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9.2011

공치사

모대학 학생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

 

여러 학생들이 이런 저런 안타까운 사정들을 들어 학점을 올려 달라고 전화를 해댄다. 수업 태도로 봐서 학점이 그들의 관심 영역 안에 있기도 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지만 아뭏든….

 

수학 문제에서 풀이가 다를 수는 있어도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는 일은 없는지라 어떤 다른 과목처럼 연필 값이라는 성의를 가상히 여기는 점수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이 학생들에게 연필 값을 준다. 왠지 안됐어서…

내 시험지 위에 모질게 사선을 그어대던 내 선생님들과 다르게 난 답안지 여기 저기 희미하게 혼자말처럼 흩어져있는 이해의 흔적조차 찾아 동그라미도 그려주고 세모도 그려준다.

그렇게 빵점이 15점도 되고 15점이 30점도 된다.

 

내 자고 옆 친구들과 떠들고 스마트폰 들여다 보며 공부에 대해 그렇게 쿨할수 없던 태도를 취하던 녀석들이 알파벳 다섯 글자로 표현된 학점이란 것을 보면 태도가 달라진다. 심지어 비굴하기 까지 하다.

난 설명한다, 이런 저런 말로. 어여삐여겨 준 점수지 스스로의 노력으로 받은 점수는 아니라고. 그 점을 이해해야 할 거라고. 가르치기도 쉽게, 시험도 쉽게, 점수도 후하게… 뭘 더 바라냐고… 공치사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 과정에 마땅히 성취해야 할 것을 다 못했는데도 봐주고 봐주고 봐준 것.

달리 표현하면, 학생들에 대한 기대를 접고 접고 접은 결과다. 그것을 가지고 공치사를 하고 있다.

 

공치사를 해야 했다면

불쌍히 여기고 마땅히 해야할 것을 접어주는 대신

못 따라와도 이 정도가 너희들이 올라야할 산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다그쳐서라도 삼분의 일 오를 것을 반이라도 오르게 하고

이도 저도 아니면 노력한 만큼만 얻을 수 있다는 교훈이라도 주고 나서

했어야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1 comment:

asterope said...

정말 오랫만에 들어와보는군요...
학생이든 더 나이가 들었든 비슷한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