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2010
파리바게트 베이글 유감
생전처음 밟아본 외국땅. 그리고 둘째 날. 학교 cafeteria에서 누군가 베이글 샌드위치를 권한다. 뉴욕의 상징이라나 뭐라나 하면서. 생각으론 한없이 버르장머리 없어도 겉으로는 누구 눈에도 거슬릴 행동을 어디서도 잘 못하던 시절. 입을 함박처럼 벌려야 겨우 입 안으로 들어올 만큼 두껍고, 딱딱하고 갈비도 아닌 것이 한입 먹으려면 물어 뜯어야할 만큼 질기고... 이건 당최 점잖은 처자가 먹을 음식이 못된다 싶었다.
그러다 차츰 베이글의 맛에 길들여졌고 오랜 시간 아침에 함께 하면서 맛도 맛이지만 떡볶이, 분식집 불량 냉면 등등 음식이 가질 수 있는 emotional value까지 더해져 참 사랑하는 빵이 되었다. 스페인에서도 이탈리아에서도 도시 한 구석에서 베이글을 발견하고 괜히 반가워 꼭 먹었을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부터 베이글이란 이름의 빵이 눈에 띄기 시작했지만 처음엔 대부분 모양만 베이글이었다. 그러다 요즘 제대로 된 것이 일반화되는 것 같은데... 그런데 대한민국 대표빵집 파리 바게트는 아직도 모양만 베이글인 모닝롤을 베이글이라 한다. 바게트라는 이름을 걸고 만드는 바게트만 봐도 '빵을 만들자'는 아니고 '빵도 만들고 돈도 벌자'도 아니고 '그저 돈을 벌자'가 그 빵집의 모토임을 짐작할 수 있지만 베이글은 진짜 너무한다 싶다.
물론 빵집마다 variation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베이글은 끓는 물에 데쳐서 굽는 빵이라 굽는 과정에서 많이 부풀지 않아 조직이 치밀하고 무겁고 쫄깃한 빵이다. 곱게 표현해서 '쫄깃'이지 우리나라 제과점의 부드럽고 촉촉하고 들척지근한 빵에 익숙한 입맛엔 질기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내 생각에 베이글은 우리의 된장이나 김치만큼은 아니더라도 그 맛을 알려면 시간을 필요로하는 음식이다 싶은데...
아뭏든... 어떤 이름에는 고유함이 있다. 그 이름의 고유함을 지니지 않았다면 이름을 달리해야하는 것이 아닌지. 누가 베이글 없다고 그 빵집에 안가는 것도 아닐거고, 베이글로 입맛을 맞출 수없다고 생각하면 안 만들고 안 팔면 그만일 것을, 대한민국 빵집 간판을 모두 파랗게 물들일 기세로 퍼져나가는 빵집에서 이름만 베이글인 엉터리를 굳이 만들어내야하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다.
2 comments:
베이글 나도 좋아하는데..빵의 질깃한 맛이 좋아서..우리동네엔 Noah's Bagel이란곳이 있는데 아침일찍 사람들이 신선한 베이글 사느라고 줄을 서곤 하던데..
가끔 들어와봐도 새로운 글이 안올라오더니.그래서 새해인사도 못했네..
2010년 새해에 복많이 받고 즐거운 일들도 많이 생기길 바랄께.난 울 큰딸이 지금 11학년이잖아.한국보다 대학준비를 빨리 해야하니 맘이 조금 부담스러운 한해가 될거같아.
누님 오랜만이네요. 히 베이글은 가끔 코스트코에서 대량(?) 사서 전기오븐에 구워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발라먹고 하는데 괜찮더라구여, 나머진 얼려두었다가 빼서 가끔씩 전기오븐에 돌려 먹으면 별반 차이 없이 맛있더군여. 베이글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냥 그 수준도 만족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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