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잘 둔 친구 덕에 능선에서 (말로만 듣던) 다도해가 내려다 보이는 달마산이란 곳엘 다녀왔다.
금요일 자정 즈음 출발해서 새벽에 도착하여 산을 오르기 시작... 그냥 두발로 서서 걸을 것이란 생각에 산보하는 마음으로 따라 갔더니 왠걸... '산악회'라는 이름을 도대체 뭐라 생각하고 겁이 없었던건지... 밧줄타기, 바위타기... 심지어 숲 헤치고 하산하기 까지 (혹자는 길이라 주장했지만 내보기엔 길이 없었다.)...
일행을 놓치면 완전 조난이다 싶기도 했지만 두고 먼저 가지도 않는 일행에게 미안해서 죽을동 살동 바위 산을 오르내렸고, 근근히 따라다니긴 했어도 밧줄 잡고 중간에 발 뗄 힘이 없어서 다른 사람에 이끌려 오르는 일도 없었다. 그래서, '음... 나이는 먹었어도 체력은 좋아졌나보다'하고 내심 즐거워 했더니 다녀오고 나서 온 몸이 쑤셔서 잠을 못잘 지경. 아마도 실족하거나 밧줄을 놓치면 모난 바위 모서리에 무거운 머리부터 부딪혀 죽거나 바보될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 괴력이 솟았었나보다.
바람이 안개를 밀어내면 살짝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다도해, 말 그대로 기암 괴석들, 잠시 나타나서 한바퀴 돌고 사라진 내 옷색깔의 조합과 똑같은 색의 나비, 논 밭 두렁에 지천이던 산딸기, 산 좋아하는 사람들의 훈훈한 마음... 네발로 부족해 때때로 엉덩이까지 동원해야하는 점잖지 못함에, 회복되지 않은 무릎의 고통으로... 빨리 산을 벗어났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분은 마냥 좋았다.
인공과 자연은 언제부터 서로 다른 영역이었어야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자주 그 경계를 넘어 자연의 부분이 되는 것이 필요한 인간이다.
실족의 위험을 불사하며 작가정신(?)을 발휘했던 그녀가 보내준 고마운 사진들...
12 comments:
[이마담]멋진 곳 다녀왔군여...ㅋㅋ 이야~~ 위험한 곳을 무사히 다녀오셔서 정말 다행이네여.. 역시 그렇게 위험한 곳에 가야 그렇게 멋진 풍광을 보나 봅니다....그래서 그렇게들 ...높은 산 목숨걸고 오르는건지 흐흐흐
[이마담]블로그스팟 인터페이스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지워먹었다가 다시 적었네여ㅋㅋㅋ
우짠데요...
좋았던 풍광이 많아 환생한 나뭇꾼은 하루 아프고 나았는데... 누이,고생많으셨슴다.. 모쪼록 얼릉 쌩쌩하여지시길 소망합니다~
... 근데... 산에 다녀와 생긴 근육통은 산을 다녀와야 한다는데 ^^
다음 주말 가볍게 산행한번더 ~
그래도 그날 하산하고 버스타러 오는 길 까지도, 무릎이 아프다고 얘기는 했지만 정말 잘 따라왔는뎅 ~~
사람들이, 담에도 친구 꼭 데려오래요~ ^^
이마담: 우리나라 산이 어려운 건지,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좀 세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는 건지... 아뭏든... 그런데 생각이 '너무 힘들어 다시 안가'가 아니라 '체력단련 열심히해서 다음엔 쉽게 좋은 구경 해야겠다'가 되는 것을 보면 좋은 구경이 좋긴 좋은가봐요.
gilgalade: 으악, 으악 신음하며 동네 몇바퀴 3일간 오르내리니 이젠 살만해요. 오늘은 헬스도 갔어요. ^^ 착한 산이라면 OK~~~
담에도 또 오라구요? 고맙다.. 산에 다니는 사람들이라 맘이 좋은 가봐요. 그러다 진짜 따라가면 어쩌려고... ㅎㅎㅎ
저런곳을 올라갔다왔단말이야,,놀랍네..
