이 그저 걷고만 있을 뿐이다. 나만 홀로 어떤 낯선 시간, 낯선 공간에 떨어져있다는 격절의 느낌 속에서
여정의 고단함이 제대로 느껴진다.


(미국의 평화의 순례자라 불리던 여인의 말이다. 그녀는 걷기 시작한 이후로 돈은 한푼도 지니지도 쓰지도 않았다고 한다.) 나는 얼마나 자유로운가! 여행하고 싶으면 일어서 걷기만하면 된다. 나를 구속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나는 쉴 곳이 생길 때까지 걷고 먹을 것이 생길 때까지 굶는다. 나는 달라고 말하지않는다. 말하지않아도 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선하지 않은가! 나는 평균 40킬로미터를 걷는다. 걷는 중에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가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말이다. 하루에 80킬로미터를 계속 걸은 적도 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거나 마땅히 쉴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주 추운날 밤에는 밤새도록 걸으면서 체온을 유지한다. 나는 철새처럼 여름에는 북쪽으로, 겨울에는 남쪽으로 이동한다!


(독일의 신부가 한 말이란다.)...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기독교로 개종시키는 것은 이제 선교의 목적이 될 수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선교란 불교도가 더 나은 불교도가 되게 끔, 이슬람 교도가 더 나은 이슬람 교도가 되게 끔, 힌두교도가 더 나은 힌두교도가 되게 끔 돕는 거지."


Work like you don't need the money,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Dance like nobody's watching,
Song like nobody's listening,
Live like it's heaven on earth.

어떤 프랑스 작가가 쓴 책에 나왔던 귀절인데.. 책이 생각이 안난다.
그런데 'Work...'만 빼고 찬성이다. 대한민국에는 그렇게 일하면 바보로 아는 회사, 상사, 동료들이 종종 있다. ^^


미국인 아줌마 캐시가 들고 다니는 수첩에는 사소한 것까지 빼곡하게 적혀있다. 이 여행을 준비할 때 고등학생인 둘째 아들이 엄마에게 그 수첩을 선물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 저도 그 길을 걸을 거니까 저를 위해 그 수첩에 좋은 정보를 많이 남겨주세요."



... 늘 웃되 진심어린 미소이기를...
나 또한 그런 바램을 가져본다.


... 인디언들의 세계관에 나는 마음이 끌린다. 인디언들과 신 사이에는 성직자가 필요없었다. 그들은 자신이 믿는 신과 곧바로 얼굴을 맞대고 살면서 누구나, 홀로, 침묵속에서 신과 만났다. 장엄한 대 자연 앞에서 말을 잃을 때면 인디언들은 그 자리에서 멈춰서서 예배하는 자세를 갖추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인디언들은 굳이 일주일 중 하루를 신성한 날로 정할 필요가 없었다. ... 신전도 없이, 신의 대리자도 없이, 주일도 없이. ...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신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고 믿고 살았던...


... 그러니까 내게 필요했던 건 결국 확신이었던 거야. 나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가 원하는 길을 가고있다는 믿음...



(프랑스 할아버지가 글쓴이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 어쩌면 지금이 바로 배낭을 잠시 내려놓고 네 가슴이 말하는 것을 따라가며 인생을 즐길수 있는 시기인지도 몰라.
산티아고로 향하는 길에 우리(할아버지와 할아버지의 50년지기 친구)에게 무슨 문제가 생기거나 결정을 해야할 일이 생길 때면 대니는 이렇게 말하곤 했어. "카미노가 결정하게 끔 내버려두자."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때로는 그렇게 삶이 스스로를 결정하게 끔 내버려두는 순간도 필요하지 않을까...

어쩌면 이 순간에 인생이 내게 하고 있는 말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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