난 높은곳은 딱 질색인데..저런산을 올라갔다왔음 몸살이 안나고도 못배기지..근데 진짜 체력 좋은거 같다..
오랜만에 한국의 산을 보니 반갑네...^^
저도 지난 주말에 엄마 모시고 Mt. Rainier에 갔다 왔어요.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핀 사이 사이로 눈이 쌓여있어 간혹 눈싸움도 하고, 자욱한 안개 사이로 뿔이 멋드러진 사슴 구경도 하고, 바람에 구름이 흩어질 때는 발 아래로 장엄하게 펼쳐지는 봉우리, 봉우리들...
중요한 건, 이 모든 걸 대부분 차로 이동한 후 내려서 평이한 Trail을 가면서 볼 수 있었다는 점... 그러니까 함 와유...
(저도 산 타는 거 좋아하는 거 아시죠? 아범이랑도 지리산 종주하면서 친해졌잖아요. 그런데 젖먹이 딸린 처지에는 이런 산행이 딱인 거 같아요. ^^)
미현: 삼박사일 앓았어. 나도 기운이 좋은가 보다 했었는데 그게 아니라 사태의 심각함이 괴력을 솟아나게 했었던 것 같아. 미국사람들은 심각하게 트레킹에 미친사람아니면 아무도 그런 곳 안갈 것 같아. 워낙 뭐든 거대해서 그렇게 갈만한 곳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대한민국이 아름다운 강산을 가진 것은 맞는 것 같아. 의식없는 사람들이 훼손을 하는 것이 문제라 그렇지...
chief seattle: 엄마 다녀가셨구나. 그렇지.. 주차해놓고 좀 걸으며 경치보고 그게 미국스럽지 네발로 땀 뻘뻘 흘리며 산 기어오르는 것은 너무 미국스럽지 않아... 자연이 달라서 자연을 즐기는 방법도 다른 것 같아...
그런데 지리산이 맺어준 인연이었어? 처음듣는 이야기야... 들었는데 잊었나? 갈만하면 오지말래도 갈꺼야... 갔을 때 구박이나 하지마. ㅎㅎㅎ
여기에도 하드코어 산악인들 많아요. 침낭지고, 텐트까지 지고 Cascade 산맥 타다가 해지면 자고, 또 타다가 내려오는 걸로 주말을 보내는 사람들이 흔한 걸요. 그러다가 실종돼서 구조 헬기 뜨는 일도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요.
그런데 저는 안 해봐서 저렇게 멋진 경치를 볼 수 있는지는 모르겠시유.
ㅎㅎㅎ 그렇지, 하드코어들이지 나같은 보통 사람들이 레저로 즐기는 경우는 드물지않아? 난 트레킹한다는 사람 주위에서 한명도 못봤는데... 산 없는 동네에서 살아서 그런가?
아뭏든 오늘은 얼떨결에 관악산 능선을 탔잖아. 어젠 북악산 서울성곽 오르고, 내일은 지리산 가고... 요즘 완전 산사랑이야.. 땅, 숲,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하늘, 계곡, 숲의 냄새... 너무 좋아. 언젠가는 그런 산 가까이에 살고 싶어. 언제든 오를 수 있게...
맞아요, 동부보다 이쪽 사람들이 Nature fanatic들이 훨씬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REI 같은 Outdoor 전문 회사들도 여기 본사가 많아요.
관악산, 우리 동네 뒷쪽 서울 성곽, 다 그리운 길들이네요. 그런데 지리산까지?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산장에서 일박하는 건가요? 하루종일 산길을 걷다가 눈앞에 펼쳐지던 세석평전의 모습이 눈에 아른 아른하네요...
관악산 학바위능선을 타고 연주대에 오르는 멋진 모습~
뻥쟁이 그녀에게 몇번만 더 당하면, 멋진 등산인이 되실 것 같습니당 ~
지리산 잘 다녀오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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